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국내 전자산업은 가격경쟁력 확보가 용이한 가전분야만을 선택적으로 치중한 나머지 산전부문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매우 미흡했던 것으로 평가된 다. 일본과 견주어보면 이러한 국내 산전부문의 열악한 환경은 확연히 드러난다.
일본은 석유파동과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등장으로 경쟁력이 떨어지자 노동집약적인 가전산업을 동남아 등지로 분산시켜 현지생산을 추진했다. 일본 전자 산업의 이러한 변화는 동남아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가전산업의 가격경쟁 력을 유지하는 한편 자국의 전자산업을 기술집약적인 산전부문 위주로 재편 하려는 전략에서였다.
결국 이러한 시장환경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이유로 일본과의 산전 부문 격차는 94년말 현재 한국이 74억6천만달러인데 반해 일본은 9백24억9천 만달러를 생산해 무려 12배가 넘는 극심한 차이를 보였다. 이와 같은 수치는 같은 기간 가전부문에서 한국이 1백46억2천4백만달러、 일본이 6백58만3천8 백만달러를 생산해 5배 정도의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수치 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산전부문발전은 60년대 들어서야 겨우 시작된다. 그러나 산전부문 의 초보적인 가능성이 본격적인 궤도로 진입하는 과정 역시 가전분야의 그것보다는 훨씬 어려운 진통과정을 겪어야만 했다. 남북분단이라는 시대적 상황 과 기술인력부족이라는 문제가 산전부문의 발전을 늦추는 장애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60~70년대 산전부문의 주요생산제품은 기계식 교환기、 군수용무선통신기기 탁상용계산기였다. 62년 개발된 스트로저(STROWGER)식 자동교환기는 늘어나는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당시 체신부 주도아래 만든 제품이었다. 이와 비슷한 시기인 61년에 자동식전화기와 공중전화기가 처음 생산된다.
이 시기의 무선통신기기는 군수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68년 VHF 송수신기 개발을 시작으로 워키토키 및 CB 트랜시버 등의 각종 군수 장비가 개발됐다. 이러한 무선통신기기 등의 개발은 자주국방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당시 정권의 이해기반과 맞물려 몇몇 군수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80년대 초반에는 반전자식 교환기와 전자식 버튼전화기、 자동식장거리 공중 전화기(DDD) 등이 개발됐다. 또한 8비트 개인용 컴퓨터가 처음 등장해 업계 에서 화제를 모았다. 무선통신분야에서는 구내용 무선호출기、 신호음방식의 호출기가 생산됐으며 계측기분야에서는 아날로그방식의 50MHz급의 오실로스 코프가 생산됐다.
산전부분의 본격적인 발전은 86년 달러가치의 하락、 저유가、 국제금리인하 등의 3저현상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 가전업계의 해외시장 진출에 위협을 느낀 선진국들은 자국산업보호를 위한 각종 제제조치를 발동했었다.
우리나라 전자업계는 선진국의 덤핑판정과 무역장벽으로 인해 더이상 노동집약적인 가전제품생산만으로는 경쟁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산전부문과 부품 산업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부 역시 그간 금기시했던 통신 분야를 민간에게 이양하고 산전부문 발전을 위한 각종 기술개발을 국책과제 로 지정했다.
이러한 산학연의 노력으로 85년 전전자식 교환기인 TDX-1이 개발됐고 올림픽 을 전후로 셀룰러방식을 활용한 무선전화기 개발이 이뤄지는 등 통신분야의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80년대말 통신분야와 더불어 가장 놀라운 성과를 거둔 분야는 바로 컴퓨터산업분야였다. 개인용컴퓨터 수요의 증가는 컴퓨터산업 뿐만 아니라 주변기기.
소프트웨어산업의활성화를 가져왔고 산업전반에 걸쳐 놀라운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국민생활 속에 깊숙히 침투해 "컴맹"이라는 신조어를 낳을만큼 컴퓨터 는 80년대말부터 현재까지 가장 주목받는 산업전자제품으로 성장했다.
이렇듯 개인용컴퓨터 및 주변기기、 유선전화기의 발전으로 산업용전자기기 수출은 81년 당시 2백만달러에서 94년 현재 58억7백만달러로 무려 29배의 쾌속항진을 계속하고 있다. <김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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