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엔저비상"

엔저 여파가 우리나라 가전제품의 해외시장 경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일본 현지시장은 물론 미국과 유럽.동남아 등 해외시장에서 한국 가전제품의 가격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시장에서도 일본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짐으로써 그만큼 수입이 급증할 조짐이다.

엔저의 영향이 이처럼 시장경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엔고 때 일본 전자업체들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펼친 것이 효력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엔고 극복을 위해 일본의 주요 전자업체들은 우선 자국내 생산라인의 합리화 및 사업품목 조정을 활발히 추진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생산라인 합리화의 경우 그동안 한국 전자업체들이 추진해온 것과는 비교가안될 정도로 일본업체들은 심혈을 기울였다. 컬러TV를 예로 들면 조립라인을 완전 자동화함에 따라 시간당 생산량을 90년대 초반에 비해 2배 이상향상시켰다. 불량률은 거의 제로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생산모델도 광폭TV등 고부가가치 및 고급형 제품으로 전환하고 일반 보급형 제품은 이미 동남아 등지로 이전시켰다.

생산라인을 이전시킨 제품도 합리화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에는현지의 싼 인건비에 초점을 맞췄으나 최근 들어서는 인건비에 의존한 제품경쟁은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다고 보고 일본 본사가 갖고 있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적극 이전시켜 현지공장의 경쟁력을 한단계 높였다.

또 이러한 생산라인 합리화는 컬러TV뿐만이 아니라 VCR.캠코더.PC.

팩시밀리.세탁기.냉장고 등 모든 전자제품을 대상으로 추진함으로써 엔고를스스로 소화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생산라인 합리화와 함께 지금도 추진하고 있는 사업품목 조정은 더욱 활발하다. 단순히 저부가가치 제품사업에서 손떼는 것이 아니라 생산품목을 자국과해외에서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재배치하고 차세대 제품의 시장선점을 위한 기술개발과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조직슬림화를 비롯한 경영혁신도 일본 전자업체들이 엔고를 극복하는 데주요한 수단이 됐다. 우선 본사 조직을 차세대 제품 및 기술의 연구개발에주력하는 쪽으로 바꾸고 간접인력을 대대적으로 축소 조정했으며, 해외 현지법인에 대해서도 이러한 방향으로 전환시켜 나가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엔저현상은 일본 전자업체들이 추진해온 경영합리화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기폭제가됐을 뿐만 아니라 시장경쟁력도 급속히 향상됐다는 것이 우리나라 전자업계의 분석이다.

엔고가 엔저로 이행되는 동안 한국 전자업체들은 자체 경영합리화보다는해외 현지진출 및 글로벌 경영체제의 구축쪽에 더 주안점을 둔 것이 사실이다. 엔고로 시장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세계경영 기반을 닦는 데 열을 올렸을뿐일본업체들처럼 사활을 건 생산합리화나 경영혁신을 단행하지는 않았다.

그 결과 국내시장에서 가전제품을 비롯한 주요 전자제품의 채산성이 크게나빠졌으며 이제서야 사업품목 조정문제가 전자 3사를 중심으로 불거져나오고있는 실정이다. 경영조직도 해마다 글로벌 경영체제의 구축에 맞춰 재편돼왔을 뿐, 슬림화와 같은 경영혁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엔고로 재미를 봤던 전자업계는 곳곳에서 타격을 받고있으며 조만간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과거 엔화의 절상과 절하에 따라 웃고 울었던 전자업계가 또다시 이를 답습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윤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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