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업계, 컴퓨터 통신망 도입 붐

일본 산업계에 제2의 "컴퓨터 경영시대"가 열리고 있다. 정보가 사람.기 계.자본에 이어 제4의 경영요소로 평가되면서 경영자들의 컴퓨터 활용에 대한 관심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컴퓨터 경영을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코자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경쟁력 강화다.

한때 제조업에서 컴퓨터 활용의 선구자로 인식됐던 일본 산업계는 최근 몇년간 컴퓨터를 활용한 경영에서 관심이 멀어지는 듯했다.

지난 93년만 해도 일본 사무직 근로자의 개인용 컴퓨터 보급률은 10% 정도밖에 안되었다. 그나마 보급 컴퓨터중 사내통신망 등 네트워크화된 컴퓨터 는9%에 불과했다.

같은 시기 미국 산업계의 컴퓨터 통신망화 비율이 52%였음을 상기한다면 일본 산업계의 컴퓨터 활용이 어느 정도 저조한 수준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컴퓨터 통신망인 인터네트연결 호스트 수를 인구비례 기준으 로비교해도 사정은 마찬가지. 미국이 인구 1백명당 1대꼴로 보유하고 있을때일본은 1천명당 1대꼴이었다. 대부분의 유럽국가에도 뒤처졌다.

그러나 최근들어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체의 컴퓨터 도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업계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내 PC 판매량 은전년대비 30%이상 늘었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판매된 PC의 80%가량이 기업체 구매분이었을정도로 산업계의 PC 구입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이것을 일본 산업계에 다시 컴퓨터 경영 마인드가 되살아나는 징표로 받아들이는 견해가 유력하다.

일본 산업계의 컴퓨터 통신망 구축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후지 쯔의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 및 오사카에 있는 대기업중 3분의 2 가량이 근거 리통신망(LAN)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전 그 비율이 45%였던 것과 비교해 20%포인트 가량이 늘어난 것으로일본 산업계의 컴퓨터 통신망 구축 움직임이 어느정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인터네트에 연결된 호스트도 지난해 86%나 증가 했다. 이같은 변화는 일본 산업계의 기업문화 변화와도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

전통적으로얼굴을 맞대고 하는 맨투맨 방식 회의에 친숙한 일본인들도 시장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선 컴퓨터 활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실천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화를 통한 의견교환을 통해 경영방침을 확정하는 것조차 꺼리던 일본인 들에게 전자메일 등 컴퓨터를 통한 경영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생각하기 어려운일이었다. 그러나 일본 경영층도 정보화 사회에서 갈수록 커지는 컴퓨터 활용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세계 최대 전력업체이면서 보수적 기업으로 알려진 도쿄전력의 경우만 해 도아라키 히로시 사장이 직접 나서 필요한 서류를 전자메일로 보내도록 하는조치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2만여대의 PC를 새로 구입, 회사 간부들에 나눠줄 방침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제조업에 국한되지 않고 무역.서비스 관련업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형 무역업체인 마루베니의 경우 지난해 7천여대의 PC를 구입, 사내통신 망을 구축했고 이토추 상사도 PC 5천대를 네트워크화하는 작업을 마쳤으며스미토모는 1년내에 네트워크화 작업을 끝낼 계획이다.

스미토모 계열의 스미토모 은행은 특히 사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3백12개의 지점을 본사와 연결하는 광대역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까지 갖고 있다.

컴퓨터 통신망 구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계열사간 네트워크 구축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히타치, 스미토모, 도요타 등이 이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이같은 기업 컴퓨터 통신망 확산은 불필요한 서류작업을 크게 줄이고 시간낭비를 없애는 한편 비용 절감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무라 증권의 경우 컴퓨터 통신망의 활용으로 연간 1백억엔의 비용을 줄일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마루베니는 서류 용지의 사용을 30% 이상 줄였다. 그러나 컴퓨터 경영의 보다 중요한 가치는 경쟁 업체들에 앞선 의사결정으 로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는 것이 많은 일본 경영인들의 일반적인 지적이 다. <오세관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