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아시안게임과 과학기술

얼마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는 연속3회 종합2위 라는 기록을 수립했다. 비록 1위 중국과의 격차가 크기는 하나 왕년의 독주 자 일본을 누르고 당당히 올라선 한국 체육인들의 자랑스런 개가였다. 온 국민의 환호속에 중계되고 있는 이 아시아 체육인들의 국제대회를 관망하면서 얼핏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연결지워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나라에서 스포츠나 과학기술이 제대로 시작된 것은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시작된 60년대무 렵이후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똑같은 후발성을 지녔으면서도 한쪽은 지금세계 몇위를 떨치는 수준에 이르렀고 다른 한쪽은 세계 20위권 안팎에서 안간힘을 쓰고있다. 이러한 차이는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체력은 국력"이라는 슬로건을 귀에 익도록 들어왔던 생각이 난다. 스포츠는 일찌기 국제경쟁에 노출되기 시작했고 이 가시적인 국제비교의 무대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정부는 전폭적인 지원으로서 스포츠육성에 앞장섰다. 한편 국민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함께 성원을 해주었고 올림픽메달획득자에게주는 포상연금도 마땅한 처사로서 받아들였다. 이러한 국가와 국민의 혼연일 체된 지원속에서 30년을 성장한 결과, 이제 우리나라스포츠는 세계 정상급수 준에 우뚝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이 단지 국가와 국민의 지원만으로 이뤄진 것처럼 치부한 다면 이는 체육인들의 노력을 간과하는 것이 될 것이다. 체육인들 또한 과학 적 훈련과 합리적운영체계를 수립하고 축구, 역도 등 전문 종목마다 독자적 인 전국연맹을 구성하여 거국적인 힘의 규합을 꾀했으며, 자신의 종목이 타 종목에 못지않는 세계적인 우위를 확보하게하고자 경쟁적인 노력을 쌓아올렸던 것이다.

"체력은 국력" 에 대비시켜 과학기술을 대변하는 슬로건은 "과학기술은 국가 생존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성으로 본다면 물론 이 "과시성의 체력 보다는 과학기술력쪽이 훨씬 더 원천적인 것이 될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과학기술력 향상과 선진화를 위해서 우리나라는 스포츠에 비교할만한 국가적인 지원도, 국민적인 성원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 우리나라 과학기술수준이 후진성을 못 면하고 있는데에는 체육인들의 노력에 상응하는 과학기술인들의 노력 또한 부족했던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스포츠의 축구, 역도, 육상, 수영 등 전문종목은 과학기술로 치면 전자공학 , 기계공학, 물리, 화학 등 전문학술분야에 해당할 것이다. 이 각 종목의 전문 체육인들이 전국적인 조직을 통일하여 세계 수준에 도전하고 있을때 과학 기술 전문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물론 전문분야에 따라서 다르겠지만전자공학분야를 예로서 살펴볼때 부끄러운 자책감이 앞선다. "국제경기" 를생각하기는 커녕, 아직 통일된 "연맹" 조차도 구성하지 못해 온 형편이기 때문이다. 전자공학회, 통신학회, 정보과학회, 음향학회, 통신정보보호학회, 전자파학회등 6 대학회와 그후 발족된 자동제어학회, 퍼지신경망학회, 방송 공학회 등등. 축구에 비교한다면 마치 공격수단체, 수비수단체, 센터포드단체 골키퍼단체등이 있으나 축구연맹은 없는 것과 같은 형국이라 할까? 이러한 분산된 학회들 운영에 진력하느라, 정작 학술활동의 진작과 국제화 제고를 위해서는 힘쓰지 못해온 것이다.

IEEE통신학회(COMSOC)의 아태지구위원회(APC)는 올해 4월 "뉴스레터"지를 통해서 ICC및 GLOBECOM국제학술대회에 발표된 각국의 논문수를 집계발표하였다 . 이 통계에 의하면 88~89년의 2년간 일본 2백7편, 중국17편, 호주12편, 홍콩9편 대만8편 등이고 한국은 2편에 불과했다. 다행히 92~93년의 2년간 통계는 일본 1백80편, 대만 26편, 홍콩 24편, 중국 22편, 호주 21편 등에 이어 한국이 16편으로 신장된 모습을 보인다. 물론 이러한 통계가 한국의 통신분야 학술수준을 정확히 평가하는것이라고는 볼 수 없겠으나, 우리나라 과학기술분야의 현주소를 대변해주는 실례라 아니할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우리나라 과학 기술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변신 의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공학 분야의 경우를 다시 살펴보면 작년도 전자공학회가 유관학회 통합/연합방안을 모색하여 "KITE 2000"책 자에 발표하였는가 하면, 올해 1월에는 전자정보통신분야 6대 학회가 공동으로 대학 연구환경개선을 위한 교수워크숍을 통신학회 주관하에 개최했다. 이에 진일보하여 요즈음에는 전자정보통신 6대학회에 전자학회가 가세하여 정기적인 회장단 회동을 갖고 공동노력의 장을 펼치기 시작했으며, 그 첫 사업 으로서 SCI인증을 받을 수 있는 국제 수준의 영문 논문지를 공동출간 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것은 전자공학인은 물론 온 과학기술인들의 갈채를 받아 마땅한 출발로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공동 노력은 장차 통합된 "연맹"의 태동으로 이어지고, 국내 전자공학 분야 학술 수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고양시키는데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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