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렵 SW 산업 동향

왜 유럽 소프트웨어 산업은 활기를 잃고 있는가. 유럽은 미국과의 이 분야경쟁에서 결국 낙오하고 마는가.

광대한 시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세계적으로 이렇다 할 업체가 없는 유럽 소프트웨어 업계의 현실을 이코노미스트지 최근호가 진단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따르면, 유럽은 소프트웨어 시장규모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규모는 5분의1에 불과한 실정이다. 때문에 유럽시장 에서 유럽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은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반면 미국업체의 시장점유율은 60%를 상회하고 있다. 그 결과 패키지 소프트웨어분야에서 유럽의 대미적자는 연간 1백8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유럽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30대 소프트웨어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놀랍게도 미국 업체가 19개나 됐다. 5년전 그 수는 9개에 불과했다.

미국업체들이 유럽업체들의 앞마당에서 종횡무진하면서 대약진을 한 것이다.

유럽업체중 연간 1억달러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업체는 8개사. 이중최대의 업체는 기업 컴퓨터 네트워크용 소프트웨어 제조업체로 지난해 7억달 러의 매출을 올린 독일의 SAP이고 2위는 같은 독일업체로 하이엔드 데이터베이스 툴을 판매해 3억8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소프트웨어 AG.

다음은 회계 소프트웨어업체인 ACT 그룹(영국)과 그룹 IBSI(프랑스), 맥도널 더글러스 인포메이션시스템(영국), 마이시스(영국), 마이크로포커스(영국), JBA인터내셔널(영국) 등이다.

이들은 모두 대형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특수 소프트웨어를 판매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대규모 시장인 일반 소비자용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럽업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인가. 우선 유럽시장의 "파편화"라는 특수성이 거론된다.

유럽이라는 지역에 속해 있으면서도 국가별로 언어.제도.문화 등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어 이 지역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미국 업체와 달리 "규모의 경제 "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것.

이를 단순 비교해 설명하면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가 개발한 제품은 최소한자국내 5천7백만대이상의 PC를 겨냥하고 있는 반면 유럽에선 최대시장인 독일을 목표로 한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접근 가능한 PC대수가 1천1백만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유럽 업체들이 이같은 한계를 극복키 위해선 이 지역에서 사용되는10여개 언어를 모두 사용해 메뉴와 매뉴얼 및 도움기능 등을 만들어야만 하는 불편과 노력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는 비용의 차이이자 기회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거대한 "기회의 땅" 미국에선 빌 게이츠의 신화를 꿈꾸는 많은 인재들이 실리콘 밸리에 모여들고 있으나 유럽에선 첨단 "정보지대"가 있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큰 매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술적 파워를 키울 수 있는 맨파워가 약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실제 유럽의 컴퓨터 과학자수가 미국의 58%에 불과하고 이들이 발표하는 논문수도 미국의 50%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지원의 경직성과 비효율성도 유럽 소프트웨어 산업을 침체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유럽 각국의 정부들도 자국판 실리콘밸리 구축을 위해 애쓰고 있고 소프트웨어 기초기술개발에 각종 지원을 하고 있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는못하고 있다.

정부지원이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벤처기업이 아닌 안정권에 들어선 기업들에 만 편향되고 있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는 견해가 유력하다. 그렇다고 벤처기 업들이 다른 곳에서 자금원을 찾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유럽 투자가들이 지난해 컴퓨터 관련 벤처기업에 투자한 돈이 3억달러로 미국의 24억달러의 8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유럽 기업 고객들의 소극성도 소프트웨어 산업이 이 지역에서 활성화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의 창조성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여건이 불비하다는 것이 유럽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고 미래 전망 도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럽의 50대 소프트웨어 업체중 20%가 최근 몇년새 본사를 미국 실리콘 밸리 등 해외로 이전했다는 한 조사 보고서는 유럽 소프트웨어 산업 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유럽업체들이 "장벽의 땅"을 벗어나 "기회의 땅"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 통합에도 불구하고 언어 등 내부의 벽이 허물어지지 않는 한 유럽업체 가 결코 제2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이들의 발걸음 을 재촉하고 있다. <오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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