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BS제 도입에 바란다

과학기술처는 연구관리체계를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하는 소위 프로젝트 베이스 시스템(PBS)의 세부운영계획을 확정、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PBS란 연구사업비의 편성.배분.수주 및 관리 등 제반 연구관리체계를 프로 젝트(연구 또는 사업과제) 단위로 운영하는 것으로 앞으로 국가가 발주하는 모든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는 연구기관들은 이 제도에 따라 기관경영 및 연구활동 전체를 관리.운영하게 된다.

이 제도의 특징은 그동안 부분적으로 거론된 바 있지만 총연구원가제도、 연구개발 실명제 및 연구사업책임자(PI) 중심제도、 연구사업 중심의 기관 경영 및 자율운영체계 도입 등으로 요약된다.

총연구원가제도란 연구사업의 결과를 산출하는 데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각사업별로 투명하게 반영하겠다는 것이며, 연구개발 실명제란 투입인력 및성과창출자의 실명화、 즉 연구실명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또 연구사업 책임자 중심제도란 연구사업 책임자에게 연구수행에 필요한 인력.비용.공정 등에 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며 연구사업 중심의 기관경 영이란 인사.조직.예산 등 종전의 전통적인 기관경영의 요소보다는 연구사업 중심으로 경영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자율운영체계 도입이란 연구기관이 연구사업 수주범위 내에서자율적으로 경영하고 경영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상에서 보듯이 PBS 제도가 도입된다는 것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발주 및선정이나 연구사업비 지원 및 연구관리、 평가 등이 대폭 변경되는 것으로과학기술 연구계에 상당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개혁적인 조치라고 봐야할 것이다.

우수한 연구원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대우、 연구자율성 보장、 연구개발 투자의 생산성 향상 등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어 왔다.

또 연구기관의 인건비 및 운영비에 대한 정부출연 예산과 연구사업비의 이원적인 예산조달체계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거론되어 왔다.

그러나 PBS제도가 본격 시행될 경우 연구사업 수주가 어려운, 즉 경쟁력이 없는 상당수의 연구기관들이 자연도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각 출연연구 기관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이번 PBS 도입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각 출연연구기관별로 연구사업이 없는 연구원에 대한 소요재원을 적립、 축적토록 하는기관특별회계제도를 설치하는 한편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개발 지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이 수탁해 수행하는 기술개발비중 일부를 매칭펀드 형태로 지원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보완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PBS제도 시행의 핵이 되는 총연구원가제도의 시행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재원확보하에 연구자율성 보장이나 조직의 유연성 확립 등 의전제가 해결되어야겠으나 연구원 개개인의 인건비나 연구과제 또는 위탁개발비 등에 대한 원가산정 기준이나 계상방법、 적용범위 등에 대해선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PBS제도는 또 각 출연연구기관들이 예산.인사.조직.급여 등의 운영체계를 자율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연구생산성을 제고하고 연구원의 책임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기관장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 비추어 실제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과기처 산하 출연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일차적으로 시행하되통상산업부.정보통신부.환경부 등 타부처의 국가연구개발사업에도 점차 이를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PBS제도에서 정부 의도대로 출연연의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운영을 잘못하는 경우 우수한 연구원들의 이직을 촉발시켜 연구에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우리 과학기술계가 연구개발에 신명을 바쳐 종사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조성하기 위해 보다 신중한 검토와 배려가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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