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산업이 세계 최강을 자랑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곪고 있다는 내용을담은 단행본이 최근 번역돼 나와 화제다.
삼성경제연구소(소장 임동승)가 최근 출간한 "일본기술이 위험하다"(원제 Japan s Crisis In Electronics-Failure of the Vision:윌리엄 파이난.제프리프라이 공저, 2백44쪽)는 최근의 일본 전자산업을 위기상황으로 진단하고 처방전을 내리고 있다.
글쓴이들은 최근 일본 전자산업의 불황이 경기침체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라는 일반적인 견해가 그릇된 것이라고 꼬집는다. 이들은 그 증거로 미국은 불경기가 지속된 지난 88년부터 92년사이 전자산업만은 연평균 8.5%나 성장 했지만 일본 전자산업은 미국의 4분의1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특히 앞으로 전자산업의 핵심이 될 컴퓨터.반도체집적회로.소프트웨어 등 이른바 "성장의 핵심"분야에서 일본이 열세이며 일본이 현재와 같은 접근방식 으로는 도저히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첨단전자분야에서 일본은 여전히 미국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 원인을 기술 자체에 두지 않고 경제.사회.문화 등 일본사회 전반의 보수성과 폐쇄성에서 비롯한다고 지적했다.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첨단전자분야에서 일본이 일류로 나아가는 길이 가로막혀 있다. 현재 강세를 띠는 하드웨어도 한국.대만 등 후발 개도국에 쫓기고 있다.
이들은 따라서 일본전자산업이 되살아나기 위해선 경영자의 사고방식.엔지니어링문화.공학교육.정부정책 등 모든 방면에 걸친 개혁작업이 선행돼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전자산업 컨설팅회사를 경영하는 윌리엄 파이난과 매릴랜드대학 전기공학교 수인 제프리 프라이는 서문에서 일본전자산업을 연구하려고 지난 5년동안 일본 기업의 관리자와 정부 및 학계 관계자 수백명을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그 수많은 만남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오랫동안 축적된 일본기술을 평가절하하는 등 얼마간 미국적인 시각 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는 게 삼성경제연구소측의 말이다. 규제 중심의 정책, 시대에 뒤처진 교육.기술을 모르는 경영진 등 이 책에서 지적 된 일본의 약점에서 우리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신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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