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새 통신법과 국내 영향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인터네트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미 의회가 1일 압도적으로 통과시킨 통신관련 종합법안에 서명했다. 이 새로운 통신법이 발효되면 미국은 전기통신과 방송.케이블TV간에 거의 모든 진입장벽이 허물어져 일대 지각변동과 합종연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 통신법 발효는 멀티미디어, 특히 통신.방송 분야에서 미국뿐 아니라 그영향권에 들어가 있는 전세계 관련업계가 무한경쟁체제로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번 법개정으로 관련산업의 재편과 경쟁을 통한 효율의 극대화로 세계 통신.방송 시장을 석권하려는 원대한 포석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정된 미 통신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금까지 상호참여를 금지해온 지역전화시장.장거리통신시장.케이블TV시장에 대한 규제정책을 원칙적으로 철폐하는 것을 비롯해, 지역전화회사에 대해 금지해온 통신기기 제조분야에 대한 참여를 인정하고 케이블TV의 요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3년이내에 자유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TV.라디오 방송국의 소유 및 케이블TV와의 겸영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으며, 고정밀화상.고음질의 디지털TV 방송용으로 무선주파수를 할당하고 인트네트에 올리는 폭력.포르노 등 어린이에게 유해한 정보에대해서는 민.형사상으로 엄하게 처벌한다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개정조항은 부모들이 어린이가 시청하는 프로그램을 컨트롤하는 "V칩"을 TV에 탑재할 것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이미 미국 내에서는 최근 새 통신법 발효에 때맞춰 장.단거리 통신사업자들이 새로운 사업영역에 대한 참여계획을 일제히 발표했다. 또한 방송.통신업체들간에는 관련산업의 재편과 경쟁을 알리는 대대적인 기업인수 및 합병(M&A)작업이 시작됐다.

최대 장거리 전화회사인 AT&T가 올 여름부터 미국 50개주에서 지역전화사업을 개시하고 MCI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합작으로 인터네트 서비스를제공키로 한 것이나 월트디즈니사의 캐피털 시티스 ABC(1백90억달러)인수, 웨스팅하우스사의 CBS인수 등은 모두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이번 새 통신법의 개정을 통해 미국은 전기통신.케이블TV.방송 등 멀티미디어 전체 분야에서 자국 기업들의 경쟁을 촉진시키고 체질을 강화하려는구도를 원대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미국은 경쟁에 따른 요금인하로 통신.방송서비스를 이용하는 산업 등에 상당한 이익을 주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내비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이같은 미국의 새로운 구도가 특정지역에만 영향을 미치지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새로운 구도는 전세계의 전기통신.방송 관련산업에 보다 더 폭넓게 깊은 파급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분할문제에 봉착한 일본전신전화(NTT)가 이번 미국의새 통신법 발표로 더욱더 궁지에 몰리고 있다. 가뜩이나 비싼 요금에다 너무커진 덩치로 분할론이 구체화하고 있는 마당에 미국이 통신.방송 분야를소비자들에게 보다 싼 요금으로 제공할 수 있는 사실상의 완전 경쟁체제로전환함에 따라 개혁압력은 더욱 거세졌다.

당장 TV와 PC모니터를 생산하는 국내 가전업체들도 미국 수출전선에비상이 걸렸다. 새 통신법이 폭력.섹스물이 방송되는 것을 막아주는 "V칩"내장형 TV를 2년 안에 시판할 것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앞으로 이 통신법을 기준으로 삼아 오는 4월 최종타결을 앞두고 있는세계무역기구(WTO) 통신서비스 협상에서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통신시장 개방을 강도있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내전화시장에 경쟁을도입키로 한 미국으로서는 이 원칙에 입각해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개방수위를 요구할 것이 확실하다.

이에 따라 오랜 기간 보호와 독과점 체제에 안주해온 국내 전기통신.방송산업계는 한층 더 곤경에 빠지거나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 미국의 변신은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리도 충분한 연구검토를거쳐 대응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정부와 관련업계가 이번 미국의 새 통신법발효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효율성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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