[짧은글 긴생각] 붕괴되는 황금분할

모든 사회나 조직에는 기득권이라는 것이 있다. 이 기득권은 마케팅론에서는 「진입장벽」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재정의돼 신규사업이나 신규시장진출전략수립에 매우 중요한 포인트로 자리잡아 왔다.기득권은 서넛이 나누어 갖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이들은 이른바 기득권층을 형성해 서로간의 기득권을 침공하거나 방어하는 피흘리는 싸움을 하는 대신 적절한 선에서 서로의영역을 인정, 보호해주는 「지혜어린 미덕」을 발휘해 왔다. 이것도 보다 명예로운 이름을 얻게 됐으니 바로 「황금분할」이다.

황금분할은 완전한 경쟁을 보장하고 있다는 서구의 선진자본주의국가에서도 낯선 것이 아니며 우리의 경제시스템에는 매우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매김되어 왔다. 그 황금분할이 붕괴되어 가는 조짐이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또 동시다발적으로 말이다.

통신시장의 개방화에 따른 경쟁체제도입으로 통신업계는 이제 더 이상 황금분할의 안존영역이 아니다. 물론 통신산업의 장치산업적, 면허사업적 속성이 남아있기는 하나 신기술과 신자본으로 합종연횡하는 사업가들 앞에 황금분할은 힘없이 유린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극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외 언론산업에 부는 바람도 심상치 않다. 신문사·방송사 및 통신사로나뉘어 뉴스정보의 생산유통소비의 경로와 과정을 배적으로 분할하던 것이뉴미디어의 등장으로 거의 완전히 무너져 새로운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예견이 현실화되고 있다. 예컨대 로이터통신은 이미 미국의 인터네트서비스업체인 넷컴사와 손잡고 신문사를 거치지 않은 채 통신사가 독자들에게 뉴스를직접 전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형신문사들은 전국 대도시에 고화질 전광판을 설치, 이를 위성으로 네트워크화함으로써 방송사업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계획을 착실히 추진하고 있다. 또 인터네트를 이용, 조석간 정보제공체제로부터 즉시제공으로 바꾸어 통신사 고유영역에 사실상 진출해있고 소리와 동화상 뉴스정보까지 제공함으로써 방송사 영역에까지 다가섰다. 지방지와 전국지, 지역채널과 전국채널 및 글로벌채널의 지역성 개념은 뉴미디어와인터네트의 확산으로 영역구분의 잣대가 없어질 전망이다.

황금분할의 붕괴는 마치 도미노게임처럼 파급되고 있다. 출판·유통·물류와 운송·컴퓨터 등 모든 업계에 미치고 있고 사례를 들자면 끝이 없을 만큼극적인 변화의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그래서 모두가 한목소리로 비즈니스혁명을 외치고 있고 혁명의 현장에 황금분할은 어울릴 수가 없다.

일단 지렁이 깡통을 따면 그 지렁이를 다시 집어넣는데에는 더 큰 깡통이필요하다. 자이머지의 발전적 시스템역학의 법칙이다. 이미 붕괴된 황금분할의 틈새마다 거세게 밀려드는 신규사업자들의 몸짓에 오늘의 변화하는 업계가 좁아 보인다.

<노수홍 아이네트기술 상무>

<알림>

이번주부터 짧은글 긴생각 필진이 바뀝니다. 새 필진은 노수홍 아이네트상무·이명우 국민리스 이사· 이건범 아리수미디어 사장· 김석은 차림 사장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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