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원 산책] 컴퓨터의 성능;박진원

컴퓨터를 구매하려고 컴퓨터 전문상점에 들른 손님에게 주인이 "어떤 컴퓨터 를 원하십니까"라고 묻는다. "아, 값싸고 좋은 컴퓨터 하나 주세요." 손님의 대답은 평범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손님이 대답한 이 말을 컴퓨터 전문 용어로 표현한다면 "가격대 성능비가 가장 우수한 컴퓨터를 한 대 구입하고 싶습니다"가 된다. 여기에서 가격대 성능비란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가격을 모두 포함한 시스템 가격을 그 컴퓨터의 성능으로 나눈 값을 말하는데 1MIPS당 5만원, 1tpmC당 2000달러 등으로 표현된다.

컴퓨터의 성능을 측정하여 표현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지가 않다. 흔히MIPS MHz, MFLOPS(Mega FLOPS로 읽음), tpsA, tpsB, tpmC, AIMs, SPECint92, SPECfp92 등으로 컴퓨터의 성능을 나타내는데 이들은 각각 역사적으로 등장하게 된 배경이 있고 현재는잘 사용되지 않는 것도 있으며 본질적으로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별로 의미없는 것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 단위들은 PC나 워크스테이션용(MIPS , MHz), 슈퍼 컴퓨터용(MFLOPS), 중형 및 대형 컴퓨터용(tpsA.

B,tpmC, SPECint92, SPECfp92) 등으로 분류된다. 즉사용자 계층이나 용도가 다른 컴퓨터들은 각기 다른 성능 단위로 측정되고 있다. 컴퓨터의 성능을 나타내는 이런 단위들이 우리 피부에 와 닫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펜티엄 칩 하나가 50MIPS라고 하는데 이 숫자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성능을 의미하는 것인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컴퓨터성능을 단순한 숫자가 아닌 우리 생활에 관련있는 일들과 연계해서 생각해 보자.

원둘레의 길이가 지름의 몇 배가 되는가를 나타내는 원주율은 라고 표기하고 보통 3.14정도의 값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값은 1800년대 영국의 샹크스라는 사람이 일생동안 손으로 소수점 아래 707자리까지 계산했다고 한다. 그런데 컴퓨터가 개발되고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지금보다 훨씬 구형의 컴퓨터로도 단 40초 동안에 이 계산을 모두 해치웠다고 하니 샹크스가 지하 에서 꽤나 섭섭했을 것 같다.

미국에서 컴퓨터가 개발되는 직접적인 동기중의 하나로 국세조사를 들 수 있다. 미국은 1790년 제 1회를 시작으로 10년에 한번씩 국세조사를 실시한다.

제1회국세조사 결과를 통계 처리하는데 7년이 소요되었다고 하며,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제10회 국세조사는 1880년에 실시되었는데 통계처리에 10년이 넘게 소요되는 바람에 제11회 국세조사와 겹치게 되었다고 한다. 10년전의 자료로 국가의 정책을 수립한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노릇이었겠는가. 지금은 물론 컴퓨터로 국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다만 얼마의 시간이 소요되는 지 알지는 못한다. 그런데 미국에서 선거결과를 처리하는 속도를 살펴보면 국세조사 결과를 처리하는 시간을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정해진 짝수해의 11월 첫째 월요일 다음에 오는 첫 화요일에 전국적 으로 선거를 치른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주지사, 연방 상.하원 의원, 주상.하원의원 법관, 경찰서장까지도 선출하기 때문에 입후보자 수도 많고 개표작업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동부지역에서 선거가 끝나고 1시간 정도 지나 면컴퓨터를 이용한 개표가 완료되어 서부지역에서 투표가 끝날 때를 기다린다. 서부지역은 동부지역과 시차가 3시간 있기 때문에 동부지역의 선거결과 가알려지면 서부지역의 선거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국에서 선거가 끝날때까지는 개표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도록 정해져 있다. 이렇듯 최신 컴퓨터로 1800년대 국세조사 업무에 버금갈 정도의 선거 개표작업을 단 1시간만에 해치우는 것이다.

아무튼 현대 컴퓨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계를 어떻게 하면 인류복지에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로 이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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