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탱크II
대우전자의 「입체냉장고 탱크」의 가장 큰 특징을 꼽는다면 냉기를 자주,강하게 내뿜는다는 점이다. 대우측 주장에 의하면 냉기를 약 5분 간격으로강하게 뿜어내고 이것이 좌·우·뒤 3면의 12개 냉기구멍을 통해 냉장실내로나옴으로써 쾌속냉각과 섭씨 2도를 유지하는 정온냉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냉기를 강하게, 그리고 짧게 내뿜는다는 게 요지다. 그래서 이 냉장고를 터보입체 냉장고라고 말하기도 한다.
대우전자는 이 냉장고가 이렇게 될 수 있는 것은 ACS(Aero Chopping System)이라는 새로운 공조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냉동실에 2개의냉각팬을 달아 냉장실로 들어가는 냉기를 별도로 불어서 송풍압력을 대폭 높이고 송풍 자체를 짧은 시간으로 on/off 초핑함으로써 터보 입체냉각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여기서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의문이 5분 간격으로 냉기를 뿜어내는 원리다.
기존 냉장고가 약 30분 동안 냉기를 서서히 뿜었다가 30분 후에 다시 냉기를뿜는 일반적인 원리에서 과감히 탈피한 셈이다.
그렇다면 냉장실 온도가 비교적 오랫동안 유지되는 겨울철 밤시간을 생각해보자. 한여름철 대낮을 감안할 때 5분 간격으로 강력한 냉기를 계속 뿜어낸다면 냉장실 온도는 영하로까지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냉장실내 음식물이 얼어버려 상품성을 잃게된다. 대우측도 냉장실 온도가 설정온도인 2도에서 상하 1도, 즉 섭씨 3도 수준으로 올라갔을 때 냉기를 뿜어내며냉기분사를 멈추는 섭씨1도 정도에 이르기까지는 약 5분이 소요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냉기를 5분동안 뿜어내고 5분간 멈추는 사이클을 유지하려면 냉기량자체를 냉장실 온도에 따라 그때그때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냉기 5분 분사는 거짓말이 돼 버린다. 그러나 이 ACS공조방식에선 5분이라는 「짧은 시간」과 강력분사만 강조했을 뿐 실내온도에 따라 예민하게 변화되는 냉기량에 대해선 확실한 답변이 없다.
또 이를 LG전자의 「싱싱나라」나 삼성전자의 「독립만세」 등과 비교해서도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더운 음식물이 냉장실 안으로 들어왔을 때 이들냉장고는 센서가 이를 감지해 집중적으로 냉기를 분사하며, 독립만세의 경우아예 냉장실에도 냉각기와 팬을 달아놓고 있다. 따라서 5분동안 냉기를 뿜는것이 이같은 집중냉각과 비교해 냉각시간을 빠르게 한다고 볼 수 있겠냐는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단지 대우측이 의뢰한 공인시험치에 의하면 기존의 냉장고나 유명 브랜드의 외산 냉장고에 비해 물 냉각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사실만 밝혀졌을 뿐이다. 즉 「입체냉장고 탱크」가 과거의 냉장고나 일부 수입냉장고에 비해 「냉각」이라는 기본 기능에서 우수함에는 틀림없지만 경쟁사들이 내놓은 신제품보다 뛰어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이 냉장고는 냉장고가 갖춰야 할 핵심요소 중 빼놓을 수 없는 소비전력 측면에서 뒤지고 있다. 주력제품의 용량이 5백60ℓ급으로 LG전자(5백20ℓ)와 삼성전자(5백30ℓ)보다 크지만 소비전력은 월 53인 「싱싱나라」(LG)는 물론 월 57인 「독립만세」(삼성)보다 훨씬 많은 월 63에 이르고 있다.
용량을 감안해도 소비전력면에선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대우전자 관계자는 『단열에서 타사 제품에 비해 다소 뒤지기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5분 간격으로 강력한 냉기를 뿜어내는 과정에서압축기가 다른 냉장고보다 더 가동돼야 한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는 것같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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