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주어러」

<주어러>

1백억원 짜리 여배우 데미 무어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는 오락물이다.영화마니아들일수록 작품성과 주제의식에 탐닉해 영화의 오락성을 가볍게 보는경향이 짙은데, 그것은 영화 예술의 목을 죄는 짓이다. 어느 장르보다 대중과함께 호홉해야 할 운명을 타고난 영화는 그 뿌리를 오락적 재미에두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브라이언 깁슨 감독의 <주어러(The Juror)>는 헐리웃식의조미료를 듬뿍 뿌린 성찬이다.폭력과 서스펜스, 섹스와 검은 돈이 거미줄처럼 정교하게 뒤엉켜 잠시하도 헛눈을 팔지 못하도록 관객의 눈을 끌어당긴다.

이 영화 속에는 두 세계가 있다. 시민의 세계와 마피아의 세계,무죄(Not Guilty)의 세계와 유죄(Guilty)의 세계다. 물과 기름처럼 서로를 수용하기 어려운 두 세계의 경계에 재판정이 있게 마련이고,미국의 재판에는 판결을 시민 대표들인 배심원들이 결정한다.

무명 조각가이자 평범한 어머니인 애니(데미 무어 분)는 따분한 일상에서벗어나고 또 조금은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하고자 마피아 보스의 살인 혐의재판에 배심원으로 나서 달라는 제의를 수락한다. 이 순간부터 그녀의 삶전체가 위험에 빠져버린다.마피아 조직내 최고의 킬러인 「선생(알렉 볼드윈분)」의 교묘한 술책에 말려 그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지않으면 아들과 자신이 살해당할 처지가 되는 것이다.

거액의 달러로 애니의 작품을 사들이며 미술품 수집가의 모습으로 나타난「선생」은 미남이고 지적이며 유창한 화술의 소유자로 애니의 마음을 쏙 빼앗는다.그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의 은밀하면서도 집요한 협박에 질려애니는무죄 평결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무죄 석방된 마피아의 보스는 언젠가는 애니가 양심선언을 할 것을두려워해 「선생」에게 제거해 버리라고 명한다.애니에 반한 선생, 선생에대해 애증이 교차하는 애니의 목숨을 건 싸움이 미국과 과테말라에서전개된다.

이 영화의 후반부에서 평범한 여자 애니가 독을 품은 여전사로 변신해가는연기는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데미 무어라는 배우, 개런티 값을 하는구나」라고 칭찬할 만하다. 마피아의 해결사 「선생」은 애니의 총격에비참하게죽지만 「짐승사냥」에 성공한 애니가 더 애처로와 보이는 결말이깔끔하다.

<박상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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