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4전자산업 총결산(2);대형가전

올해는 가전업계가 신제품개발과 해외시장개척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빴던 한해로 기록될 것이다.

특히 컬러TV, VCR,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주요 가전제품에 대한 신제품개발 경쟁과 해외시장개척 노력은 그 어느해 보다 치열하고 활발했다.

이에 따라 연초까지만해도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만큼 불투명했던 이들 대형제품의 내수와 수출경기는 호조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형제품의 성장률을 기준으로 한다면 금년의 매출성적표는 "기대이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연초 10%내외의 신장을 목표로 했던 금성사와 삼성전자의 올해 대형가전제품 매출신장률이 20%에 육박하고 있으며 대우전자도 당초 목표를 무난히 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가전3사의 대형제품에 대한 매출실적이 정확하게 집계되지는 않았으나 10월말을 기준으로 각사의 매출이 지난해 연간실적과 비슷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나라의 수출전략제품으로 꼽히고 있는 컬러TV와 VCR, 전자레인지 등3 대품목의 10월말까지 수출실적이 전년동기대비 13% 늘어난 31억7천4백만달 러에 이르렀다는 최근의 상공부 분석도 있고 보면 이른바 "안개국면"으로 일컬어졌던 올해의 대형제품의 경기전망은 기우였다는 해석도 나올만 하다.

올해 가전업계는 경기불황을 감안,목표치를 그리 높지 않게 잡았었다. 내수 시장의 경우 특소세의 인하라는 호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제품 보급률이 한계에 도달해 수요를 진작시킬만한 요인이 없었던데다 유통시장의 추가개방에 따른 외산 대형제품의 국내유입이 크게 늘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 력이 더있었기 때문이다.

수출부문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의 엔고에 의한 상대적인 수출환경호재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대외적으로 우루과이(UR)통상협상과 외국의 시장개방압력, 갈수록 높아지는E U.남미.북미지역의 무역장벽 등에 대한 대응도 속수무책이었다. 금성사와 삼성전자는 이같은 시장환경을 고려, 각각 올해 5대품목의 매출목표를 전년대비 10%내외 성장한 2조5천억원을 예상했었다. 물론 지난해 8천6백35억원의 매출실적을 기록한 대우전자의 경우는 올해에도 지난해의 신장세를 그대로 유지해 1조1천3백억원의 매출신장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긴 했으나 불안감 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상황은 호황으로 나타났다. 올해 대형가전제품의 경기가 당초 예상과 달리 활황세를 보인 것은 가전업체들이 전략상품 개발, 기술연계 수출, 현지법인의 지역본사 확충, 성장잠재력이 큰 해외시장개척 등에 경영력을모 은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가전업계의 어려운 시장환경 극복을 위한 노력의 시발은 역시 신제품개발 열풍이라고 할 수 있다.

컬러TV의 경우 삼성전자가 지난해말 TV에 생체에 유익한 원적외선 바이오가 방출되는 "바이오TV"를 발표한 것을 계기로 금성사가 "음이온 TV", 아남전자 가 바이오와 음이온 기능을 합친 "바이온 TV"를 잇따라 내놓았으며 대우전자 가 전자파 노출을 대폭 줄인 TV를 발표하면서 건강개념의 TV 개발 및 시장경 쟁이 뜨거웠다.

이어 냉장고의 제품개발경쟁에도 불이붙어 지난해말 대우전자가 3면 입체냉각방식의 탱크 냉장고를 발표하자 금성사가 기존의 김장독 기능에 발효식품 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뉴김장독 냉장고"를 발표했으며 삼성전자도 원적외선과 음이온발생기능을 갖춘 "바이오 냉장고 5계절"을 내놓았다. 가전3사의 이같은 경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VCR제품 개발경쟁에서는 다른 어떤 품목보다 치열했다.

올해 중반경에 대우전자가 다이아몬드 코팅 헤드드럼을 채용한 VCR를 내놓자곧 바로 삼성전자는 다이아몬드 헤드를 채용한 VCR를, 금성사는 다이아몬드 헤드드럼 VCR를 각각 잇따라 발표하면서 치열한 판촉경쟁을 벌였다. 특히 신문광고를 통해 "상대방 흠집내기" 소모전까지 벌일 정도였다.

이같은 제품개발경쟁외에도 가격인하경쟁도 눈여겨 볼만 하다. 지난 9월 삼성전자가 정부의 물가인하정책에 적극 호응, 대형가전제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10%의 가격인하를 단행하자 금성사와 대우전자도 다음날 곧바로 똑같이제품별로 5~17%의 가격인하를 실시했다. 이러한 가격인하경쟁은 각 업체의 채산성를 악화시키는 극심한 부작용을 낳긴했으나 일반소비자들의 구매를 촉진하는 요인이 됐다.

뿐만아니다. 50만원대의 캠코더와 20만원대의 전자레인지 등 중저가제품 개발여건을 조성, 그동안 고가제품으로 인식되어오던 제품의 저가화를 실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올들어 전자업계 전반적으로 노사관계가 안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가전업체들 이 대형 제품의 생산기지를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남미지역으로 옮기는것도 금년의 특징이다. 그동안 컬러TV, VCR, 전자레인지 공장의 해외이주 전략이 최근들어서는 세탁기, 냉장고로 품목이 다양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대우전자는 "월드워셔"전략을 수립, 96년까지 전세계 9개국에 10개의 세탁기공장을 건설키로했다. 그동안 수출에 어려움이 많았던 세탁기와 냉장고 의 해외시장공략이 가능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동구권, 아프리카, 중동, 남미등 그동안 공략이 어려웠던 지역을 집중적 으로 개척하면서 이들 지역의 올 대형전자제품의 수출실적이 전년대비 2배이 상씩 급증, 수출활로를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형전자제품 경기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계속 좋을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이들 제품의 보급률이 높아 수요확대에 한계가 많고 경쟁국인 일본이 엔고극복에 국력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대형제품 활황세를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비 자들의 구매요구에 맞는 제품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에 대한 가전업체의 노력 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금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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