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통신업체, 유럽통신기기시장서 사업 호조

유럽 통신기기시장에서 남한북온현상이 심화되면서 노키아사 및 에릭슨 텔레 컴 등 북유럽국가업체들의 약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시장에서 프랑스의 알카텔 알스톰, 독일의 지멘스사 등이 부진을 보이고있는데 반해 북유럽지역인 핀란드의 노키아, 스웨덴 에릭슨 등의 호조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사실에 업계가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9월말 프랑스 최대의 통신기기업체인 알카텔은 독일지사의 경상수지가 2억5천만마르크(1억6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올해의 흑자가 지난해에 비해40%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알카텔은 도이치텔레콤(DT)과 함께 수십년동안 독일에서 기득권을 누려왔다. 그러나 국영 DT가 코앞으로 다가온 민영화 준비작업에 나서 적절한 자본참여업체를 물색하고 있는 중이어서 이 지역에서의 미래는 다소 불투명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게다가 알카텔은 투자금액만큼 기술력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DT에 의존하고 있는 독일의 지멘스사 역시 사정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 업계 전문가들은 지멘스가 올해 통신기기부문에서 약 2백억마르크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유럽 통신기기업계가 저조한 상황에 놓여 있지만 그래도 북유럽 지역 업체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화장지업체로 시작한 핀란드 노키아사의 경우 유럽에서는 최고의 통신기기업 체로 자리를 굳힌지 이미 오래이고 전세계적으로도 미국의 모토롤러사에 이어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에릭슨사도 세계 3위의 휴대전화 네트워크용 디지털교환기 공급업체로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노키아와 에릭슨 양사는 1백7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휴대통신장비 시장의 3분의 1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양사가 유럽굴지의 통신기기업체로 부상한 데는 북유럽국가가 가지고있는 역사적. 정치적.지리적 조건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업계관계 자들은 다른 데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 하고 있다.

우선 자국내에서의 경쟁체제다.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의 경우 국영업체들이 통신사업을 독점적으로 운영해온데 반해 북유럽국가 업체들은 단일업종에서 도 경쟁의 양상을 띠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핀란드의 통신산업은 1백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나라에는 현재 자율적 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50개이상의 지역 전화회사가 있고 이들 업체가 선출한 이사들이 서비스요금을 결정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국영 텔레베르켓이 지난 89년부터 통신서비스사업을 독점해오고 있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의 규제하에 있다. 텔레베르켓은 스웨덴 국내에 서는 에릭슨을 2위로 밀어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여러 유럽업체와 달리 텔 레베르켓은 예산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서비스향상을 위해 다른 업체 들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을 갖고 있다.

둘째는 해외시장 개척노력이다. 노키아와 에릭슨의 자국내 독점금지는 역설 적으로 양사로 하여금 해외시장개척에 눈을 돌리게 했다.

알카텔이나 지멘스 같은 업체들은 자국시장에서 자본력을 확대하거나 몇몇외국 독점업체들과 연계함으로써 기반을 다지고 있는데 이같은 영업전략은 이들 거대전화업체에게 안정된 시장을 제공하는 반면 경쟁력의 하락과 함께 새로운 시장개척의 행보를 더디게 하는 쪽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들과 달리 에릭슨과 노키아는 국내시장에서의 반대급부를 외국시장에서 보충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해외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과정에서 양사는 국제적 적응력을 키웠다. 그것은 이들에게 외국시장 개척의 명수라는 명성과 신용을 동시에 안겨준 것이다. 1800년대부터 중국에서 전화장비를 판매해온 에릭슨의 저력은 오늘날 중요한 대중국 휴대전화장비 공급업체라는 결실을 거두고 있다.

다음은신기술 개발을 위한 계속적인 투자를 들 수 있다.

북유럽지역의 많지 않은 인구와 혹심한 추위는 이지역 무선통신기기 가격을 올리는 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이를 제공하는 통신기기업체는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노키아와 에릭슨은 여기에서 나오는수익을 지속적으로 기술력의 강화에 투자해왔다.

결과적으로 스웨덴이나 노르웨이.핀란드 등은 무선통신의 제국이 되었다. 양국의 휴대전화 보급률이 9~12%에 달한다는 사실도 미국의 7%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미 지난 81년 북유럽국가들은 "노르딕"이라고 알려진 국제 휴대전화 네트 워크를 위한 모임을 가진 바 있다. 또한 83년 미국 휴대전화시장이 개방되었을 때 탠디사를 등에 업고 휴대전화를 판매한바 있는 노키아는 이제 지역벨사나 GTE.AT&T 등 미국내 다른 휴대전화공급업체들에게 휴대형 송수신기를 공급하고 있다. 한편 에릭슨도 자국 교환기시장을 압도하면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관계전문가들은 올해 노키아는 50%, 에릭슨은 30%%정도의 매출증가가 있을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양사의 호조는 통신기반시설 구축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중남미.동유럽뿐 아니라 서유럽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전화시장은 앞으로 더욱 개방될 것이고 새로 참여하는 업체들의 수요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멘스와 알카텔의 부진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 되고 있다. 이들 업체도 노키아.에릭슨과 마찬가지로 아시아등지에서의 성장 을 기대하고 있고 기기의 저가경쟁에 뛰어들 채비도 마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백년의 전통을 갖고 탄탄한 기반을 구축해온 노키아와 에릭슨의 기복없는 약진은 타사와의 경쟁을 그렇게 빨리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유럽통신업계 관계자들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허의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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