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접어들면서 국내모터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된다.
일본유수의 모터업체들이 국내업체들과 합작 또는 단독투자로 대거 한국시장에 상륙하면서 국내모터시장에도 정밀모터 시대가 도래하게 된 것이다.
또삼성전기.금성계전등 대기업계열의 부품업체들이 당시 수요확대가 두드러진 VCR의 핵심부품인 캡스턴.드럼모터 생산에 앞다퉈 나섬에 따라 이같은 정 밀모터생산붐은 한층 가속화되기 시작한다.
소니.산쿄.미쓰미등 일본의 유력모터업체들이 바로 80년대 중엽에 마산.구미 등지의 보세지역공단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임가공방식의 국내생산을 시도한 선발업체들이다.
소니가 가장 먼저 경남 마산에 동양통신을 설립, VCR모터를 생산해 국내가전 업체들에 공급했고 이어 미쓰미가 오디오용 모터공장을 세웠다. 산쿄도 전액 투자방식으로 경기도 군포에 한국삼협(후에 정심전자로 바뀜)을 설립, VCR용 모터생산에 나서게 된다.
이후에도 스테핑모터를 비롯한 정밀모터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일본모터업체 들이 합작투자나 OEM방식으로 국내시장에 속속 상륙한다.
최근 페이저용 코어리스모터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대성전기공업이 당시 서울 구로공장에 소니의 OEM라인을 구축해 모터사업에 처음 진출했다. 모형전동기차 생산에 주력해온 삼홍사가 일캐논사와 손잡고 카메라용 모터생산에 나선 것도 이 무렵이다.
80년대중엽 이후 봇물처럼 터진 이같은 일본모터업체들의 국내상륙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국내모터합작투자법인 설립신고건수가 보통 한 해에 5~6건 이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건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뛰어난 인력을 이용할 수 있으며잠재수요가 큰 국내 현지시장을 겨냥한 일본업체들의 전략에 의해 추진된 것이지만 기술이전 효과등 국내모터산업에 끼친 영향은 더할 나위 없이 컸다.
당시 일본업체와 손잡고 모터전문업체로 등장해 주목을 끌었던 업체로는 한 국써보를 빼놓을 수 없다.
87년에 경기 기흥단지에 설립된 한국써보는 당시 일히타치한국연락사무소장 을 맡고 있던 이홍채씨가 국내 태평양그룹과 일써보사를 연결해 설립한 모터 전문업체다. 한국써보는 설비투자비만도 총70억원에 이르렀고 캡스턴.드럼등 VCR용 핵심모터에 대한 의욕적인 투자로 관련업계의 기대를 한껏 모았다. 그러나 주거래선인 금성사가 계열사로 구매선을 전환함에 따라 급격한 하강세 를 보이더니 결국 90년대 초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불운을 맞았다.
대형모터전문업체의 좌초와는 달리 대기업계열사들에 의한 DC정밀모터생산은갈수록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현재 금성알프스에서 생산하고 있는 VCR용 모터는 원래 금성계전으로 출발해 금성부품에서 안정기를 맞게 되고 금성사의 금성부품합병으로 또다시 구미공장으로 내려가는등 숱한 우여곡절 끝에 나온 금성사의 작품이다.
삼성도 86년경 삼성전자에서 해온 모터사업을 삼성전기로 이관하고 VCR용 모터생산에 적극 나서게 된다.
이들 대기업들이 정밀모터사업에 나서게 된데에는 당시 폭발적인 수요를 보인 VCR시장상황이 직접적인 동기로 작용했지만 이로인해 그동안 일본이 뒤흔들고 있던 국내 모터시장의 가격구조가 안정세를 찾는데 상당히 기여한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VCR용 정밀모터로 축적된 국내업체들의 기술은 향후 스핀들 모터를 비롯한 컴퓨터용이나 헤드폰 스테레오용등 핵심정밀모터생산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도 기억해둘만한 사실이다.
VCR를 주축으로 정밀모터생산이 한창 불붙고 있을때 한편에서는 작동완구수 출붐을 타고 장난감용 마이크로모터생산도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개화기를 맞고 있었다.
전한전기의 정해경사장은 서울 장안동에 공장을 차리고 국산부품을 사용한 마이크로모터를 생산해 중소완구업체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당시 마부치모터 를 "카피"한 이 제품은 완구용으로는 성능에 별 손색이 없어 마부치가 동남 아산 저가제품공세를 펼치기 전인 80년대말까지만 해도 그 어느 제품보다도" 잘 나갔던" 모터중의 하나였다.
이동춘씨가 경기 부천에 세운 신한기술센터도 마이크로 모터업체로 빼놓을수 없다. 지금은 대구에 한국성산을 세워 코어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이 회사 는 당시만해도 완구.헤어드라이어 등 소형전자업체들이 줄을 서야 모터를 받아갈 수 있었던 황금기를 누렸었다.
그러나 범용저가모터를 중심으로 마부치, 마쓰시타 등 동남아현지공장을 가동중인 일본업체들의 저가공세가 본격화되면서 정밀모터를 제외하고는 국내D C모터산업은 다시금 위축기를 맞게 된다. <김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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