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원자재 수급난 및 이에따른 공급가 폭등、 엔고、 원고 등 신3고로 특히 소재및 재료를 대부분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전자부품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들어 전기강판.동.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데다 지속되는 엔고로 일본으로 부터 들여오는 핵심소재.재료 가격도 크게 올라 원가부담이 심각한지경이다. 그나마 리드프레임을 비롯해 반도체업체에 부품및 재료를 공급하는 업체들의 경우는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반도체업체들이 호경기를 맞아 원가부담을 별로 느끼지 않는 데다 반도체업체와 계열관계인 경우가 적지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가전.컴퓨터.정보통신 등 최근들어 가격경쟁이 치열한 세트업체들과 주로 거래하는 대다수의 부품.재료업체들은 가파른 원가상승에도 불구하고 공급가격을 보전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부분의 부품업체 들이 전형적인 갑-을 관계로 세트업체에 목을 매고 있는 탓에 원가 인상분을 보전해 달라고 제대로 목소리를 높이지 못한채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공급가격을 조정하자고 말을 꺼냈다가 오히려 가격인하라는 덤터기를 쓸 가능성도 적지않기 때문일 것이다.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업체가 달러베이스로 수출을 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원화절상에 따른 수출액 축소와 국제경쟁력 저하라는 불이익까지 당하고 있어모처럼 찾아든 호경기에도 불구하고 표출되는 안색들이 좋지 않다.
때문에 전자부품 산업과 관련해 그동안 일관되게 나왔던 호황예측이 신중론 으로 바뀌어 가고 있고 일부 품목의 경우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전자부품산업을 각론적으로 살펴보면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지난해 전자부품산업은 전년대비 40%의 높은 성장을 통해 국내 총수출의 20%、 전자.전기수출에서는 55.6%를 차지해 수출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가운데 60%가 넘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 전체 전자부품 수출의6 0%를 차지한 반도체를 제외하고 나면 성장률은 큰폭으로 떨어지게 된다. 여기서 역시 볼륨이 크고 높은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브라운관.LCD 등 디스플 레이 부분까지 제외한 범용부품의 수출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다.
올해는 이같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한층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매출 볼륨과 이익이 큰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비해 일반 부품업체들이 엔고나 원화절상、 원자재가 인상으로 받는 영향은 한층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엔고나 원고、 국제원자재가 상승 등은 어쩔수 없는 추세로 받아들일수밖에 없다. 그러나 엔고로 인한 핵심 부품이나 소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담 등은 어느 정도는 국내 업체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특히 국내에 전자부품 관련 소재산업을 육성하지 못한 책임의 상당부분은 현실적으로 부품.소재업체를 이끌어가는 세트 대기업들의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적지않은 업체들이 소재산업에 도전했다가 중도에 포기하곤 했던 이유의 상당부분은 세트업체들의 지원이 약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국내 소재산업을 육성하려는 의지보다는 맹아기에 있는 국내 소재업체를 일본업체들과의 가격 줄다리기에 이용하는 측면이 강했다는 비난도 적지않다. 본지가 국내 전자재료.부품 산업 육성을 촉구하는 측면에서 최근 16회에 걸쳐 연재했던 "재료산업을 살리자" 제하의 기획시리즈에서도 "국내 전자부품 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취약한 소재산업을 육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특히 "힘이 있는" 세트업체들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소재업체들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을때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배려가 절실 하다"는 업계와 학계.연구계 전문가들의 지적이 일관되게 제기됐었음을 밝힌바 있다.
지난 93년 반도체용 플라스틱 패키지및 이의 재료를 공급하는 일본 스미토모 사에 화재가 발생、 플라스틱 패키지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그전까지는 품질 등을 이유로 거들떠보지도 않던 반도체업체들이 국내 플라스틱 패키지 공급 업체들에게 갑작스런 호의를 보이며 협력.동반을 표방.강조하는 등 법석을 떨었던 일을 돌이켜보지 않더라도 세트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위해 핵심 소재나 부품산업을 보호육성해야 하며 이들 업체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다.
WTO체제 출범과 높아가는 기술장벽、 기술보호주의의 팽배 등 갈수록 세계무역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배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재삼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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