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원 산책] 국산 슈퍼컴의 비애

"어젯밤 우리 아빠 엄마 부부싸움에 잠을 잘 수가 없네. 요리조리 따지시는우리엄마- 엄마가 필요한 건 혹시 슈퍼맨-" 요즘 유행하는 노래가사의 일부이다. 대충 내용이 아빠가 슈퍼맨이 되어야 엄마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있고 그러한 아빠가 불쌍하다는 내용이다.

사실 요즘 엄마만 슈퍼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국사회의 모든분야가 슈퍼맨을 필요로 하고 있다. 아니 슈퍼맨이기를 강요하고 있다. 모델을 뽑아도 그냥 모델은 안된다. 슈퍼모델이어야 한다. 탤런트를 선발해도 그냥 탤런트 로는 어림도 없다. 슈퍼탤런트라야 한다. 이런 슈퍼 컴플렉스는 모든 분야에퍼져있다. 신도시의 부실 아파트건설, 도시가스 누출 폭발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등은 적은 자원으로 큰 일을 해내야 한다는 슈퍼 컴플렉스가 빚어낸결과이다. 과학기술계도 크게 예외는 아니다. 몇년전에 어느대학에서 슈퍼컴퓨터를 단2 년만에, 단 10억원을 들여, 그것도 상용화수준까지 만들었다 하여 신문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다. 2, 3년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그 슈퍼컴퓨터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 교수의 학문적 업적이나 성과에 대해 비난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 연구진을 슈퍼연구진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한국의 슈퍼병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 선진국에서는 10년 걸려 5백 억원 들여 개발한 기술을 상대적으로 기반기술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2년걸 려 10억원에 개발했다면 다음중 한가지일 것이 분명하다.

첫째, 임기중에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기술개발 주도 그룹의 욕심이 숨어있을 것이다. 둘째, 그 기술개발에 실제로 참여했던 연구자들의 비도덕성이 연구결과를 부풀렸을 것이다. 셋째, 그것을 평가하고 홍보하는 사람들의 비 전문성이 부른 무지의 결과일 것이다. 위의 세가지 중 하나가 아니라면 그 연구개발에 참여한 연구원은 분명 슈퍼맨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이러한 슈퍼병은 연구결과물의 이름에도 만연되어 있다. 일본에서 수입된 차세대 를 시작으로 "인공지능" "지능형" "초고속" "슈퍼" "퍼지" "카오스"" 바이오" "실감" "사이버" "인공현실" 등의 이름이 유행하고 있다. 이러한 접두어로 장식된 제품은 굉장한 위력을 발휘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이 러한 접두어에 걸맞는 연구결과물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사 용했던 이름속에 포함된 연구내용들은 그 연구결과의 수준과 상관없이 다시 거론하기는 쉽지않다.

몇년전에 "고속중형 컴퓨터"를 기획할때, 이 컴퓨터가 병렬처리 구조로 제안 되었다. 이때 이미 우리나라에서 병렬처리 컴퓨터가 4번이나 개발되었다는 이야기 때문에 그 컴퓨터개발을 기획했던 사람들이 힘들어 했던 기억이 있다. 기존의 과제가 사용했던 이름을 다시 사용하려면 더 굉장한 접두어를 가 진이름을 선보여야 한다. 하도 좋은 이름을 다 써버려서 이제 또 어떤 이름 을지어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가지 사항에 대해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개발된 기술이 실험실안의 실험시제품 수준인지 상품화가 가능한 수준인지를 밝혀야 한다. 둘째, 연구개발의 범위를 정확하게 밝혀야한다. 신경망 컴퓨터에 사용되는 칩 하나를 개발해 놓고 신경망 컴퓨터를 개발했다고 해서는 안된다. 셋째, 개발된 기술은 모든 국민이 혜택을 입고 사용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 기술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반드시 전문가 그룹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등 국내외적으로 세계에서 일류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되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 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슈퍼맨이 되어 단번에 해치우겠다는 생각보다는 정직 하게 어느것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할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슈퍼맨들이 해놓은 일중에는 없앨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둘 수도없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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