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APII의 과제

박재천 (주)데이콤.신사업추진본부장 김영삼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아시아.태평양지역 18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아.태지역 정보하부구조(API I:Asia Pacific Information Infrastructure)의 구축을 제안했다. 또한 이의실현을 위해 우리나라는 내년에 아.태지역 국가들이 정보통신장관회의를개최할 계획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APII 주창은 미국이 세계정보하부조(GII:Global Infor-mati on Infrastructure)의 건설을 주창하고, 이에 대응해 일본이 아시아 정보하부구조의 구축을 들고 나오는 등 선진국들이 주도하고 있는 정보하부구조의 세계화 흐름에 대처하여 우리나라의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적극적 외교노력으로 이해된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분야에서 볼 때 선진성과 후진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전화보급등 기본적인 통신수단이 양적인 보급면에서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나 컴퓨터통신 등 첨단기술면에서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선 진국과 후진국이 공존하는 아.태지역 국가들의 경제적 편차를 감안할 때 역내 정보하부구조의 건설에 있어 양자의 이해를 조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할수있는 적절한 입장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APII를 주도하면서 향후 발전될 관련 시장에서 일정지분을 확보하는것이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정보하부구조에는 멀티미디어정보와 응용소프트웨어, 그리고 이를 수용할 수있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주요 구성요소가 된다. 또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법.제도적 환경정비도 전제조건으로 중요시 된다. 따라서 APII의 구축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아.태지역국가들이 합의하는 바에 따라 해결되어야 한다.

첫째, 아.태지역국가들을 엮는 고속정보통신망이 건설되야 한다. 아.태지역국가들의 경제발전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각 국가간에 멀티미디어 정보가 자유로이 유통될 수 있는 이음새없는 고속의 통신망이 필요하다. 이 통신망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역내 국가들이 합의하는 프로토콜, 장비의 규격 등이 공동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둘째, 데이터베이스, 응용서비스 등이 제공되기 위한 소프트웨어 표준이 설정되어 각 국가가 구축하는 서버가 상호 호환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아.태지역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국가간의 울타리가 있어서는 안된다. 또 구축된 멀티미디어 DB정보가 아.태정보통신망을 타고 어느 나라의 이용자에게도 자유로이 검색.전송될 수 있어야 한다.

또초고속정보통신망의 바탕 위에 건설될 세계시장에서는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미국 등 어떤 나라의 이용자라도 자유롭게 상품의 주문, 결재 및송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이러한 APII상의 지구촌을 형성하기 위해서 아.태지역 국가들이 공동적으로 호응하는 외국환송금, 관세행정, 매매체결 등에 있어서의 통일된 법제도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특히 앞으로 다가오는 멀티미디어 시대에서는통신 방송, CATV, 컴퓨터 등이 결합된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각 부문별로 규제되고 있는 현재의 규제제도를 재정비하고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관련산업을 진흥시키는 산업정책 방향도 같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듯 APII의 선언은 정보통신 산업적 측면에서의 세계화이다. 네트워크상의 경제사회적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APII의 구축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상기 과제를 역내 국가들의 합의하에 해결해 나갈수 있는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모델은 현실적이어야 하며 역내 각국 들의 공존공영을 지향하고 특정국가의 이해에 편중되지 않은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둔 공동체 형성을 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 미국의 GII, 일본 의 AII모델과는 달리 개도국, 후진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첫번째 과제이다.

그리고 한국적 APII모델의 제시와 함께 국내 정보통신정책을 세계화에근거해서 개혁하고 이를 솔선수범하여야 한다. 이런 과제는 근본적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정책을 수립할 때 국내와 국제간에 차별을 두어 왔다. 국제적인 대외개방에 직면하여 마지못해 수동적으로 국제화 를 추구해온 것이 한미통신협상, UR의 통신협상 등에서 우리가 경험한 바다. 이같은 수동적 국제화는 왕왕 명분을 살리기 위한 제스추어일 뿐 정작 국내적으로는 배타적인 경향이 노골적이었다. 국산장비를 우선적으로 구매한 다거나 외국표준과 국내표준에 차이를 두어 외국장비의 유입을 막고 외국사 람의 통신사업 참여에 제한을 두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앞으로 제시될 한국적 APII모델에는 더이상 이런 경향이 보여서는 안된다.

APII의 구축을 주도하려 하면서 국내에서는 배타적인 정책을 수립한다면국제적인 호응을 받을 수 없다. 세계적 입장에서 합리적 기준에 입각하여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또 이러한 정책을 선도해 나가야 하는 것이 두번째 과제이다.

마지막으로 이같은 한국적 APII 모델 수립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것은 경쟁 을 미덕화하는 의식의 개혁이다. 지금까지 국내 정보통신사업은 독과점적으로 보호되어 왔다. 그러나 세계화되고 있는 정보하부구조의 추세를 볼 때 독과점적 보호가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식이다. 따라서 국내 정보통신산업 정책에 일대 개혁이 필요하다. APII에 의해 형성될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배양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국가의 울타리가 없어지면 정부로부터 주어지는 독과점 적 보호막은 사라지고 오직 질높은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의해 소비자들의 평가를 받는 경쟁적 규범만이 남을 것이다. 또 지역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시장이 APII에 의해 통합되면 세계적 규모의 경제에 따른 보다높은 차원의 경제기회가 제시된다.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외국기업과 경쟁해 생존해 나가야 한다. 정보하부구조의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이미 세계적 경쟁에 대비해 국내정보통신시장의 규제완화와 경쟁의 촉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통신망, CATV, 방송망간의 경쟁, 유선과 무선통신의 융합 등을 통해 세계적 멀티미디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력 배양의 수단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우리나라도 정보통신산업의 규제완화와 경쟁을 계속 확대해야 하며이것이 APII구축에 따라 우리에게 주어진 최대의 과제이다.

<데이콤신사업추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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