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전파통신 발전과 전자파 장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정연춘) * 필자 약력 * 1960년 경북 영천 출생 * 1986년 경북대학교 대학원 물리학과 졸업 * 1985년~현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자기환경그룹 그룹장 * 1991년~현재 IEC-CISPR 및 TC77 국내 전문위원 * 1994년~현재 통신진흥협의회 전파환경분과 위원 근래 들어 전자파 장해문제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불요 전자파 방출을 본격적으로 규제하기 시작하였고 특히 전자파 에 대한 인체장해 가능성이 자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생각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은 전기통신장치의 도움 없이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기통신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의존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우리들의 일상 생활에서 전기통신장치의 사용이증대될수록 전자파 장해문제의 발생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전기통신기술의 개발을 위해서는 순기능 측면에서의 신호를 다루는 기술뿐만아니라 역기능 측면에서의 노이즈를 다루는 기술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전자파 장해문제는 전기통신기술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미래의 전기통신기술 발전에 있어서 반드시 해결해 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전자파 장해현상은 장해원으로부터의 과도한 불요 전자파의 방출에 의해서도 발생하지만 피해기기 자체의 전자파 내성이 약할 경우에도 발생한다.

이러한 전자파 장해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장해원의 수나 출력 등을 줄여 다른 기기에 방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하고, 또한 어느 정도의 전자기 적 환경내에서도 기기가 의도된 동작을 할 수 있도록 내성을 강화시켜야 한다. 이렇듯 전자파 장해의 억제를 위해서는 두가지 측면에서의 접근이 상호 보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전자파 장해를 일으키는 한 쌍의 장해원과 감응체을 고려하는 경우 장해원의 전자파 방출 허용치를 약화시키면 감응체의전자파내성 허용치를 강화시켜야 하고 장해원의 전자파 방출 허용치를 강화시키면 감응체의 전자파내성 허용 치를 약화시켜도 된다. 따라서 이러한 두 측면에서의 접근이 별개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자파 장해문제의상황과 장해가 발생하는 곳에서의전자파 환경의 특성에 따라 반드시 상호 보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서 전기.전자기기에서의 전자파 장해현상과 전파통신에서의 전자파 장해현상에 대해 살펴보자.

전기.전자기기의 전자파 장해현상은 우리의 생활환경 주위에서 자주 접할 수있다. 전기면도기를 사용할 때 텔레비전 수상기 화면에 노이즈가 발생하는 경우를 비롯하여 전기톱을 사용하는 제재소 근처에서 차량 오디오가 잡음을 일으키는 경우, 화려한 장미전구 아래에서 무선 리모컨이 동작되지 않는 경우 등 매우 많은 전자파 장해현상이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과거에 구체적인 원인을 모를 때는 크게 대수롭지 않게, 어 느정도 성가신 일 정도로 그냥 그렇게 넘어갔으나 전자파 장해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시작되면서부터 그 원인이 밝혀지고, 따라서 피해측에서의 강력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전자파 장해현상은 주로 전기.전자기기로부터 발생된 전자파가 무선 수신에 장해를 유발시키는 경우이다. 전자파 장해를 일으키는 장해원의 장해 레벨이 피해기기의 전자파 방해에 대한 문턱 감응치보다 높을 경우 전자파 장해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무선 수신장해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기.

전자기기로부터발생하는 배경 노이즈를 줄여야 하며 전기.전자기기의 불요 전자파 방출 규제의 당위성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만약 이러한 규제의 노력이 없다면 배경 노이즈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무선 송신측의 입장에서는 신호대 잡음비의 향상을 위해 송신 출력을 증가시키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송신 출력이 증가하게 되면 문턱 감응치가낮은 각종 무선기기 및 전기.전자기기, 나아가서 인체에 이르기까지 전자파 장해현상을 초래할 수 있게 된다.

전파통신에서의 전자파 장해현상은 크게 동일채널 간섭, 인접채널 간섭, 그리고 대역외 간섭에 의해서 발생한다. 여기에서 동일채널 및 인접채널 간섭 은 전형적인 통신기술의 한 분야로 볼 수 있으나 대역외 간섭은 전자파 장해 기술분야에서 보다 쉽게 접근하여 해를 얻을 수 있다.

