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비사에만 매달려온 TV사극이 무대를 궁궐 밖으로 넓히고 있다. 방송3 사는 후궁들의 암투나 권력을 둘러싼 당쟁을 소재로 한 사극 일변도에서 탈피 선각자들의 개혁의지나 민초들의 생활상을 담은 사극을 속속 기획하고 있다. 가장 먼저 선을 보일 작품은 KBS 1TV 대하드라마 "찬란한 여명". 9월30일 부터 매주 토~일요일 밤 9시50분에 1백회로 방송될 "찬란한 여명"은 1866년 제너럴 셔먼호 사건에서부터 1895년 을미사변에 이르는 조선조 5백년 역사의 최대 격변기를 배경으로 개화파 선각자들의 불꽃같은 삶과 민중들의 움직임을 담고 있다.
극본은 이 드라마의 원작자이기도 한 사극의 거장 신봉승씨가 맡았고 시대극전문PD 이녹영씨가 연출한다. 지난 6월28일 첫 촬영을 시작했으며 최근 충 북옥천 로케에서는 드라마의 도입부분이자 개항사의 시발점이 된 제너럴 셔 먼호 사건을 생생하게 재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원로 탤런트 박병호를 비롯 이정길 남성훈 정영숙 김흥기 김용림 김진태 이신재 등 중견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으며, 한.일 비밀외교의 주역이었던 이 동인역과 신비의 여인 효옥역에는 연극배우 출신 김갑수와 신인탤런트 김경 아가 각각 낙점돼 눈길을 끈다. 총제작비 80억원을 투입할 의욕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는 KBS측은 "기간공영방송답게 우리 드라마사에 이정표를 세울 것" 이라며 기세가 등등하다.
SBS도 내년 봄 방영을 목표로 대하사극 "임꺽정"(김원석 유동윤극본, 김한영연출 을 한창 제작중이다. 조선 중기 전설적인 의적이었던 임꺽정의 일대 기를 그린 벽초 홍명희의 원작을 토대로 당시 시대상과 서민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복원한다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
특히 벽초의 원작소설이 우리말의 보고로 꼽히는 수작인 만큼 궁중용어투 의대사에서 탈피해 맛과 멋이 살아있는 당시 서민들의 일상언어를 복원할 계획이다. 주인공 임꺽정의 성인역은 아직 낙점되지 않았으며 어린 시절역에는강현종 백석중 3년)이 발탁됐다. 또 제작진은 그와 함께 생사를 함께 하는활의 명수 이봉학과 표창의 명수 박유복의 어린 시절 역으로 고동현(윤중중2 년)과 문혁(윤중중 3년)을 각각 캐스팅해 현재 전남 승주의 낙안읍성과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 등을 돌며 촬영중이다.
일찌감치 "일출봉"과 "야망" 등으로 맨먼저 궁중사극 탈피를 선언했던 MBC 도오랜만에 사극을 선보인다. 아직 제목은 물론 연출자와 작가도 선정하지 못한 단계이나 조선조 후기에서 일제시대에 이르는 시기를 배경으로 서민들 의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내년 중반까지 제작한다는 원칙을 최근 확정했다.
이같은 사극의 "탈 궁중 바람"은 방송가 안팎에서 환영을 받고는 있으나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촬영 장소. 궁중비사를 소재로 한 작품의 경우 창덕궁과 경복궁 등 서울 도심의 궁궐과 용인 민속촌을 배경으로 제작하면 되지만, 무대를 전국으로 넓힐 경우 일일이 오픈세트를 제작하든가 지방 로케를 해야 한다. 그러나 오픈세트 제작비가 엄청난데다 당시의 배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로케장소를 찾기가 어려워 리얼리티를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의상과 소품 역시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이와 함께 사극 전문작가가 태부족인 현실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사극은 신봉승, 임충, 정하연 등 일부 작가들이 고정집필하다시피하고 있으며 신진 작가들이 떠오르지 않고 있는 형편. 따라서 방송사들은 그동안 "궁궐 여인들 의사랑싸움만 그린다"는 시청자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단골 소재의 비슷한 사극을 양산해왔다.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좁쌀보다 작은 통합 반도체'…TI, 극초소형 MCU 출시
-
3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4
단독민주당 '과학기술정보통신AI부' 설립·부총리급 격상 추진
-
5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6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모두 기각..8명 전원 일치
-
7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8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9
제주도에 AI 특화 데이터센터 들어선다…바로AI, 구축 시동
-
10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