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영전자, "한전 안정기 공급 낙찰" 파문

"고"마크 조명기기 제조업체 협의회에 회원사로 가입한 전자식 안정기업체간 경쟁이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전력 전국사업소를 대상으로 하는 32W급 2등용 전자식 안정기 보급사업 공개입찰에서 두영전자 가 최종 납품업체로 선정된 것이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특히 그 이전까지는 회원사간의 경쟁이 직접적으로 불거져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번 한국전력 입찰 결과는 상대방에 대한 원색적인 공격이 난무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다.

안정기 업체들의 이전투구를 부른 원인은 한국전력의 계약 방식 변경과 이에 부응 ? 한 업계의 영업 전략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한국전력은 이번 사업 과 관련、 그간 관행화됐던 수의계약형식을 깨고 공개입찰로 전환했다. 한전 의 태도 변경은 자의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업체간의 수주 경쟁이 격화되 면서 어쩔 수 없이 방향전환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전력의 이번 사업이 물량은 비록 1만3천8백개에 불과하지만 한국전력이" 고"마크 시행주체이고 여기에 납품하는 업체는 최초 공급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된다. 자연히 공급 업체는 향후 시장 입지나 위상등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되기 때문에 "고"마크 협의회 회원사들간에 치열한 경쟁을 벌일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은 당초 두영전자가 이번 사업을 가장 먼저 인지、 영업 력을 집중하고 양질의 제품을 적기에 납품할 수 있다고 판단、 이 회사와 수의계약 체결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영의 영업이 계속되면서 화승전기가 수주청약을 신청하고 여기에 라이텍전자와 엘바산업까지 가세해 혼전의 양상을 보이자 한전이 돌연 공개 경쟁입찰을 선언하게 됐다.

한전의 공개 경쟁 입찰 선회는 스스로의 필요성보다는 업체간의 싸움에 따른 불필요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변화되자 협의 회는 수차례 회원사간의 사전회동을 갖고 공개입찰에서의 출혈경쟁을 막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측으로서는 한전에 대한 최초의 "고"마크 제품 납품을 단일 업체가 "독식"하기 보다는 회원사간에 골고루 분배、 공급하는 것이 앞으로도 훨씬 유리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협의회는 그 구체적인 대안으로 공급능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루멘전광을 경쟁 입찰시지원 낙찰업체로 선정되게 하고 그 이후에는 업체별로 지분을나누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협의회는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상태에서 최저가인 1만6천원 이상을 입찰가로 기입하기로 약정하고 루멘전광에 낙찰되게 끔 지원하기로 했던 것이다.

물론 협의회의 이같은 방침에는 두영전자도 승복한 것으로 전해져 별다른 파장없이 일단락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경쟁 입찰에서는 두영이 1만4천5 백원을 입찰가로 제시해 최종낙찰에 성공했다. 이에따라 회원사들이 격분、 협의회에서 두영을 제명할 것까지 검토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회원사간의 당초 약속을 어긴 두영에 대한 제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하더라도 협의회측으로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공개할 경우 "사전 담합"을 인정하는 꼴이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협의회는 이 때문에 두영의 독단 을 제재할 별다른 묘수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고 회원사간의 갈등은 더욱깊어지고 있다.

이번 회원사간의 다툼은 "고"마크 제도가 근본취지와는 달리 업계의 영업전략에 이용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양질의 안정기를 보급함으로써 고효율의 에너지를 운영하고자 했던 이 제도의 애초 목적이 완전하게 무너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두영이 제시한 가격은 거의 덤핑에 가까운 것이어서 전반적인 안정기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심각하고、 사후관리 등을 고려할 때 이런 가격이 여타 계약에도 적용될 경우 향후 업계의 채산성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결국 이번 공개입찰은 두영과 협의회 및 잠정적인 전기수용가에게 모두 불이익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 과도한 가격경쟁이 품질저하와 사후관리의 부실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고"마크 협의회는 한국전력공사에서 시행하는 "조명효율 개선 장려금 리베이트 제도"의 발전과 대상기기인 전자식 안정기.전구형 형광등 등의 보급활성화 및 품질보증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업체들간 이권다툼이 심해 오히려 시장 질서가 문란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어 협의회의 근본취지에 어긋나는 행태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한전 입찰은 이미 끝났고 그에 따른 협의회 회원사간의 갈등은 심화되고 있지만 업체들이 "고"마크 운용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나 시장 질서 확립 의지가 뒤따르지 않는 한 당분간 해결책은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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