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W업체들 장인정신 가져야

국산 패키지 소프트웨어(SW) 개발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 SW를 수입 판매하거나 이를 한글화해서 판매하는 업체들은 높은 영업 신장세를보이고 있어 국산 SW의 입지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SW산업은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정보화 물결의 핵심이다. 따라서 SW산업은성장·발전해야만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외국 SW는 우리 SW의 기반을 위협하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국산 SW의 기반붕괴 징후의 대표적인 현상으로는 한메소프트의 경영권 이전을 들 수 있다. 또한 국내의 대표적인 SW회사인 한글과컴퓨터의 매출 신장률이 최근들어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는 소식이며 전자출판SW로 유명한 휴먼컴퓨터도 SW 비중을 낮추고 전산사식(CTS)과 전자출판장비 등 하드웨어에 사업의 비중을 높이는 등 주력분야를 바꾸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국내 SW개발업체들의 이같은 현상과는 대조적으로 외국의 SW를 한글화하거나 수입, 판매하는 외국계 회사나 수입상들은 영업에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한다.

한마디로 지금 나타나고 있는 이같은 현상은 힘들여 개발하기보다 수입하는 것이 훨씬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는 국내 SW업체들의 개발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히 우려되는 현상이며 더 나아가 국내SW산업을 위기로 이끌고 갈 수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의 SW산업이 성장·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과거보다 많이 조성되고 있는 시기에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잘 납득되지 않는다.

SW의 불법복제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종전보다는 많이 줄어들었으며정부의 SW산업 육성의지도 올들어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고 패키지 SW시장도 지난해 1천5백70여억원에서 올해는 50%정도의 성장이 예상되는 등 SW산업이 성장·발전할 수 있는 시장여건이 점차 마련되고 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정부는 내년부터 전산투자 예산중 10%를 의무적으로SW구매에 할당토록 하는 등 과거에 없던 정책적인 지원도 약속하고 있다.

따라서 국산 SW개발업체들이 고전하는 주요인은 정책적인 지원미비에 있다기보다 기업 스스로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국내 SW개발업체들의 무분별한 투자 자세를 꼽을 수 있다. 우리의 SW업체들 상당수는 어느 특정분야에서 성공을 거두면 번 돈을 그 분야에 재투자하여 더욱 좋은 제품을만들어내기보다는 새로운 분야에 눈을 돌리는 등 문어발식 제품개발 전략을지향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적인 SW업체로 성장한 美國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창업초기 10년여 동안 도스에만 전력투구해 왔다는 점은 우리가 참고할사항이다. 우리의 SW업체들에도 장인정신이 요구되고 있다.

다음으로 번들판매의 성행이다. SW업체들은 자체 판매력이 부족하여 PC메이커들에 판매를 의존하는 형태의 번들판매를 선호하고 있다. 정보산업연합회의 96년도 정보산업 민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패키지 SW시장에서 번들판매가 차지한 비중은 수량 기준으로 64%에 달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회사경영에 도움을 줄지 몰라도 사용자들의 SW에 대한 인식부재를 부채질하고 건전한 시장 유통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SW개발업체들은 이를 중단하는용기를 가져야만 할 것이다.

앞에 언급한 사항을 SW개발업체들이 지양하고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기술력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받는 공제제도 신설이나 기술신용보증제도 확대 등의배려가 이뤄진다면 우리 SW산업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