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전자업계의 경영혁신을 재촉하는 정책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소비자보호법 시행령을 개정, 오는 4월부터 리콜제를 모든 공산품에 확대 적용키로 하고 그동안 권장사항이었던 가전업체의 부품의무 보유기간을 준수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리콜제의 실효성을 높이다는 차원에서제조물책임(PL)법과 집단소송에 관한 법률까지 올해 제정을 목표로 준비중인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정책은 모두 소비자 지향적인 제도로서 국내기업들에게 소비자 위주의경영을 가속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제조업체의 보호.육성에 주안을 둬온 정부의 산업정책이 이제 국민생활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되고 있는 것이다.
전자업계는 이들 정책이 올해 사업추진은 물론 영업환경에 엄청난 영향을미칠 것으로 보고 생산구조 개편 등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전자업체 입장에서는 이들 정책이 원가부담을 가중시키거나 기업경영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콜제도는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의 생명.신체 그리고 재산상의 커다란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제조업자가 해당 결함상품을공개적으로 회수하는 것이다. 재경원이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PL법은 제조업자뿐 아니라 판매업자까지 전자제품 안전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것이다. 부품의무 보유규정도 전자업계의 경영수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자업체들은 따라서 앞으로 결함제품 발생시 손해배상과 제품수거 및 AS확대 등에 따른 비용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감전 등 안전사고 발생가능성이 높은 가스오븐레인지와 세탁기.헤어드라이어.면도기 등 일부 가전제품은 리콜문제 발생가능성이 높아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법무부가 준비중인 집단소송에 관한 법률은 전자업계에게 PL법보다도 더강력한 압박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 법에 소비자보호원을 비롯한 공익법인이단체소송할 수 있는 규정이 포함될 경우 앞으로 집단소송 결과에 따라서는그동안 판매한 해당제품까지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하고 법원으로부터 리콜명령을 받을 수 있다.
전자업계의 대책은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안전성을 제고하는 것뿐이지만,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전기를 사용하는 전자제품은 항상 감전사고를 초래할 가능성을 안고 있고 헤어드라이어 등 일부제품의경우 그 특성상 안전사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PL법의 경우 대기업은 보험가입을 통해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지만 중소기업에는 적지 않은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리콜제의 적용이나 PL법의 제정은 물론 필요하다. 전자제품의 안정성을높이고 개방화시대에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품에 대응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긍정적인 역할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또 기업들은 제품의 결함 감소와 품질 향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시킬 수 있어 매출증가가 예상되기도한다.
그러나 소비자 지향형 정책을 일시에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업에게는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생산비용 증가와 국제경쟁력 약화, 그리고 중소기업의 도태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는 이들 정책의 시행시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지나친 부담이되지 않도록 기업과 소비자간의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테면 처음엔 기업이 제품품질 향상이나 안전사고에 게을리할 때에 한해 배상책임을 묻고 소비자에게도 주의의무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전자업계도 소비자 지향적인 경영이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을 인식해, 정부의정책에 뒤늦게 질질 끌려다니기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그동안의경영관행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무한경쟁시대의 주체는 소비자여서기업의 소비자권리 강화가 바로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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