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수지맞는 장사를 하나 꼽으라면 아마도 컴퓨터분야가 아닐까 싶다. 금쪽같은 일간지 지면을 아예 전세내놓고 광고로 도배하는 제품은 어김없이컴퓨터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물론이요, 규모가 보잘 것 없는 중소기업 조차도 지면을 통째로 사들여 광고하고 있으니 도대체 컴퓨터가 얼마나 잘팔리고 또 얼마나 수익이 좋길래 저렇듯 요란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면에 감추어진 컴퓨터업계의 주름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최근의 광고양상이 얼마나 허울좋은 빈 수레인지 금방 눈치챈다.
사실 최근의 컴퓨터장사라는 것이 가격파괴니 뭐니 해서 가격이 모두 공개 되어 있으니 비싸게 팔 수도 없는 형편이다. 게다가 컴퓨터업체들 대부분이적자를 보고 있다는 사실은 관련업종에 있는 사람에게는 상식이기도 하다.
그런데도수억원 들여 광고를 해대는 것을 보면 아마도 컴퓨터장사는 팔아서 이익을 취하고 그것으로 회사를 운영해나가는 여타 업종과는 무언가 다른 점이 있나 보다.
하긴 수십개의 계열사를 가진 대기업이라면 첨단산업의 상징처럼 돼버린 컴퓨터 분야를 그룹이미지 차원에서도 포기할 수는 없을테니 적자를 감수하 면컴퓨터장사를 해야 하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다.
하지만 컴퓨터하나로 먹고 사는 중소기업까지도 죽기 살기로 광고에 매달 리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대기업에서 하니까 어쩔 수 없어서일까. 그건아니다. 오히려 최근의 광고 인플레 양상은 중소기업이 물량공세를 취하고대기업은 울며겨자먹기로 치레정도 하는 것 같다.
그럼 무엇일까. 광고를 하면 할수록 장사가 잘되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다행이겠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싸게 더 싸게만을 강조하는 요즘의 컴퓨터 광고는 제품을 구입하는 바로 다음날 구매자를 바보로 만들기 십상이다. 더 싼 가격으로 큼직하게 제품광고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러니 기다릴 때 까지 기다려보자는 대기수요만 늘어날 뿐 판매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다. 올초까지 최근 몇 년간 호황을 구가하던 컴퓨터업계가 불황이라는 터널로 빠져든 시기는 공교롭게도 업계의 광고인플레가 본격화되던 시기와 비슷하다. 광고가 요란하면 요란할수록 경기가 위축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오는 28일 출시되는 "한글윈도우 95"로 인한 대기수요도 적지 않으니최근의 컴퓨터 불황 원인을 꼭 광고인플레로 못박을 수는 없겠지만 만일 한 글윈도가 출시된 뒤에도 경기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이젠 생각을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
기백만원이나 지출한 소비자를 하루아침에 바보로 만드는 식의 가격광고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컴퓨터가격은 이제 충분히 싸질 만큼 싸졌다. 그러나 기백만원대의 투자를 결심한 구매자에게는 가격보다 더 중요한 그 무엇이 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된다. 이제 이런 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광고가 필요하다. 소비자의 구매욕구나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광고 크기와 비례하지는 않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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