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고 싶다는 인간의 오랜 욕망-통 신욕구는 인간이 의식주와 더불어 본능적으로 지니고 태어나는 제4의 욕망이 라고 할 수 있다. 위험을 전달하고 유익한 정보를 나눠 가져야 했기 때문이다. 원시시대에는 육성기관을 통한 단순한 울부짖음에 가까운 소리로 의사를 전달했고 언어가 탄생하고 봉화와 연을 거쳐 드디어 그레엄 벨은 전화기를 만들어 냈다.
전화의 발명은 아무리 멀리 떨어진 상대와도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정보전달 욕구를 비교적 충실하게 채워줬다. 하지만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다양화하면서 선에 얽매야 하는 전화에 사람들은 불만을갖기 시작했다.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 전화를 찾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화는 선에 고정돼 있어 차안이나 거리에서는 원하는 상대 와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다는 적지 않은 단점이 있다.
80년대들어 휴대전화가 태어나면서부터 사람들은 전화선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또 한번 맛보았다. 하지만 휴대전화 역시 가입된 서비스지역에 서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단점이 서서히 부각됐다. 정보화사회로 지칭되는 현대생활에서 통화가능지역에 제한받는다는 것 역시 엄청난 속박이다 . 특히 경제전쟁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구촌 곳곳에 산재한 거래선들과 수시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 기업인들에게 서비스지역이 제한된다는 것은입과 귀를 막아 놓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난 바로 그 시간 서울의 한 종합상사 직원이 출근을 위해 성수대교에 올라섰다고 하자. 9시반 회의 후 인도네시아의 바이어에게 정확한 상품 선적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기로 했는데 한시간이 가고 두시간이 가도 전혀 움직일줄 모르는 도로위에서 이 직원은 과연 어떤 방법을 택할 수있을까. 물론 휴대전화가 있다면 본사에 전화를 걸어 급한 사정을 얘기할 수있다. 하지만 정확한 선적날짜와 시간은 선박회사와 협의를 하고 운임등 복잡한 문제를 처리해야 되기 때문에 회사의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다. 설사 누군가 대신 업무를 처리해준다고 해도 그 상황을 어떻게 인도네시아 의 바이어에게 다 설명해줄 수 있을까.
위성이동통신은 이 모든 문제를 간단히 해결해준다. 휴대전화로 본사에 연락 하는 것은 물론 선박회사에 상의하고 선적날짜를 인도네시아의 바이어에게 전해줄 수 있다. 노트북PC가 있으면 위성을 연결해 정확한 선편과 시간, 선적물량 단가, 총액을 팩스로 바이어의 사무실에 전해줄 수도 있다.
이처럼 어떤 일이 있어도 필요할 때면 전세계 구석구석에 바로 연결해주는편리한 위성이동통신사업은 미 모토롤러사를 비롯해 퀄컴, 로랄 컨소시엄, 인마샛 등 6개 컨소시엄에서 추진하고 있으며 곧 1개 정도의 컨소시엄이 더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위성이동통신사업의 선두주자는 단연 모토롤러사가 제안한 이리듐 계획이다 . 지구궤도상에 66개의 통신위성을 띄워올려 전세계를 위성으로 연결한다는 모토롤러의 이리듐계획은 가장 먼저 발표된 위성이동통신 프로젝트답게 34억 달러에 이르는 소요자금 가운데 이미 15억7천만달러를 조성, 사업의 가장 큰 관건 가운데 하나인 자금조달문제를 별 어려움없이 해결해 나가고 있다.
지구상공6백40km 높이에 66개의 저궤도위성(LEO)을 띄워 시분할다중접속(T DMA)방식으로 음성 및 데이터, 무선호출서비스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저궤 도위성에 의한 이동통신은 통신단말기를 위성과 연결하기 위한 접시형 안테나 등 복잡한 장비가 필요없고 일반적으로 통화감도가 정지궤도위성(GEO)을 이용하는 시스템보다 우수하다.
지난 15일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LEO조건을 충족하고 투자자모집 등 소요자금 조성이 앞서가고 있는 이리듐에 WARC-92(세계무선통신주관청회의)에 서 배정받은 L-Band 16.5MHz 주파수 대역폭 가운데 가장 많은 5.15MHz 대역 을 할당했다.
한편 이리듐은 위성이동통신사업구상 가운데 유일하게 TDMA 기술을 채택, 통화효율이 떨어지고 다른 시스템과 주파수 공유가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국내업체로는 한국이동통신이 이리듐 프로젝트에 올해와 내년으로 나눠 각각 4천만달러와 3천만달러의 지분을 투자할 계획이다.
로랄/퀄컴이 제안한 글로벌스타 프로젝트도 모토롤러의 이리듐 계획에 맞서는 또 다른 현실성있는 프로젝트로 떠오르고 있다. 지구궤도 1천4백km상에 48개의 위성을 쏘아 올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18억달러로 예정된 사업자금 가운데 2억7천5백만달러를 조성 , 자금조달도 순조로운 편이다. 글로벌스타 프로젝트는 모토롤러와 달리 CDMA 방식을 채택, 다른 시스템과 주파수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데이콤과 현대전자 현대종합상사가 글로벌스타 참여를 확정한 상태다. 한국통신이 참여할 예정인 "프로젝트 21 계획"은 국제해사위성기구(인마샛) 가 추진하는 위성이동통신사업이다. 프로젝트-21은 총30억달러를 들여 지상 1만3백50km 상공에 12개의 위성을 띄워 올릴 예정이다. 99년부터 휴대형 단말기를 이용, 지구전역에 음성 데이터 팩스 위치인식(GPS)등의 통합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세계최대 PC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이 제안 한 텔레데식은 앞서말한 음성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위성이동통신과는 달리 전세계를 포괄하는 컴퓨터통신망을 염두에 둔 사업계획이다. 한마디로 하늘 의 정보고속도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8백40개의 위성을 띄우고 시스템을 설치하는데 4백억달러나 소요돼 비현실적인 계획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밖에도 현재 TRW사의 오디세이, MCHI의 엘립샛 및 CCI의 아리스 프로젝트 등이 추진되고 있으나 자금조성에 어려움을 겪거나 FCC의 LEO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함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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