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국가GIS" 심층진단 (16);수치지도 (하)

국가GIS 추진에서 국립지리원의 위상강화 문제는 가장 시급하다.

한때 1급기관으로서 원장이 차관급이었던 국립지리원은 5공직전 직제조정 으로 인해 2급기관으로 전락하면서 위상이 크게 격하했다.

국립지리원의 위상을 거론하는 학계업계전문가들은 "이전에는 그나마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GIS등에서 수학한 전문가도 지리원에서 일하려는 의욕을 보이는등 나름대로의 위상이 서있었다"며 아쉬움을 표한다.

일본 사정에 밝은 P사의 한 관계자도 "일본의 경우 수학과 물리를 전공한 인력을 채용, 이들을 2년간에 걸쳐 측량전문인력으로 배양한다. 이런 식으로 배양된 석.박사급 인력이 2백~3백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국가사업에 어느 정도 기여할 지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국립지리원의 경우는 어떠한가. 1백50여명의 인원이 근무하는 국 립지리원에는 석.박사급 전문인력의 양성책은 고사하고 대학졸업 전문 인력 의 활용 및 양성책도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국가GIS사업 수치지도제작의 책임부서인 항측과는 불과 30여명의 인력으로 이전보다 수십배나 커진 국가사업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지리원의 예산은 1억5천만원. 그러나 올해는 이보다 무려 32배에 달하는 48억원규모의 각종 관련사업을 수행해야만 한다.

국립지리원의 업무는 국가GIS 구축사업과 관련, 수치지도제작은 물론 각지자체와 정부가 반반씩 부담하는 수치지도제작비용에 대한 설명은 물론 제작후 잔여예산에 이르는 시시콜콜한 행정적 문제에까지 이르고 있다.

당초 GIS추진위는 국가 기본수치지도를 5천분의 1지도로 만들기로 했다.

이러한국가GIS수치지도의 축척이 결국 1천분의 1, 5천분의 1, 2만5천분의 1지도로 세분화됐다.

이 또한 국립지리원 주장이 당초부터 반영된 것이 아니라 감사원의 감사작업과정에서 지리원의 의견이 수렴돼 수정된 사항이다.

한편 최근들어 정부의 도시지역에 대한 수치지도 제작과 관련해 1천분의 1축척 지도에 대해서도 더욱 정밀한 지도제작의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럽 선진국의 도시계획 관련자료를 보면 몇몇 국가는 이미 19세기말에 대 축척지도를 만들어 지하매설물관리를 했음을 알 수 있다. 스위스 바젤시나 독일의 튜빙겐시의 경우 이미 1890년대에 도시지역 가스관 상하수도관 등의지하매설물지도를 2백분의 1 축척으로 제작해 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 공무원들은 선진국의 GIS 견학을 하고 와서는 선진 국도 소축척도를 사용하고 있다고 흔히 말한다"며 "이는 이들국가의 지하시설물 구축지도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수치지도와 관련한 최대 장애중 하나는 지도에 관한한 우리나라는 철저한 후진국이라는 점이다.

지도전문가의 수가 그렇고 지도를 해석하는 전문가 양성노력에서도 그러하며 지도의 중요성을 의식하지 못하는 중앙정부차원에 이르러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사례는 국가GIS추진위가 초기에 국가기본도로 5천분의 1 지도를 제작하려 했을 때 재정경제원이 1억원만을 지원하려다가 뒤늦게 이를 변경한 사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재경원은 그 돈으로는 20년이 지나도 지도를 못만든다는 국립지리원과 업계의 항변과 수자원공사등 각 정부투자기관이 시설물 DB구축을 위한 관련예산을 신청해오자 생각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또 최근 대구도시가스 폭발사고를 당하자 건교부의 한 고위인사가 수치지 도제작사업을 앞당겨 GIS를 조기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 공언은 정부가 GIS 기본인 수치지도에 대한 인식을 전혀 갖추고 있지 못한 전형적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GIS전문가 P씨는 "영국의 경우 당초 70년대부터 2010년까지 전국토를 대상 으로 수치지도 제작작업을 실시하려 했는데 작업을 하다보니 노하우가 생겨10만매 이상의 작업을 당초보다 15년이상 앞당기게 됐다"는 얘기를 전한다.

이런 모든 정황을 고려할 때 정부 국가GIS사업의 밑바탕인 수치지도가 97 년까지 제대로 제작될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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