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계에서는 AT&T 통신장비의 이번 입찰 참여를 계기로 전자교환기등 주요 통신망 기기의 구매제도를 보다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강력 히 제기되고 있다.
즉가격과 성능、 그리고 지속적인 성능개선 능력、 유지보수에 이르는 제반 사항을 종합 검토、 입찰 자격을 제한하고 물량에 차등을 두는 "종합 평가제도 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럴 경우、 아무래도 유지보수 나 성능개선 노력등에 앞설 수밖에 없는 국내 교환기 업체들에게 합법적으로 "가점"을 줄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단순 가격 경쟁입찰의 형태인 현행 한국통신의 교환기 입찰제도는 궁극적으로 "좋은 제품을 싸게 구입한다"는 입찰의 기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있다.
우선한국통신의 입찰제도는 저가 입찰이면서도 "가격 입찰"의 최대장점인 가격 인하효과가 대단히 미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교환기 산업의 독특한 역사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90년 국산 전 전자 교환기 개발부터 시작된 교환장비 입찰은 90、 91년 2년간은 이른바 인센티브제 를 혼합한 수의계약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물론 정부와 업계 공동으로 개발된 국산 교환기(TDX)의 내수 물량을 보장하고 한편으로는 업체간 의 기술개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수의계약 집행 기준 적용이 만료된 92년부터 한국통신의 교환기 구매제도는 완전 가격경쟁 입찰로 전환됐다.
교환망장비 시장개방이 이루어진 93년부터는 국제 경쟁입찰의 형태로 전환 되기는 했지만 저가 입찰이라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었다.
교환기 업체의 한 관계자는 "단순 가격경쟁인 현행 구매제도는 개발 초기에 는 국산 장비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어느정도 효과를 봤다"면서 그러나 "상 당수준 경쟁력을 갖추어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은 제도 "라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표면적으론가격 경쟁의 형태를 띠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업체담합에 의한 나 눠먹기식의 관행으로 일관、 가격인하효과가 미흡한 것은 물론이고 업체들의 지속적인 기술개발 의지를 유인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같은 현실은 결국 국내 교환기산업의 기술및 가격 경쟁력 답보 현상을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구매기관인한국통신으로서도 *고품질의 저가 제품을 구입해 경영합리화를 도모하고 *특정업체의 독점을 방지하는 한편 *국산 교환기의 경쟁력 확보 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보다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구매제도를 도입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격과 성능、 유지보수 능력、 성능 개선 노력등 을 종합 평가하는 교환기 구매제도의 도입이 결국 미국등 외국과의 통상마찰 을 해소하면서도 우리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적극적인 의미의 대책이라 는 데 이견이 없다.
우리보다 훨씬 먼저 교환기등 통신시장을 개방했으면서도 "종합 평가 구매제 도"를 통해 미국과의 통상압력 해소와 자국 교환기 산업의 보호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런의미에서 지난 94년 당시 체신부가 추진했던 "전전자교환기등 주요통신 기기의 구매제도를 성능및 가격 경쟁체제로 전환"한다는 사업계획이 추진도 중 무산된 사례는 대단한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당시대통령 업무보고(94년1월13일)내용에 포함됐던 구매제도 개선 계획은 한국통신 전화사업본부가 93년 AT&T진출에 따르는 현행 가격경쟁제도의 문제점이 표면화되면서 추진되다가 내부 관련 부서간의 알력으로 실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No.5ESS-2000기종의 한국통신 입찰 참여에도 불구하고 현행 가격입찰제도를 고집할 경우、 국내 교환기 산업은 결국 "몰락"의 길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번시장 개방 압력의 장본인인 AT&T와 같은 세계적인 업체가 첨단 신기종 인 No.5ESS-2000기종을 저가로 밀어붙일 경우 예상되는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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