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부터 국내부품업계 해외생산 본격화

내년부터 국내부품업계의 해외생산시대가 활짝 열리게 된다.

최근수년간 지속되어온 국내 임금상승, 세계 경제의 블록화현상, 수출돌파 구모색 등 난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국내업계의 노력이 "해외생산" 으로 가시 화되는 것이다.

해외생산의 선봉에 서 있는 것은 물론 삼성.금성.대우라는 막강한 세트업체 를 등에 업고 이들과 동반진출한 삼성전기.금성알프스.대우전자부품등 종합 부품 3사다. 삼영전자나 태일정밀등 중견부품전문업체들도 그 뒤를 쫓고 있다. 부품의 해외생산은 권역별 품목별로 뚜렷한 특징을 보여준다. 국가별로는 가장 많은 공장이 중국에 진출해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등 동남 아국가까지 포함하면 80%이상이 이 지역에 몰려 있다. 그 이외의 지역은 멕시코정도를 꼽을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시장자체의 잠재력과 물류비용이 상대적으로 절약되는 이점이 작용한다. 멕시코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발효 이후 북미지역공략을 위한 우회침투로역할을 한다.

생산품목은 튜너.DY(편향요크)가 대종을 이룬다. 오디오.비디오 관련가전제 품용 부품에 집중되어 있다. 콘덴서등 일부품목이 포함되어 있지만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지역별로 품목별로 해외생산의 집중도를 보여주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올해 국내부품업계의 해외생산비율은 10%대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주요부품업체의 공장이 가동되는 내년에는 이 수치가 3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몇몇 업체의 현지생산라인 생산능력을 살펴봐도 짐작할 수 있다. 내년 가동 되는 삼성전기의 중국 동완 제2공장은 오디오데크의 생산능력을 현재의 50만 대에서 2백50만대로 무려 4배이상 늘린다. 스피커는 2백50만대에서 5백만대로 2배가 확대된다. 이 회사의 태국공장도 튜너가 1백만개에서 2백만개로, 콘덴서가 2백50만개에서 5백만개로 늘어난다.

금성알프스의 중국 혜주공장은 내년 6월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FM튜너 2백50 만개, A/V 스위치 7천만개가 쏟아져 나온다. 비슷한 시기에 생산에 들어가는 대우전자부품의 함양공장에서는 DY 60만개를 생산하게 된다. 이 회사는 베트남공장도 내년 4월부터 가동하는데 전해및 탄탈컨덴서를 각각 월 7천만 개와 1천만개씩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 업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 라인의 증설, 신규진출추진등의 사업계획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98년에는 전체부품의 50%가 해외에서 생산될 전망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해외생산을 앞두고 국내업계가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현지의 제도와 관습, 인력운용, 기술이전등 곳곳에 "지뢰"가 깔려있다. 그간은돈만 들이고 공장건물만 지으면 되는 전체골격의 밑그림을 그리는 수준이었다. 내년부터는 직접 현지인력을 채용하고 기술을 가르치면서 수율 높은 양품을 생산해야 한다. "오픈 게임"이 아니라 "본게임"이 시작된다.

그 핵심은 "맨파워"다. 외국공장운용의 기본은 현지어에 능통한 본사인력을 얼마나 확보하는 것이다. 언어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공장을 제대로 돌리고 현지기술자들을 올바로 통제할 수 없다.

우리기업들에게는 우선 현지언어가능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중국의 예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내 최대제조업체인 S사조차도 자체조사결과 수만 명의 이 회사직원중 중국어에 능통하거나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의 인력이 50명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충격적인 일이다. 최대업체가 이정도면 규모가 수십.수백분의 1에 불과한 부품업체들의 가용인력은 짐작하기 조차 어렵다.

대부분의 부품업체가 골머리를 앓는 것도 이 부분이다. 뾰족한 대안이 없기때문이다. 기껏 추진하는 방안이 현지파견인력을 최소화하고 대상인물들에 대해서는 중국어연수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 정도로 현지공장의 생산능력을 수용해내고 양품을 양산하기란 쉽지 않다.

현지국가의 정책방향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최근에 중국정부가 외국기업이 현지에서 조달하는 원부자재에 대한 부가세환급조치를 중단했다는 외신보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약 17~23%에 이르는 세금부담이 추가로 발생한다.

국내부품업계에서는 현재 중국측의 진의파악과 사실여부확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국내업체들은 아직 공장 가동전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또 가동초기에는 아무래도 국내에서 원부자재를 대부분 공수해 생산할 수밖에 없어 타격은 미미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지조달분 을 늘려야한다. 현지정부의 정책방향이 우리에게도 적용된다면 원가절감은 "공염불"이 된다. 중국진출의 의미가 거의 퇴색되는 것이다.

내년의 부품해외생산시대개막은 국내업계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도 있지만이를 위해서는 "지뢰밭"부터 피해가야한다는 지적이다.

<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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