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초에 우리는 벨기에와 미국의 아날로그 전자교환기를 도시용으로, 그리고 스웨덴의 디지털 전자교환기를 농어촌용으로 각각 면허를 사서 조립 생산을 했다. 미국과 스웨덴 업체와는 국내 교환기업체들이 합작회사까지 만들었으나 결국 갈라서고 말았다. 당시 우리는 전화보급 중장기계획을 위해 미국과 벨기에의 교환기업체 연구소에 많은 비용을 들여 자문을 받았다. 그들의 보고서는 디지털 교환방식은 아직 성숙되지 않은 기술이니 상용화된 아날로그 교환기로 증설하라는 권고를 했다. 그 말을 믿었더라면 오늘의 우리는어떻게 됐을까.
우리가 디지털교환기를 개발한다니까 그들은 절대로 실패한다고 겁을 주며 되지도 않는 일을 한다고 정부요로에까지 소문을 퍼뜨려 이에 대응하느라 사업을 관리하던 팀은 시간을 뺏기고 한때 전전자교환기(TDX)사업은 장도 바뀌고 관리기능이 마비됐었다. 우리의 도전을 저지하려는 외국업체는 이해를 하지만 부화뇌동한 한국사람이 더 문제다. 비슷한 일이 주전산기 개발에도 일어났다. 슬픈 일이다.
아날로그 교환기를 증설하라고 권고하던 사람들이 돌변해서 디지털 교환기 를사라고 압력을 가해왔다. 우리는 교환기를 자체개발하랴, 미국과 벨기에의 디지털교환기에 대한 시험평가를 하랴 이중의 고통을 겪었다. 국산교환기이 니 품질이 낮더라도 눈감아달라는 이기주의와 외국교환기이니 시험평가도 하지 말고 쓰자는 사대주의 사이에서 고도의 전자교환기를 자체 개발하거나 도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90년대초에는 디지털 셀룰러시스템을 개발하는 국책사업이 전개됐다. TDX 를생산한 4개 교환기업체중에서 디지털 셀룰러전화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고평가된 2개업체에 새로운 1개업체를 추가해서 3개업체가 코드분할다중접속 CDMA 방식의 셀룰러시스템 개발에 들어갔다. 이러한 시스템 개발은 교환기 의연구 개발 생산 운용의 경험이 없으면 안된다.
지금은 개인휴대통신(PCS)의 무선접속방식을 놓고 정보통신분야가 표류하고있다. 상용실적이 없는 CDMA방식보다 상용화된 GSM(TDMA)을 표준화하자는 일부 논리가 그럴 듯하게 들린다. 미국의 PCS업계도 한때 유럽의 GSM을 높이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영세업자를 빼고 미국의 PCS업계를 대표하는 지역전화회사 계열과 비지역전화회사 계열이 모두 CDMA방식으로 기울고 있다. 그것은 CDMA의 적합성은 물론 유럽GSM의 미국시장 진출을 막으려는 전략처럼 보인다. 우리는 이미 디지털 셀룰러전화를 CDMA방식으로 표준화했고 상용화를 목전 에두고 있다. PCS도 정부의 권장에 따라 오래전부터 독자적인 CDMA방식을 개발해왔다. 그런데 PCS를 GSM으로 제공하자는 일부의 발상은 연구개발의 기반이없거나 자신이 없다면 몰라도 우리나라 격에 맞지 않고 시의에 맞지 않는다. 유럽에서 나라마다 방식이 달라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던 문제를 해결한 GSM이지만 한국에 들어오면 이중 표준이 돼 오히려 우리는 불편을 겪고 기술적 으로 낙후된다. 국내에 셀룰러기술이 없던 5년전으로 돌아가 선택을 한다면G SM이 정답일지 모른다. 사실은 5년전에 우리도 TDMA기술을 획득하려고 했다.
결과적으로잘된 일이지만 당시는 아무도 기술을 공여해주지 않아 엄청난대 가를 치르고 셀룰러용 CDMA원천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CDMA셀룰러의 개발도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사라지고 사업자와 제조업 자들이 뒤늦게 떠맡아 밤과 낮, 주말과 명절도 없는, 피를 말리고 뼈를 깎는희생으로 상용화단계에 들어오니 이제와서 GSM기술을 주겠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신차려 살펴야 한다. 공예품은 오래될수록 골동품으로서 값이 올라가지만 기술은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곧 진부해진다. 5년전이 아닌 지금 한국의 PCS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온고이지신의 교훈을 살려야 한다.
일부에선 GSM을 생산해서 수출하자고 한다. 그러나 과거에 면허를 사서 생산한 시스템은 수출한 일이 없고, TDX만이 수출이 가능했다는 사실을 상기해 야한다. 한국은 TV를 NTSC로 표준을 단일화했지만 SECAM/PAL방식 TV는 수출 하고 있다. GSM도 표준화할 것이 아니라 단말기나 생산해서 수출이라도 하면다행이다. 결론적으로 기술력이 없는 후진국이라면 몰라도 선진국을 지향하고 있는 한국에서 PCS는 이용자에게 불편을 주는 이중의 표준화를 해서는 안된다. CDMA기술은 현존 셀룰러전화와 PCS뿐만 아니라 미래의 공중육상이동통신시스템 FPLMTS 에 쓰여질 미래의 기술이다. 따라서 우리의 선택은 분명하다.
지금우리는 이동체통신분야에서도 도약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농자 천하지대본"이듯이 한 나라의 정보통신시스템과 서비스도 스스로 연구개발을 하지 않고 며칠이면 시드는 꽃꽂이처럼 남의 기술에만 의존해선 안된다. 돌밭이라도 갈고 씨를 뿌려 땀흘려 가꾸는 농자의 고통을 겪고 터득 한기술이라야 쓰는 백성을 편하게 하고 나라살림을 부강하게 만든다. 진정한 세계화란 남의 것도 유익한 것은 받아들이되, 우리의 혼과 얼이 담긴 기술 상품 서비스를 제값을 받고 세계에 전파하는 것이다. <한국이동통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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