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덱스의 스타는 없어지는가.
지난 79년 1회를 시작으로 올해 봄 미국애틀랜타에서 춘계 컴덱스가 개최되 기까지 컴덱스는 매번 스타와도 같은 신제품을 낳았다. 컴퓨터업체들은 컴덱 스를 기다려 신제품을 발표했으며 컴덱스에서 주목을 받으면 그것은 전세계 취재 보도진에 의해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순식간에 전파됐다. 그래서 컴덱스 는 스타탄생의 등용문이었다.
랩톱.노트북컴퓨터.PDA(개인정보단말기) 등 컴퓨터 시스템과 파워PC.펜 티엄 등 CPU칩, 윈도즈.OS/2등이 바로 컴덱스로 등단한 슈퍼스타들이 다. 이들 제품은 컴덱스라는 무대에서 화려하게 데뷔하면서 세계 컴퓨터산업 의 물줄기를 주도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94추계 컴덱스"는 확실히 이변이다. 중소업체나 중견업체들은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였으나 전세계 컴퓨터업계의 리더들은 슈퍼스타 만들기를 거부하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하다.
지난 춘계 컴덱스에서 32비트 운용제계(OS)전쟁을 벌였던 마이크로소프트 의 "윈도즈95(시카고)"와 IBM의 "OS/2"는 이번 컴덱스에서는 마치 휴전을 선언한 것처럼 보인다.
이번 컴덱스에서 베타2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었던 윈도즈95가 종전에 발표된 베타1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해 많은 관람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윈도즈 등 타사의 제품을 자랑스럽게 발표하던 빌 게이츠 마이크 로소프트 회장은 올해 컴덱스기조연설에서 윈도즈 95에 대해 단 한마디 말도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한편으로 기대하고 있는 "윈도즈NT3.5"도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갖추지 못해 구태를 벗는데 실패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주목을 끌었던 OS/2를 발표한 IBM도 이번 컴덱스에서 혁신적인 OS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IBM은 개인사 용자를 겨냥, 많은 메모리를 소요했던 OS/2의 단점을 개선, 4MB버전으로 단장하고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갖춘 OS/2 Warp를 내놓았으나 역시 OS/2의 진화에 불과하지 혁신은 못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OS/2 Warp는 비록 인 터네트를 잘 받아들일 수는 있으나 파워PC가 유감없이 성능을 발휘하게 하는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IBM은 OS/2 Warp를 홍보하는데 5천만달러(한화 4백 억원)를 들였으나 아직까지 스타로 만들지는 못했다.
8086에서 80286, 80386, 80486, 펜티엄으로 CPU분야에서 독보적이었던 인텔 도 이번 컴덱스에서는 무기력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소극장을 마련 비디오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는데 그쳤으며 AMD.사이릭스 등 호환칩업체 들의 추격을 강력한 신제품으로 따돌리지도 못했다. 반면 이들에 비하면 무명업체나 다름없는 넥스젠이 586급 CPU를 발표, 주목을 끌었다.
애플.모토롤러.IBM 3개업체의 합작품인 파워PC도 더이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 64비트 CPU주도권다툼에서 펜티엄과 파워PC가 암중탐색을 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의 "α칩"의 기세가 오히려 등등했다.
이처럼 유력 컴퓨터업체들은 이번 컴덱스에서 한결같이 신제품을 선보이는데있어서는 거대한 벽에 부딪친 듯하다. 이는 그동안 컴덱스에서 벌여온 지나친 경쟁이 업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 경쟁을 자제한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IBM은 컴덱스가 열리기 한달전인 지난 10월17일 싱크패드 757 노트북컴퓨터를 비롯, 가정용 멀티미디어PC인 "앱티바"와 사무 용PC를 발표하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이번 컴덱스에서 메 이저업체들이 이렇다할 신제품을 내놓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그동안 가속도 가 붙으면서 발전한 컴퓨터 산업기술이 조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현재의 기술은 컴퓨터산업 전 분야에서 거의 가닥을 잡았으며 이제곁가지와 살을 붙이는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정기는 내년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 한단계 점프시키기 전까지 컴퓨터 업체들의 경쟁구도는 기술보다는 제품가격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컴퓨터 업체들이 기술 혁신을 통한 부가가치 추구보다 가격쪽으로 눈을 돌린다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없지 않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컴덱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컴퓨터 기술의 조정기는 한편으로 중소.중견업체를 부상시켜 산업기반을 다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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