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주기판사업 강화 배경과 국내업계 영향

컴퓨터의 핵심인 마이크로프로세서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미 인텔이 주기판사업에까지 본격 참여함에 따라 국내는 물론 세계주기판 업체 들이 바싹 긴장하고 있다.

CPU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텔이 그 영향력을 무기로 주기판 사업 을 밀어붙일 경우 자금과 기술 모두에서 열세인 국내 주기판업계는 설자리를 거의 잃어버릴 공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저가의 대만산 공세로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조차 시장 지배력을 상실、 근근 이 연명하는 수준인 국내 주기판업계는 인텔의 주기판 사업강화 및 내수판매 개시로 로엔드 제품은 물론 하이엔드제품에서 마저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기판업체가 판매 위축을 걱정한다면 국내 컴퓨터업체는 마케팅 측면에서인텔의 행보를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우선 대만산 주기판을 사용하고 있는 국내 일부 주요 컴퓨터업체는 인텔이 대만산과 성능과 가격면에서 경쟁적인 조건을 제시한다면 인텔 보드를 자사P C에 탑재할 가능성이 매우높은 실정이다.

특히 인텔이 컴퓨터 분야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인텔 보드를 탑재한 PC"라는 점은 PC 마케팅에서 무시못할 소구점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산 주기판을 탑재해온 일부 PC업체들은 이를 인식、 내부적으로 인텔의 주기판을 자사 PC에 탑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인텔 주기판 탑재 여부에 대한 국내 PC업체의 관심은 특히 펜티엄급 PC를 출 시하면서 더욱 고조되고 있다.

펜티엄급 CPU가 PC 상에서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칩세트의 역할 도 무시할 수 없는데 현재까지 펜티엄 CPU의 성능을 제대로 받쳐주는 칩세트 가 개발되지 못했다는게 인텔의 분석이다.

칩세트가 펜티엄 CPU의 성능을 받쳐주지 못해 CPU의 보급실적이 당초 목표치 보다 미진했다고 판단한 인텔은 지난해부터 펜티엄과 완벽한 호환이 가능한 칩세트인 "트라이톤"을 개발、 펜티엄 칩과 같이 공급하기 시작했다.

국내 PC업체들도 펜티엄 칩과 트라이톤을 이용한 보드설계에 착수해 일부 업체는 시제품 개발에 성공、 PC탑재 전단계까지 와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은 자체 개발한 펜티엄 보드(트라이톤 탑재)를 시스템에 탑재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그 만큼 자체 개발한 펜티엄 보드의 성능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내 PC업체의 고민을 간파한 인텔은 CPU와 칩세트는 물론 주기판을 경쟁력있는 가격"에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하는 등 국내 PC업체 유인 전략을 펼치고있다. 이미 인텔은 석영전자를 통해 자체 제작한 펜티엄 보드 1천여장을 이달초 국내에 공급한 것을 비롯 향후 PC업체를 상대로한 영업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여기에다 인텔은 차세대 CPU및 칩세트에 대한 신기술 정보에 목말라 하는 국내 PC업체들에게 "정보 제공의 우선권"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PC업체들을 애타게 하고 있다.

그러나 CPU 분야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작한 인텔의 주기판 사업 이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 성공을 거둘지 아직까지는 미지수이다.

CPU와 칩세트를 판매하고 있는 인텔이 주기판 사업에까지 참여함에 따라 자칫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PC의 차별성이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과연 이러한 현실을 세계 주요 컴퓨터업체들이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이미 컴팩은 탈인텔을 공식 선언했고 나머지 컴퓨터업체들도 인텔의 영향력 에서 벗어나는 전략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또 AMD、 사이릭스、 넥스젠 등 호환칩 업체들은 펜티엄에 대항하는 새로운 칩의 출하시기를 앞당기거나 출하량을 늘리고 있으며 UMC、 SIS 등 대만의 칩세트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는 등 인텔에 대항한 연합전선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 주기판 공급의 80%를 담당해온 대만 주기판업체들은 인텔의 주 기판사업 강화에 크게 반발하면서 그동안 인텔과의 공동보조 정책을 포기 ? 하고 IBM.모토롤러.애플이 공동개발한 "파워PC"를 기반으로한 주기판 생산에 적극 나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인텔의 주기판 사업 강화로 더욱 촉발된 전세계 컴퓨터업체들의 반인텔 공동 전선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것을 의식한 인텔코리아측은 "주기판 사업을 강화 한 것이 아니라 펜티엄 CPU의 보급 확대를 위한 보조수단일 뿐"이라고 궁색 하게 설명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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