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당국을 바라보는 반도체업계의 눈길이 곱지 않다. 정부가 기업을 도와 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섭섭함마저 배어 있는 눈치다. 재경원이 최근 업계에 "비공식적"으로 통보한 해외투자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해외투자분의 20%를 현지 은행을 통하지 않고 해당 업체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는 이 "가이드라인"은 특히 현대전자와 삼성전자가 추진하고 있는 미주 지역 반도체 현지공장 건립계획에 사실상 족쇄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는 특히 세계화를 표방하며 경쟁력 제고를 강조해온 당국이 지난 92년 사문화시킨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가이드라인"이라는 이름으로 부활시켜 가며 업계의 해외투자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데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원은 반도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해외투자에 나설 경우 국내 산업의 공동화가 우려되고 투자금액도 건당 1조원을 훨씬 넘고 있어 잘못될경우 국가경제에 미칠 위험부담도 크기 때문이라는 토를 달고 있다.
그러나 당국의 이런 사고는 반도체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과감한 선점 투자가 중요하다는 사실은이미 D램시장에서 여러번 입증된 바 있다. 반도체 산업이 무역마찰을 피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있는 곳의 현지공장 건설이 필수적이다.
"공업배치법"등으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공장증설도 쉽지 않은 마당에산업공동화를 운운하는 것도 설득력이 적다.
21세기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국가경쟁력은 기업경쟁력에 다름 아니다. 우리정부가 정권 초기 세계화를 표방하고 각종 규제완화 조치를 취한 것도 이같은 "진리"를 믿고 우리나라 기업의 잠재력을 높이 산 까닭일 것이다.
이같은 믿음이 별안간 식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세계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업계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일은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 특히 반도체 같은 타이밍 산업일수록 장애물 제거에 정부가 앞장서 나서주는 게 마땅하다. 기우겠지만 이번 가이드라인 이면에 항간의 소문대로 특정기업에 대한 괘씸죄 내지는 "길들이기" 같은 정치적인 요소까지 내재돼 있다면 더 큰 문제 다. 멀리 내다보는 정책이 아쉽다.
경제 많이 본 뉴스
-
1
MBK, '골칫거리' 홈플러스 4조 리스부채…법정관리로 탕감 노렸나
-
2
미국 발 'R의 공포'···미·국내 증시 하락세
-
3
금감원 강조한 '자본 질' 따져 보니…보험사 7곳 '미흡'
-
4
트럼프 취임 50일…가상자산 시총 1100조원 '증발'
-
5
이제 KTX도 애플페이로? 공공기관도 NFC 단말기 확산 [영상]
-
6
은행 성과급 잔치 이유있네...작년 은행 순이익 22.4조 '역대 최대'
-
7
보험대리점 설계사 10명중 1명은 '한화생명 GA'…年 매출만 2.6조원
-
8
[ET라씨로] 참엔지니어링 80% 감자 결정에 주가 上
-
9
메리츠화재, 결국 MG손보 인수 포기…청·파산 가능성에 '촉각'
-
10
그리드위즈, ESS 운영 솔루션 교체로 경제 가치 35% 높인다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