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야기 49] 불평편지 자동제작기

인터네트를 통해서 알게 된 친구로부터 얼마전 전자메일 한 통을 받았다. 안부를 묻는 것도 아니었고, 어떤 문제가 생겨서 조언을 구하는 것도 아니었다. 편지제목이 "http://www..."이길래 이 친구가 어디 잘 꾸며진 웹 사이트를발견하고 나에게 소개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수십통 밀려있는 다른 메일을 보느라고 그 메일은 그냥 지나쳐 버렸었다. 내용이 1백줄이 넘는 것을 보고 언뜻 생각하길 어떤 페이지의 내용을 복사해서 보낸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전혀 뜻밖의 내용이었다.

그런데 몇 줄 읽어내려가다가 그 친구가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있었다.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영문 메일을 주고 받을 때는 영어 사전을 수없이 뒤적이게 만들 만큼 어려운 단어들은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10여 개의 단락에 필자에 대한 불만을 조목조목 열거하고, 마지막에 결론까지 맺는다. 필자가 하는 말은 항상 미리 준비된 원고를 읽는 것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이런! 그런데 그 편지는 수신자를 그다지 기분나쁘게 하지는 않았다. 어떤 소설의 한 대목에서 재미로 그저 이름만 살짝 바꾼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편지를 받았을 경우 우리는 금방 복수(?)할 수 있다. 그쪽에서 밟은 절차를 그대로 밟기만 하면 된다. 먼저 웹 브라우저를 이용하여 제목에 나와있는 http www csag. cs. uiuc. edu/individual/pakin/complaint"로 접속한 다. 그러면 "불평 편지 자동 제작기"라는 제목이 나타난다. 상대방의 이름과 성별, 만들어내고자 하는 단락의 수 등을 입력하고 "Complain" 단추를 누른다. 여기에서 실수하면 안되므로 일단 자기 이름으로 시험해 본다. 몇초 후 불평으로 가득한 편지가 만들어진다. 아마 혼자 힘으로 이런 편지를 쓴다는것은 하루종일 고생해도 불가능할 것이다.

이 편지를 텍스트로 저장했다가 상대방에게 메일로 보낼 수도 있지만 웹 브 라우저에서 직접 메일을 보낼 수 있다. 여기서는 네트스케이프를 사용하는것으로 가정한다. 먼저 "File/Mail Document" 메뉴를 선택한다. "Mail To:" 에 상대방의 전자메일 주소를 입력하고 "Attach" 단추를 누른다. 마지막으로 Send 단추를 누르면 메일이 전송된다.

"불평 편지 자동 제작기"는 스코트패킨이라는 미국의 한 대학원생이 만든 프로그램이다. 편지를 자동으로 만들어 준다는 생각이 특이해서인지 뉴스위크 지에 실릴 정도로 유명하다. 이 프로그램은 여러 문장을 적당히 준비해 두었다가 아무렇게나 불평 편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수천개의 단어로 구성 된 데이터 베이스를 이용하는 과학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편지는 당연히 특정인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매번 요구할 때마다 전혀 새로운 내용의 편지를 만들어 준다. 미국에서는 정치인들이 이 편지의 수신자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이 페이지는 그래픽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홈 페이지에 역할이 불분명한 그래픽 파일들을 계획없이 무리하게 집어넣어 신속한 접속을 방해함으로써 방문자를 짜증나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심각하게 고려해 볼 문제이다. 이 페이지에서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긍정적인 편지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편지도 만들 수 있도록 준비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상주포항공과대학박사과정(lsj@chem.poste-ch. ac.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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