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하이테크.하이터치

한번 상상해보자. 아침에 눈을 떠서 전자신문으로 지난 밤동안의 세계를 훑어본다. 아침식사를 하고, 집에서 사무실과 연결된 단말기를 이용해 두세 시간 업무를 본다. 오후쯤 되어 인터네트를 통해 쇼핑을 하고, 역시 단말기 속의 가상은행을 통해 물건값을 지불한다. 저녁 식사후 펜실베이니아 워튼스쿨에서 개설한 경영학 위성중계 강좌를 집에 앉아 듣는다.

한 30분 정도 전자서적을 본다. 그러다가 심심하면 자기전에 "토탈 리콜" 이라는 영화속의 장면처럼 목성이나 토성쯤을 골라 가상현실속의 우주여행을 즐긴다. 이러한 가상의 하루 일과는 미래의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 일부는지구촌 어디에선가에서 이미 현실이 되어 있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21세 기는 이미와 있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이미 현실이 되어 버린 이러한 것들이신기함의 차원을넘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것이다. 하이테크가 만들어 놓은 테크노피아의 도래를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이를 걱정하는 사람도 꽤 많다. 그들은 하이테크가 인간의 행복에 기여하는지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사무실에서 동료와 직접 만나서 나누는 정담 저녁 나절 그 끈끈한 소주 한 잔, 아내와 함께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직접 만져보고 값을 깎기도 한다.

이런 살아 가는 재미, 인간적 정서들이 그때도 가능할 것인지, 그리고 이런 것들을 상실한 채 인류는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인지를 의심하는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면 기술의 발달이인간의 행복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이다. 행복의 기준도 사회의 변이에 따라달라지겠지만 인간을 인간이게 하고, 사람사이에정서적 교감을 상실하지 않는 틀 속에서 기술혁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보와 통신분야에서의 하이테크가 모든 것을 주도하기 시작하는 21세기의 문턱에서 국가나 기업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이 기술력의 습득을 통한 사회구조의 재편일 것이다. 우리도 이 과정에서 뒤처져서는 경쟁력을 상실하고 말 것이며, 미래 사회의 주역으로서의 역할을 올바로 수행할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물리적 기술과 인간적 감성의 균형을 유지해 야 한다는 것이다.

메가 트렌드의 저자인 존 네이스빗는 이러한 기술과 마음의 균형을 하이테크.하이터치라고 불렀다. 정보산업분야의 기업을 경영하는사람으로서 나는이 하이터치를 고객에 대한 공감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것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개별적 배려와 관심을 뜻한다.

공감성에는 언제나 인간적 요소가 짙게 깔려 있다. 고객을 영업대상으로 보지 않고 정서적 동반자로 보는 것이다. 고객은 영업사원이 자신의 전문지 식을 자랑하는 상대가 아니며 논쟁을 통해 굴복시켜야 하는 대상도 아니다.

고객은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 지를 찾아야 하는 대상이며, 그들이 부르면언제나 그 곁에 가 있어야 하는 매우 특별한 존재이다. 그리고 "자신을 개별적으로 대우해주는" 기업만 선택하는 매우 변덕스러운 존재라는 점을 이해해야한다. 모든 기업은 "고객을 돕는" 비즈니스에 종사한다는 각오 없이는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돕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은 바로 고객을 마음으로부터 이해한다는 점이다.

하이테크가고객의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면, 하이터치는 고객 으로 하여금 문제가 무엇인지 말하게 하고 함께 일하게 만들고 결과에 만족 하게 한다.

하이테크 없는 하이터치는 도와 줄 길이 없어 함께 걱정만 하는 무능한 조언자의 속성과 같으며, 하이터치 없는 하이테크는 무관심한 이웃이며, 비정 한이기주의자의 속성과 같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내 사업을 이해하고 지원하려는 열의가 부족한 회사 "나 "친절하고 적극적이지만 그 기술적 능력이 뒤따르지 못하는 회사"는 누구도 고객을 위한 진정한 파트너가 될 수 없다. 그리고 고객이 없는 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하이테크.하이터치는 하나의 균형감이다. 균형이라는 말의 동양적 표현은 아마 중용쯤 되지 않을까 한다. 중용은 군자인 공자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지나치지않고 모자람도 없다는 것은 언제나 이상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정보산업에 속해 있는 한 일원으로서 이 중용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싶다.

두 요소를 모두 최대한으로 극대화시키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균형의 의미 로 새기고 싶다. 테크놀로지가 향상되면 이에 따라 인간적 공감성도 그만큼 증대시켜야 하며, 공감성이 기술력보다 커지게 되면, 기술력을 보완해야 한다. 바로 "균형을 통한 상승"이 시장에서의 경쟁력의 요체가 아닌가 한다.

어려운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균형에 대한 인식은 미래를 위한 좋은 길잡이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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