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멀티미디어시대의 저작권

전 영 표 <>서울대학교 문리대 언어학과 졸업 <>중앙대.한양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졸업(문학박사) <>동양출판사.과학사편집부장 <>대한공론사(코리아헤럴드) 출판.편집부국장 중앙대.경희대.동국대 대학원 출강 신구전문대학 출판학과 교수/학보사 주간 <>출판문화학회 회장 <>주요저서:"한국출판론" "정보사회와 저작권" 등 다수 멀티미디어 시대의 저작권 문제 신구전문대 교수.출판학 벌써 미국은 지난 93년 앨 고어 부통령에 의해 "정보 슈퍼 하이웨이 구축"을 공언했고, 이후 세계 여러 나라들도 자국에 맞는 정보 고속도로, 즉 슈퍼 하 이웨이 구축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러한 정보 고속도로의 구축은 초고속 컴퓨터망이 구성되면 그 최대 서비스는 멀티미디어를 지원하는 것일 수밖에없다는 국가적인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미 일본도 NTT가 B ISDN 구상을 진행하면서 2000년까지 간선통신망을 광섬유로 바꾸고 오는 2010년에는 각 가정에 연결시킬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오늘의 문민정부가 "세계화"의 개혁정책을 제시하면서 그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적인 수단으로서 초고속 통신기반의 조기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멀티미디어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일환인 것이다.

지난날의 인류는 문자나 사진, 그림 등으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을 삼아 왔으나 오늘에 이르러서는 음성.영상.전자 매체로 그 양상이 다양화되고 있으며 내일의 매체에 대하여는 우리의 상상이 미처 따라갈 수도 없을 만큼 급변 해 가고 있다.

날로 치닫고 있는 정보화사회는 마이크로 칩과 컴퓨터, 광케이블 등의 개발 에서 비롯된 통신분야의 "컴퓨터 혁명"을 야기하고 있으며, TV세트와 컴퓨터 의 결합까지도 실현시키고 있다. 오늘의 이같은 정보사회는 종전의 것이 아닌 모두가 새로운 전자와 관련된 신기술(new technology)에 의해 이룩되어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신기술에 의한 매체가 발달하면서 멀티미디어를 출현시키고 있다. 복합 적인 새로운 미디어는 컴퓨터를 비롯한 통신 방송 영화 음악 출판 케이블 등7개 분야의 산업이 서로 연관을 맺으면서 내일의 혁명적 산업으로까지 각광 받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디지털 기술에 의한 멀티미디어의 복합산업이 미래 의 주역산업이 되리라는 것은 미래학자들의 예언이 아니더라도 이미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앞으로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이용하게 되는 것은 멀티미디어 산업에 의한 정보의 유통이라 하겠다. 정보사회의 총아인 이 멀티미디어 산업은 컴퓨터계 멀티미디어를 비롯하여 통신계 멀티미디어, TV계 멀티미디어, 출판계 멀티미디어 가전계 멀티미디어 등 다섯 분야로 대별되고 있다.

매체산업의 발달은 앞으로 새 기술의 창출자와 그 사용자간 이해 관계가 첨예화될 수밖에 없다. 나날이 기술은 앞서가는데 이것을 운영하는 제도는 늘 뒤져 왔던 것이다.

특히 제도를 뒷받침해 주고 있는 법은 종래의 보수적인 규정에 얽매어 좀처럼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법의 개정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나 오늘의 법규정이 급변해 가고 있는 내일의 정보화사회를 따라가지못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멀티미디어와 저작인접권> 멀티미디어란 용어가 출현한 것은 1980년대 전반으로 지금까지 인류가 축적 해 온 문자 화상 음성 영상 및 각종 수치의 데이터 등 복수의 정보 표현형태 를 압축기술과 부호화에 의해 디지털함으로써 단일 채널을 통하여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전달.통제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인 것이다. 또한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대화방식으로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편집할 수 있는 관련 기능을 갖춘 시스템이기도 하다.

그 종류는 멀티미디어의 환경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유통의 측면에서 CD를기억매체로 한 "패키지계"와 TV회의, 컬러 팩시밀리 등의 "통신계"와 "방송 계"로 구분되며 멀티미디어를 재생, 실행하는 플랫폼에 따라 멀티미디어 PC에 의한 시스템과 가전 제품으로서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게임기에 의한 게임 플레이어시스템 등으로 나누고 있다. 앞으로 PC를 중심으로 멀티미디어 기기가 통합되어 가는 추세에 있다.

