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KT)이 23일 단행한 조직개편의 핵심은 그동안 독점구조에 길들여진수직적.관료적 조직구조를 경쟁구조에 맞도록 수평적.고객지향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데 있다.
시내.시외.데이터.국제 등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을 갖고 있으면서도 따로따로 움직여온 조직을 "마케팅본부"와 "전략영업본부"로 개편한 것과 사업본부마다 별도로 운영해온 통신망 운영관리 및 조달업무를 통폐합한 것, 사업본부장에게 인사권.예산권을 대폭 이양한 것 등은 모두 이같은 목적에 따른것이다.
이준사장은 이를 "한국통신이 국민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것"이라며"급변하는 통신사업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조직을 고객 중심으로개편하는 것이 이번 조직개편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의 수직적이고 관료적인 의사결정구조로는 민간통신사업자들의 도전과 시장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이를 수평적의사결정구조로 바꿈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경쟁도입으로 인한 한국통신의 위기의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제전화에서 시작된 경쟁체제는 올해부터 시외전화에까지 확대되고 올 상반기중으로는 무려 30개의 통신사업자가 새로 출범한다.
또 하반기에는 각 지역별로 "초고속망 사업자"라는 이름의 새로운 경쟁자가출현하고 한전.도로공사.철도청.수자원공사 등 기간전송로를 보유한 국영기업들이 너도나도 통신사업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데다 98년부터 국내 통신시장이 개방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지금 추세대로 간다면 2~3년내에 시내전화사업에까지 경쟁체제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하고 "한국통신 직원들사이에서는 지금과 같은 체제로는 정부자산도 제대로 보전하지 못하는 국영기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한국통신이 앞으로도 국내 통신시장에서 "주도적 사업자"의 위치를 지킬수있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수세적 마케팅에서 공격적 마케팅으로 경영목표를바꿔야 한다.
경쟁력 강화와 함께 한국통신이 이번 조직개편의 의미로 내세우고 있는 또하나의 이슈인 공정경쟁환경의 조성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에 다름아니다.
최고의 스태프부서였던 경영전략실을 공정대책실로 축소 개편하고 시내전화사업을 다른 통신서비스와 별도로 분리해 하나의 사업본부로 독립시킨 것은공정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조치라는 것이 한국통신측의 설명이다.
얼핏 보기에 경쟁력 강화라는 명제와 상반돼 보이는 공정경쟁환경 조성을한국통신이 "창사 이래 최대 조직개편"의 한 축으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한국통신이 그동안 줄곧 주장해온 공정경쟁환경이라는 말의 의미를되새겨볼 때 이것이 한국통신의 경쟁력 강화 전략과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금방 알 수 있다.
한국통신이 주장하는 공정경쟁이란 민간통신사업자와 마찬가지로 통신서비스요금을 포함한 각종 의사결정을 정부투자기관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하는 것이다.
결국 내부적으로는 의사결정구조를 수평적.고객지향적으로 개편하고 대외적으로는 공정대책실을 중심으로 경쟁사와의 정책대결이나 대정부 로비에 나섬으로써 총체적인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인 셈이다.
형식적으로는 시내전화부문을 별도로 분리함으로써 "시내전화망 독립운영과명확한 회계분리"라는 경쟁사 및 정보통신부의 줄기찬 요구를 받아들이면서도 통신망 관리의 효율화를 이유로 모든 통신망을 일원적으로 관리하는 네트워크본부를 신설한 것도 한국통신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같은 절충안을 만들어내기까지 한국통신과 정보통신부의 이해대립으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어쨌든 이번 조직개편으로 한국통신 본사의 인원은 현재 2천1백10명에서 6백5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이 가운데 1천2백명은 한국통신이 "본사"의범위를 스태프기능에만 한정함으로써 발생한 "장부상의 수치"이고 실제로는약 3백명이 기존의 본사를 떠나 현업부서로 나가게 된다. 실장.본부장.단장등 고위관리직은 4석이 줄어들고 국장.부장급은 30명이 감축된다.
한국통신의 설명에 의하면 줄어든 인원만큼 대고객창구 인원은 그만큼 늘어나게 되고 이것은 결국 대국민편의를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한국통신 이준사장은 "이번 조직개편이 완결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조직진단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대고객 서비스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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