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V칩" 대응책 "발등에 불"

미 의회가 이달초 어린이들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TV프로그램의 수신을 제한 하는 "V칩(Violence Chip)"법이 제정되어 국내 가전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앞으로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본격 시행될 이 법은 어린이를 유해 TV프로그 램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앞으로 V칩을 채용 하지 않은 TV의 대미 수출이 어렵게 돼 있어 우리에겐 새로운 무역장벽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제정된 V칩법은 폭력. 선정. 외설을 다룬 장면이 많아 성인용으로 판정된 TV프로그램의 방영시 시청자가 비밀번호를 모르면 수신할 수 없는 V칩 을 13인치 이상 모든 TV수상기에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가전업체들은 미현지 지사와 거래선을 통해 V칩법의 내용 및V 칩 개발동향 등 관련 자료수집에 나서고 있으나 현재까지 V칩 개발이 미국내 에서도 본격화 되지 않고 있는 상태에 있어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있다. 업계에 따르면 V칩규격은 현재까지 미국에서조차 확정되지 않았을뿐 아니라개발업체도 가시화되지 않아 상용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V칩 은 TV수상기에 별도 채용되기 보다는 마이컴내에 장착되는 형태로 개발되고 있는데 미 전자업체들이 신호기준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TV업체들은 주문형 반도체기술이 외국보다 뒤떨어져 V칩 조달을 대부분 외국 반도체업체에 의존할 할 것으로 보여 V칩 공급지연은 물론 TV생 산원가도 크게 상승할 전망이다.

장착방식에 따라서는 TV설계방식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어 V칩법이 국내 가전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이래저래 커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우려는 국내업계의 대미 TV수출규모를 보면 쉽게 짐작이 간다.현재 연간 2백50만여대로 추정되는 대미 TV수출이 "V칩"법 시행으로 차질을 빚는다면 엄청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V칩법은 그 자체 보다는 최근 미국이 기존의 반덤핑규제를 넘어서 점차 다양한 방법으로 대외 무역장벽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의 한 단면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V칩"법은 미국입장에서 보면 청소년을 유해 프로그램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문화.미디어 정책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외국업체들에게는 TV수출을 제어 하는 교묘한 무역장벽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1~2년 사이 환경보전과 에너지절약을 이유로 플라스틱으로된 TV케이스나 패킹은 물론 정격전압까지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TV수상기에 케이블TV 수신기능 부착을 의무화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V칩은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고난도기술은 아니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따 라서 2년전 미국에서 개발된 캡션 칩과 마찬가지로 규격만 공개되면 개발과 장착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업체들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마이컴 구득난에서 이미 확인됐듯이 늑장 공급을 일삼고 있다.국내 업체들은 현지 TV공장이 부품을 현지에서 구매하는 조달체계도 미흡하다.

이 때문에 V칩법이 일정대로 1년 뒤에 실시될 경우 자칫 초기단계에 TV수출 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

국내 업체들은 만일 V칩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다른 유럽과 일본업체의 미국 내 거래선과 공동으로 유예기간을 연장시키는 쪽으로 로비를 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특히 TV방송사 등 미국 미디어업체들이 최근 "V칩"법에 반발하고 있는 점을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국내업계가 미국을 상대로 뒤탈없이 성과를 담보해 낼 지는 미지수 다. 정보수집력은 물론 로비력도 일본과 유럽에 비해 훨씬 취약한 국내업계 가미국에 영향력을 행사해 불리한 상황을 유리하게 반전시키기는 어렵다고본다. 따라서 희망사항에 불과한 불확실한 사후전략보다는 현실성있는 대안을 사전 에 찾아내는 유비무환의 적극적인 자세가 아쉽다.

이번 미국의 V칩법제정을 계기로 우리도 정보력과 로비력을 키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를 더이상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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