특히 멀티미디어의 대명사처럼 불리고 있는 CD롬은 컴퓨터 매체로서 가장 각광받고 있다. 과거 종이에 인쇄하여 커다란 책으로 엮었던 것을 디스크 한 장에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콤팩트 디스크 한 장에는 무려 6백80MB의 용량을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냥 읽기만 했던 CD를 문자와 그림, 소리 등을 합성하여 전용 플레이 어를 통해 TV 수상기로 볼 수 있게 한 CD I의 개발에 이어 단 한번 더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한 CD WORM도 개발되어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모해 주고 있다. 그밖에도 노래방이나 가라오케 등에서 이용하고 있는 CDG 와 CDEG를 비롯하여 일반 음악용 오디오인 CDDA와 CDG에 데이터를 입력하여 전자악기와 함께 연주할 수있게 한 CD MIDI 등 CD류는 10종이나 된다.

이 멀티미디어는 지식 정보의 양적 확대를 수용하면서 지식 보급의 속도에 종전의 사고로는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급속도로 신장되어 나아가고 있다. 여태까지 책의 뜻이 문자나 그림 등의 인쇄매체로 인식되어 왔었는데 움직이는화상에 소리까지 곁들인 오디오.비디오의 비종이책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따라서 종전 어문저작물을 주종으로 해 왔던 저작권의 기준으로는 오늘의 새 멀티미디어 세계를 모두 수용할 수 없게 되었다. 여기에는 당연히 어문저작 권은 물론 사진저작권 영상저작권 등 멀티미디어 제작에 활용되어진 모든 원 저작물의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되며 또한 새 멀티미디어의 저작물 자체의 재산권이나 인격권이 인정되어야만 마땅할 것이다.

멀티미디어를 제작하는 데는 엄청난 창의력과 장시간 노력이 투자되어야 한다. 어문저작물을 비롯한 음악 영상 컴퓨터프로그램 등을 이용한 종합적인 예술성이 뒤따라야만 하는 것이다. 단순한 기존 저작물의 나열이 아닌 새 창작물이나 다름없는 멀티미디어의 저작권에 대하여서는 아직 법이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물론 여기에 활용되어진 각 저작물의 사용료는 기존 법률에 의해 이행할 수도 있겠지만 각각의 권리 행사가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복잡하고 어려워서본의 아니게 선의의 과실을 저지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막을 수있는 법적인 규제도 필요한 것이다.

<종합창작물로서의 멀티미디어> 저작인접권(droits voisins, an-grenzende Rechte)은 실연가.음반제작자 및방송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저작권에 준하는 권리를 말한다. 우리의 한국 저작 권법에서도 저작인접권은 실연자와 음반제작자 및 방송사업자에게 부여하는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실연자는 자신의 실연을 독점적으로녹음.녹화하거나 사진으로 촬영할 권리와 아울러 방송할 권리를 가지며, 음반 제작자는 그 음반을 복제.배포할 권리를, 그리고 방송사업자는 그의 방송을 녹음 녹화 사진 등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복제하거나 동시 중계방송할 권리를 저작인접권으 로 인정하고 있다.

저작인접권자로서의 방송사업자의 권리는 다른 저작인접권자의 권리와 함께1 987년 현행 저작권법이 시행되면서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되어 날로 그 인식 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날 사회적인 문화발달의 기여도로 보아 실연자.음반제작자.방송사업자도 경제적 이익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게 되었다. 어떤 나라는 이 인접저작물을 일반 저작물로 인정하여 저작권을 보호해 주고 있다. 그러나 실연이나 음반 방송 등은 기존 저작물을 공중에게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일반 저작물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강하여 저작권에 인접하는 저작권 인접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저작인접권 보호의 법률을 보면 영국 저작권법에서는 음반과 방송물 에 대하여 다른 저작물과 구분하지 않고 "기타 보호대상"(other subject mat ter)으로 한데 묶어 권리의 내용, 보호기간의 기산점이나 보호기간 그 자체, 권리의 제한 등을 달리 규정했었으나 지난 88년의 저작권법에서는 이같은차별을 인정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저작물"로 하고 있으며, 실연은 저작권법상 별도의 보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미국은 음반만을 "저작물"(workof authorship 로 규정하여 저작권으로 보호해 주고 있으나 음반저작권자의권리 는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이 91년에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으나 멀티미디어의 복합저작물에 대하여는 별다른 조항이 없다.