대역외 간섭은 크게 3가지의 원인, 즉 *송신측의 고조파 복사가 수신측의 기저대역 선택도 레벨이 서로 중첩되는 경우 *송신측의 기저대역 성분이 수신측의 스퓨리어스 응답과 중첩되는 경우 *송신측의 고조파 복사와 수신측 의 스퓨리어스 응답이 중첩되는 경우에 의해 발생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대역외 간섭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송신측의 고조파 복사는 물론 수신 측의 스퓨리어스 응답도 규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스펙트럼은 무선기기 상호 간에 발생되는 것이나 국부 발진기를 사용하는 전기.전자기기와 무선기기 상호간에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파통신기기 상호간의 전자파 장해현상은 전형적인 시스템 상호간 전자파 장해현상으로서 주파수 관리기법, 시간 관리기법, 위치 관리기법, 방 향성 관리기법 등에 의해 대책이 수립되어 왔다. 이러한 접근은 대형 시스템 에서의 전자파 장해현상의 해결에도 사용되어 왔던 전형적인 전자파 장해 대책기법이다. 근래에 이르기까지 무선기기의 경우 형식승인이나 검정 차원에 서 스퓨리어스 복사나 고조파 복사 등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져왔으나 최근에는 ETSI(유럽통신규격협회)와 벨코어 등에서 불요 전자파 방출 및 전자파 내성에 대한 무선기기의 전자파 장해 기술기준이 제시되고 있는 등 앞으로는전자파 장해 측면에서 포괄적으로 다루어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전자파환경의 악화로 인해 전기통신시스템에 문제가 발생되는 경우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터널내에서 자동차 점화장치의 잡음과 사무실 환경에서 개인용 컴퓨터나 팩시밀리의 고조파에 의해 무선호출기의 수신율이 저하되고 또한 발전소나 변전소, 또는 송전탑 근처를 지나갈 때 이동전화 품질이 상당히 떨어지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사례에 대해 전파통신서비스 사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가 사용하는 주파수대역은 사용을 허가받은 것이므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전기.전자기기로부터의 과도한 불요 전자파의 방출 제한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러한 전기.전자기기에 의한 전자파환경 악화로 인한 무선수신기의 수신저하 사례뿐만 아니라 전파통신 서비스에 의한 전기.전자기기의 오동작에관한 피해사례도 증가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우리 생활주변에 위치하고 있는 무선호출 기지국 근처에서 CD플 레이어가 오동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무선호출 기지국에서 송신 되는 (채널)주파수, 출력 등이 제품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원인을 조사중에 있으나 일단은 새로운 전파통신주파수 대역(특히 3백20MHz)에서 기존 전자제품의 일부가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과 이러한 전파통신 주파수대역이 우리나라에서만 무선호출용으로 허가되어 있으며 이러한 전파 통신서비스가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겠다.

따라서 CD플레이어 제조자는 기득권을 주장하며 새로운 전파통신서비스의 개선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이동통신 기지국의 허가되는 주파수 출력, 기지국 위치, 안테나의 방향 등에 대한 검토는 물론 가전제품이 나 통신기기 등의 전자파 내성 등도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것이며장해원과 피해측의 일방적인 대책 수립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양측의 조화 로운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 전파통신서비스 측면에서 현행 출력을 고집한다면 CD플레이어의 오동작을 막을 길이 없을 것이며, 또한 CD플레이어의 전자파 내성을 강화시키지 못하면 다양한 전파통신서비스의 실현을 어렵게할 것이다.

이렇듯 전자파 장해문제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백히 가려질 수 있고 나아가서 합리적인 조정에 의해 전자파환경을 개선할 수 있으므로 이 분야 연구.기 술자는 양측이 공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을 강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소형 휴대 무선국의 폭발적인 수요에 따라 우리 생활환경에 근접한 전파통신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며, 따라서 이러한 전자파에 의해 전자파환경이 악화될 것은 명백하고 결과적으로 그러한 스펙트럼 오염을 막지 못한다면 새로운 전파통신서비스 자체가 실현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널리 규제하고 있는 것은 능동장해 규제로서 전도방출과 복사방출을 포함하는 전자파 장해를 발생시키는 측에 대한 규제이다. 그러나앞으로의 추세는 수동장해 규제를 추가하여 전도 내성과 복사 내성, 정전기 방전 등을 포함한 전자파 내성에 대해서도 규제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규제는 오는 96년부터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규제가 시작된다. 이러한 전자파 내성규제는 우리가 과거 70년대 말에 경험했던 전자파 방출규제에 비해 규제 주파수가 대폭 확장됨은 물론 규제항목도 크게 늘어나며(2개 항목 11개 항목) 대책에 있어서도 전혀 새로운 기법이 요구되므로 본격 규제가 시작되면 우리 산업체에 큰 피해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시험 평가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대책이 강구되어야 할것으로 보인다.

또한 CE Marking에 있어서 전자파 장해대책에 대한 자기선언(self declarat ion) 제도는 우리 산업체에 매우 생소한 개념으로 여겨지나 이러한 제도는수입제도의 전면에 규제를 부각시키지 않고 사후관리를 과거보다 더욱 철저히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므로 결코 규제가 약화된 것이 아니라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의 정부방침(행정규제 완화시책 등)과 맞물려 정부의 전자파 장해정책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전자파 장해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규제가 수반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자파 장해규제는 행정규제 완화와 차원이 다르며, 행정완화 측면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가적으로전자파 장해로 인한 사회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고 나아가서소 출력 무선기기의 증가와 이동통신의 마이크로 셀화, 초고속통신망의 실현등 을 구현하여 정보화사회로의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 반드시 국가적 차원에 서의 전자파 장해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대책을 위해선 전자파 장해규제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국가 에서 인식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도 보호무역관련 제도(관세 및 통관절차 등) 는 완화하는 방향에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적어도 자국의 전자파 환경보호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전자파 장해 규제제도를 보다 강화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선진국에서 전자파 장해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우리나라에서만 전자파 장해규제를 완화한다면 우리나라의 전자파환경은열악 해질 것이며 정부의 정보통신 정책의 실현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명백하다. 전자파 장해현상은 산업화가 진전될수록 불가피하게 많이 발생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문제의 해결없이는 새로운 방식의 전기통신기술의 개발도 의미가 없다.

따라서 정부에서 전자파 장해규제를 "규제 개념"으로 보는 것보다 전파이용을 증진시킨다는 측면"과 "기술규제를 통해 외국제품을 절묘히 수입억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의 전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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