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S 허가 지침 "오락가락"

개인휴대통신(PCS)사업권 허가와 관련된 정부의 정확한 의중은 무엇일까.

최근 PCS 등 신규통신사업권 경쟁에 뛰어든 국내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부의 깊은 뜻(?)을 헤아리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허가신청 기준을, 최근 정보통신관련 산업의 육성이라는명분을 내세워 갑자기 뒤집었다.

당초 무임승차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던 한국통신에게는 중소기업과 동반 승차하라는 엄명이 내려졌고, 나머지 2장의 티켓은 통신장비 제조업체군과 통신장비 비제조업체군으로 나눠 각각 1장씩 허가한다는 것이 수정안의 골자다.

이때만 해도 통신사업 진출을 추진해온 재계에서는 "업체간 연합"이 정부의속뜻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중소기업 육성을 중점 강조한 부분에 가서는 그랜드 컨소시엄이 대세라는데인식을 같이한 것이다.

대우그룹은 즉각 통신장비 제조업체군에 속한 4대 재벌그룹간의 "그랜드컨소시엄"을 구성하자고 공개적으로 제의하기도 했다.

각 그룹 상층부에는 벌써 대연합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이 계속 흘러나왔다. 이 사업의 주관부처인 정통부의 고위관료들의 입에서도 "결국 대연합의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말이 공공연히 흘러나온 것이 사실이다.

언론들은 연일 "빅4그룹"의 합종연횡 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질지를예상하는 기사들로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대연합의 의중을 내보이던 정보통신부가 12일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이석채 장관이 직접 "최근 논의되고 있는 빅4 재벌의 대연합을 우대하지않는다"고 공식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유는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추진하는 신규통신사업자 허가정책의 기본 원칙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이균형있게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이같은 설명은 언뜻 보기에 매우 원론적인 문제를 짚고 넘어간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그러나 통신사업을 준비해온 기업들의 입장에게는 이만저만한 고민을 안겨준게 아니다. 특히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기에도 빠듯한 일정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지침"내용이 너무 자주 바뀐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통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모 재벌그룹의 한 관계자는 "도대체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를 지경"이라고 정부의 일관성 없는 태도에분통을 터뜨렸다.

이장관은 이날 "언론이 너무 앞서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불만도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저간의 상황이다. 수정 공고안이 발표된 다음날인 9일부터 12일까지 언론이 집중적인 그랜드 컨소시엄 보도에 정통부 관료들도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장관이 갑자기 "빅4그룹의 대연합"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선것일까. 이와 관련, 장관의 설명이 있기 하루전인 11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단이 장관과 만난 사실과 유관하지 않느냐는 추측이 설득력있게나돌고 있다.

즉 김상하 중기협 회장과 회동에서 이들을 설득할 만한 카드를 제시했고그카드가 다름아닌 대기업 연합 컨소시엄막는다는조건이라는추정이다.

다시 말해 빅4의 대연합이 통신장비 제조업체군에서 중소기업의 상대적인입지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중기협 측에 선물을 안긴 것이라는분석이다.

어쨌거나 이번 정부의 그랜드 컨소시엄 불가입장 표명으로 장비제조업체군의PCS사업권 경쟁은 3대1 또는 4대1의 경쟁구도로 진행될 것이 확실해지고있다. 하지만 근 1~2년간 통신사업을 준비해온 기업들은 정부의 갈팡질팡정책에 대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최승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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