프랑스의 법학자 클로드 콜롱베(Claude Colombet)는 "저작인접권이란 문학 적.예술적 저작물의 배포에 기여하는 노력의 제공이지 창작 자체는 아니다" 라면서 이 권리에는 실연자(performer)와 음반이나 비디오그램의 제작자, 그리고 방송기관이란 세 가지 수익자가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이론은 날로 새로운 미디어가 출현하고 있는 미래의 저작권 사회 에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새 개정법에 멀티저작물 규정해야> 여기서 멀티미디어의 제작상 창작적인 아이디어가 복합적으로 동원될 경우 저작인접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해 본다.

현행 저작권법이 저작인접권을 통해 방송사업자나 유선방송사업자가 자사의방송을 녹음 녹화 사진 등의 방법으로 동시 중계방송할 권리를 부여했듯이 멀티미디어의 제작 공급업자에게도 이와 같은 저작인접권이 법적으로 주어져야만 할 것이며 또 한편 주로 멀티미디어의 프로를 공급해야 하는 유선송신 사업자에게도 동일한 저작인접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또 멀티미디어 공급업자가 원제작업자로부터 제공받은 데이터를 가공 보급했을 경우 거기에 창작성이 가미되었다면 2차적 저작자로 권리를 부여해 주는방안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창작성이 없는 저작물을 단순히 전산화하여 멀티미디어로 판매하는 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마치 음반 등의 제작업자가 가지는 저작인접권과 유사한 권리를 멀티미디어의 제작업자에게도 부여해야 할 것인지의 여부는멀티미디어의 제작.이용관행과 업계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문제삼아야 할 것은 멀티미디어에 사용되고 있는 일차적인 저작물의 저작권인 것이다. 멀티미디어 제작자들이 양심적으로 이용저작물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했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멀티라는 속성상 정확한 저작료의 산정 이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단순 어문저작물일 경우만 하더라도 저작권 침해사례가 많았음을 감안한다면 멀티미디어의 일차적 원저작 물에 대한 침해 우려는 기우만이 아닐 것이다.

"신지적재산권"이란 바로 멀티미디어의 산물인 것이다. 컴퓨터 보급추세로 보아 이러한 범죄 양상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더욱이 세계적인 인터네트 이 용자는 현재 1백31개국에 1억4천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미 정보산업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의 발달에 따른 무형적 복제를 규제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보호에 관한 위원회 지침 "(Article 4(a))을 마련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동시키거나 보거나 입력 또는 저장시키거나 전송하는 행위"도 복제행위로 간주,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세계 각국 저작권법은 저작권의 소유자에게 창작물의 복제나 복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런 행위는 저작권 침해가 아닌 정당한 이용(fair use) 또는 공정한 사용(fair dealing)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공정 이용"의 조항을 포함하여 현행의 저작권법은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창작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원리에 입각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바로 창작활동을 돕고 저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현행 저작권법이 날로 발전해 나가는 미디어의 세계를 미처 따라 잡지 못하는 것은 부인할 수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급신장이 예기되고 있는 2000년대의 정보화사 회에 적합한 새 저작권법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때마침 지난 4월 정부는 저작권법과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을 개정하기 위한 공청회를 가진 바 있다.이 법은 모두 외국 저작물에 대한 보호에 비중을 두어 올해 출범되어진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 포함된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 협정(TRIPs)과 베른협약 가입을 전제로 한 개정이라 보아지지만 그보다는 소 프웨어 산업의 육성이나 멀티미디어 산출물의 보호 근거를 마련하려 하고 있는 듯싶다.

특히 불법 복제되어진 프로그램을 통신망을 통하여 유통시키거나 이를 방조 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규정 등은 오늘의 정보사회에 대비한 마땅한 조치라 보인다.

앞으로 마련되어질 새 법은 멀티미디어의 창작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멀티저작권의 보호법으로서의 역할을 하면서도 멀티미디어에 의한 2차적 저작물 때문에 원저작물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두 가지 방향에서 다듬어져야만 할 것이다.

<약력>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언어학과 졸업.

중앙대.한양대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졸업 문학박사동양출판사.과학사 편집부장 대한공론사(코리어 헤럴드) 출판.편집부국장중앙대.경희대.동국대 대학원 출강 신구전문대학 출판학과 교수/학보사 주간(현재) 출판문화학회 회장 주요 저서:"한국출판론","정보사회와 저작권"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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