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는 어떤 사람을 추적하라. 그 사람이 하는 모든 행동에 대해 사진을 찍어두어라. 그 사람의 직업이 밝혀질 때까지 그 일을 계속하라." 이것은 미국 중앙정보부 국장이 요원들에게 내리는 명령도 아니고, 마피아 영화의 한 장면도 아니다. 이것은 미국의 한 사진학교 교수가 학생들에게 시킨 숙제의 일부이다. 한국에도 상륙해 있는 파리의 한 의상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 한 다 큰 학생들이 열심히 만화를 들여다보고 있다. 심각하게 옆 사람과 토론도 한다. 숙제를 하기 위해서이다. 그 숙제라는 것이 지금 읽고 있는 만화 주인공의 캐릭터에 가장 알맞는 옷을 디자인 해오는 것이다.
해마다 외국으로 그림이나 의상을 공부하러 나가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미 한국 학생을 많이 받아본 외국 교수들은 이 학생이 누구 제자인지 그림만 보고도 안다고 한다. 그것은 그림 속에 한국 지도교수의 화풍이 그대로 비춰져있기 때문이다. 예술 분야에까지 파고들어있는 주입식 교육의 실체이다.
심지어한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그곳의 고등학교 졸업자들과 겨루어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곳 학교의 교수들 이야기로는 어떻게 그리느냐는 기술적인 문제는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어 아주 훌륭하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을 그리느냐는 창의력의 문제에 들어서면 아주 열등 생이 되어버린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미국사람들은 C언어, UNIX, 윈도즈 등 잘도 만들어내는데 우리는 왜 하지 못할까"라는 회의에 빠질 때가 한두번 이 아닐 것이다. 순전히 우리 생각이긴 하지만, 개개인의 머리도 우리가 더좋은 것 같고, 부지런하기도 우리가 더 한 것 같다. 장비도 PC정도만 있어도되니 다른 분야에 비해 돈 없고 장비없어 못한다는 소리도 통하지 않는다.
우리스스로도 소프트웨어 산업이 우리에게 맞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뒤져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그런데도 뒤져있다. 남이 만든 제품을 처음에 보면, "야!" 하다가 조금 사용해보면 나도 만들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소프트웨어라는 것이 처음에 생각해내기가 쉽지 않아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남이 해놓은 것을 보면 그렇게 쉬울 수가 없다. 그러면 우리는 왜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지 못하는가. 그 원인은 어릴때부터 받아온 주입식 교육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교향곡의 어머니는 누구이고, "운명"은 누가 작곡했으며, 후기인상파 화가는 누구누구라고 잘도 맞힌다. 교향곡 한번 들어보지 않은 어린이가 제목과 작곡자 이름만 외우면 마치 그 음악에 대해 알것을 다 알았다고 생각한다. 그림 한 장 감상하지 않고도 "마네", "모네"의 이름만 외우면된다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를 위한 교육의 뿌리는 이렇듯 어릴때부터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 다. 요즘 조기 교육 붐으로 국민학생도 컴퓨터를 배우는 모양인데 이 또한다른 예술교육과 마찬가지로 기능적인 교육 위주로 되고 있다. 어린이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잘 두드리게 하는 것보다 컴퓨터를 잘 이해할 수있게 하는 기본 교육이 더 중요하다. 자연현상을 잘 관찰하게 하고, 논리적 인 사고방식을 가지게 하며, 무한한 상상과 공상의 세계에서 꿈을 가질 수있게 하는 것이 나중에 더 큰 교육의 효과가 날 것이라고 생각된다.
요즘 연구소에 입소하려는 후보자들을 면접해 보면 첨단기술이 대해 아는 것이 너무 많다. 아니 많이 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가상현실 멀티미디어 사이버스페이스 등 요즘 유행하는 기술에 대해서는 다들 한 마디쯤 할 줄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기술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이론 서적 한권 읽지 않고 짧은 생각만 가지고 아는체하는 겉멋만 들어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차라리 요즘 유행하는 기술은 조금 모르더라도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고 창의력 있는 사람을 키워내야 우리도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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