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매각 또는 삼성전자와의 합병계획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됐던 삼성시계가 3일 "95 발진대회"를 갖고 제2창업을 선언한 것은 단지 회사를 살리겠다는 의도보다는 그룹차원에서 정밀기계산업 육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83년 창립된 삼성시계는 그동안 "카파" "론진" "돌체"등과 같은 히트작 을 내며 창립 4주년째인 87년엔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고 수출도 급신장하는등 눈부신 성장세를 구가해왔다.
그러나 삼성시계의 이러한 급속한 성장은 90년대 들어 전반적인 불경기와 맞물리면서 대리점 재고가 쌓이는등 경영전반에 걸쳐 위기를 맞게 되었다. 급기야 지난해 6월 그룹차원의 계열사정리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삼성시계는 매각 또는 삼성전자와 합병을 모색한다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이 당시 매각과 함께 삼성전자와의 합병이 추진되었던 이유는 삼성시계의 지분을 49% 가지고 있던 일본의 세이코가 매각을 반대할 경우에 대한 대안으로 구상된 것이었다.
이로 인해 92년 9백억원에 육박했던 삼성시계의 매출액은 지난해 30%이상 줄어드는등 사실상 회사가 정리되는 단계로 접어드는 가운데 존폐여부를 놓고 경영진의 심각한 고뇌가 있어왔다.
그러나 올들어 그룹 사업구조개편이 추진되면서 반도체 제조장비, 카메라와 같이 정밀기계산업을 상징하는 시계사업에 대한 중요성이 재인식되면서 사업 구조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새로운 전략아래 마침내 제2의 창업을 선언하게 된것이다. 삼성시계가 새로 추진할 사업구조 고도화는 고가 자체브랜드를 새로 개발, 삼성시계를 세계적인 제품으로 키운다는 목표로 집약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지난달 스위스의 한 시계 전문가와 기술제휴 및 고문계약을 체결하고 고급시계 생산위주로 생산공정을 혁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시계가 고가 자체브랜드 개발에 기치를 든 것은 중저가제품 위주의 사업 이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적고, 특히 외산시계가 예물시계등 고급제품 시장 을 여전히 2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 시계사업의 근본적인 돌파 구를 이번 기회에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삼성시계는 또 수요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시장을 과감히 탈피, 해외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척한다는 방침아래 이달들어 스위스에 현지법인을 개설했다. 이 현지법인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예정인데 삼성시계 는 그동안 국내업계의 시계수출이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OEM)방식이나 저가 제품 위주로 채산성이 낮았던 점을 감안, 이 스위스현지법인을 기술제휴 추진의 채널로서뿐 아니라 시계의 본고장인 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 이진건 전략기획팀장은 "삼성시계의 제2창업은 아직도 고가 외산시계가 시장 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삼성의 사업포기는 결국 삼성뿐아니라 업계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번 제2의 창업을 외산제품 의 내수잠식을 저지시키고 국내 시계산업 수준을 향상시키는 전기로 삼겠다 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삼성시계의 새로운 도약 다짐은 정밀기계관련 계열사를 삼성정공으로 통합육성하려는 그룹차원의 구상과 맞물려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동안 다소침체국면에 젖어있던 시계업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형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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