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산가전 선호는 난치병인가

외산제품 선호풍조가 우리사회에 만연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러가지 지표 에서 이러한 징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 4월까지 전체 소비재 수입액은 41억8천만달러였으며 이 가운데 호화 사치품목으로 분류돼 특별소비세가 부과된 수입품은 6억5천5백만달러로 전체 의 15.7%를 차지했다. 특소세 과세대상 소비재의 수입비중은 지난 92년만해 도 10.8%에 불과했으나 93년 12.1%、 지난해 13.7%등으로 수입자유화의 진전과 함께 해마다 증가세를 보여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그 증가폭이 4월까지만도 지난해보다 2%포인트나 높아질 정도로 너무 높다. 이비중이 연말에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게 관계자의 관측이다.

우리는 이같은 소비재 수입비중의 증가가 고가의 사치성 외산 가전제품에 주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올들어 4개월간 수입된 외산 가전제품은 4억5 천2백만달러로 작년보다 43.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가전시장의성 장세가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폭발적이라 할만큼 높은 증가 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 수입액은 여타 사치성 소비재에 비해 6~7배 높을뿐 아니라 전체 특소세부과 소비재 수입액중 69%를 차지하고 있다.

수입증가율이 높은 외산 가전제품은 사치성 내구소비재의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히는 25인치이상 대형컬러TV.캠코더.VCR 등 3대제품이다. 올 4월말까지 25 인치이상 대형컬러TV 수입액은 1천60만달러어치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무려 1백94%가 늘어났으며 대수로도 지난 3월말까지 2천8백41대로 2배가 증가했다. 캠코더와 VCR의 수입도 각각 89.1%、 1백6.4%가 늘어났다. 뿐만아니라국산품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전자레인지도 64.7%가 증가했으며 전기 다리미도 1백23.4%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올들어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등으로 시장개방을 늦출 명분도 사실상 사라져 외산제품의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견되긴 했어도 이처럼 가전제품 수입이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또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제품을 들여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우리가 능히 만들 수 있고 세계시장에까지 수출하는 품목이 갈수록 수입이 늘고 있다는 것은 뭐가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는 느낌이다.

물론 외산 가전제품의 수입이 크게 늘어난다 하더라도 이에 버금갈 정도로 수출이 늘어난다면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문제다. 외산 가전제품의 수입증가는 연구개발의 위축등 국내산업에 직간접적인 피해가 크다는 사실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한때 외산제품의 국내시장 잠식 제어방안으로 수입을 담당했던 제조업체들도 이를 인식、 수입을 자제 하고 품질이나 디자인면에서 외산제품에 뒤지지 않은 제품을 만들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최근 외산 가전제품의 수입증가는 과소비 풍조와 함께 외산제품 선호 의식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수준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 잘사는 풍요로운 생활로 비유되긴 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금 우리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현상은 이와는 확실히 거리가 멀다고 한다. 잘 산다는 것이 헤프게 사는 것으로 오도되고 있으며 외산제품 선호풍조 역시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점은 우리소비자들 모두가 자성해야 할 일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는 어느 사이에 무려5백억달러를 넘어서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외채대국이 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사회의 과소비 현상이나 외산선호 풍조가 국민전체 계층에 확산되지는 않았다. 과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일부 고소득 계층에 의해 외산 가전제품의 소비가 주도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부가 수입품유통센터를 건립하겠다는 등의 계획도 이런 측면에서 신중히 생각해 볼 일이다.

벌써 일부 외산가전제품이 빠른 속도로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부터 국내 가전시장이 완전개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둘러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아직은 외산선호가 일부 고소득층에 불과하다고 하나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치명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정부 는 시장개방등 모든 부문에서의 수입길을 터놓기까지 했다.

이제는 제도나 장치로는 수입을 막을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이다. 기업과 소비 자들이 노력해야 하는 방법밖에 없다. 기업은 국내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 개발등으로 외산과 차별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며 소비자는 검약을 생활화하는 것이 가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애국의 길임을 인식하는 정신을 갖기를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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