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중기획-전자산업 경쟁력을 높이자(38)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기업의 임금과 생산성 부문에서도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노트북PC, 휴대폰에서부터 인포메이션 슈퍼하이웨이에 이르기까지 급속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근로자와 기업간의 관계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있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정보체계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됨에 따라 기업에서도 기존의수직적관계는 점차 수평분할적으로 변천되고 있고 개인의 능력과 책임도 더욱 높아져가고 있다.

이에따라 세계는 조직의 체제와 운영을 역으로 추적해보는 리엔지니어링, 리 스트럭처링의 새로운 바람이 일고있다.

이같은 재구축 선풍은 기업의 임금및 생산성 부문에서도 여지 없이 나타나고있다. 특히 국제노동기준을 국제통상과 연계시키려는 이른바 블루 라운드(BR:노동 협상)가 미국 유럽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가시화됨에따라 더욱 고조되고있는분위기다. 기술의 발전은 또한 근로부문에서의 양극화현상을 초래하고있다. 회사는 능력있는 사람을 덜 요구하게 되고 근로자의 업무는 더 고급화되어 가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근로자들은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가치 있는 일을 하게 됐다는 결론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개개인의 역량을 크게 높였고 이에따른 기업의 경쟁 력 강화를 위한 체제의 변화가 가능하게됐으며 보다 질좋은 근로자를 통한 질적인 생산성을 높여 나가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2위를 3연패한 한국의 위력을 찬양하는 보도와 함께 또 한편으로 낯뜨거운 보도들이 외신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 경쟁력은 세계 20위권에 불과하다는 것. 1위인 싱가포르를 위시해서 덴마크, 독일, 일본, 노르웨이, 미국 등 19개국에 뒤지고있고 아시 아권에서도 싱가포르, 일본, 홍콩, 대만에 이어 4위를 기록하고있다.

질좋은 인력의 배출은 미미한데다 정부의 경쟁력이나 인프라, 기술교육 등이 제대로 실시되지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들어 일어난 급격한 임금상승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노동부가 최근 발간한 "기업노동비용 실태분석"보고서도 우리나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총노동비용은 1백50만원을 웃돌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고노동비용 시대에 진입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상용근로자 30인이상 기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노동비용은 임금 및 임금 이외의 직.간접비용을 포함한 총비용이 1백33만7천원선을 기록해 전년도에 비해 13.3%가 상승했다. 이같은 상승세가 계속되면 올해 말쯤에는1백50만원은 훨씬 넘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한 한국능률협회가 5백46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국내 상장기업들이 인건비로 지출한 금액은 14조2천1백73억원으로 92년에 비해 총액대비 3.4%나 증가했다.

전자부문의 경우 급여 최대 지출 100대 상장기업중에는 삼성전자.금성사.삼 성전관.대우전자.금성전선.삼성전기.삼성항공.오리온전기.대한전선.금성?

전 .대우통신등 11개 업체가 최다 급여지출 업체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총 5천2백35억7천8백만원을 지출, 매출액대비 총 급여액 비중이 6.42%를 나타내 현대자동차.한국전력공사에 이어 3위로 나타났다.

이같은 전자업체를 중심으로 하는 제조업체의 임금상승 분위기는 올해들어 생산이 확대되면서 더욱 고조되고 있고 상반기 들어서는 가전3사를 중심으로 뚜렷한 반등기미를 보이고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 상반기중 복리후생비를 제외한 인건비는 총 4천66억원으 로 매출액대비 7.9%를 보여 전년동기수준을 유지했다.

이에비해 금성사는 상반기중 3천36억원으로 매출액대비 12.5%를 기록, 지난해 상반기의 11.3%에 비해 1.2% 포인트 상승했으며 대우전자의 경우도 상반기중 8백25억원의 인건비를 지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매출액 대비 0.1% 포인트 늘어났다.

특히 이 기간중 생산성은 큰 폭으로 향상됐으나 근로자의 임금인상 수준이 크게 높아져 1인당 인건비 증가율이 생산성 증가율을 웃돌았던 것으로 분석 됐다. 기업경쟁력을 임금과 생산성에서 고찰해보고자 할 때 국내 전자산업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오는 2001년 국내 전자산업은 매년 12.1%대의 성장세를 보여 총 1천37억달 러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수출 규모도 6백22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전자산업의 산업별 구조를 보면 가전산업과 컴퓨터 산업은 일반적인 산업발전 사이클을 거꾸로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다시말해 현재의 성숙기를 거쳐 쇠퇴기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기로 재진입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우리의 전자산업은 생산과 직접 관련된 기술수준은 물론이고 디자인 과 판매력에서도 낙후되어있어서 아직도 대부분 중.저급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이에 따라 산업의 구조조정 방향은 핵심 부품의 자급도를 높이고 제품설계및 개발기술을 확보하며 자체 상표를 개발하는 동시에 자동화와 정보화및 국제 화를 지향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자산업의 이같은 발전방향에 발맞추어 임금및 생산성 분야도 새로운 변화 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결론적으로 양적이고 수치적인 잣대보다는 질적이고 창조적인 생산성 향상노력이 뒤따라야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경쟁력이나 산업구조의 경쟁력등 여타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로 임금이 나 생산성에서의 경쟁력 창출 요인들을 발굴하고 개발해나가는 것이 급선무 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요인에는 첨단산업이나 고급제품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고급요소와 노동집약적인 산업및 저급품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단순요소로 분리해볼 수 있다.

고급요소측면의 경쟁력은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와 고급기술인력의 확보가 주를 이루고 있고 단순요소 측면의 경쟁력에서는 단순노동의 공급과 임금수 준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우리는그동안 고급요소의 꾸준한 축적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 여전히 선진 국은 물론 싱가포르와 대만에도 크게 뒤지고 있으며, 단순요소의 경쟁력은 개도국들 중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고급요소는아직 선진국 수준에 못미쳐 첨단 산업등에서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발휘하지 못하고있는 반면 단순요소에서는 중국.아세안등 후발개도국의 급부상과 맞물려 악화일로를 걷고있는 실정이다.

국내전자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해온 가전산업은 88년이후 연평균 4%의 미미한 증가세에 그쳐 92년에는 중국에 2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엔고등의3저효과가 없어지자 곧바로 침체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국내 가전산업이 얼마나 외부환경에 취약한지를 잘 보여주고있다.

가전산업이이같은 구조적 문제점을 가진 데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세계 일류 의 독자적인 제품이 없었기 때문으로 단언할 수 있다.

이에반해반도체의 경우는 좀 다르다. 70년 금성사와 아남산업이 반도체 조립산업에 진출한 이래 지난 92년에는 64MD램을, 올해는 2백56MD램을 세계 처음 개발하는 개가를 올렸다. 85년 2백56KD램을 개발한 이래 불과 10년만에 선진국을 따라 잡은 것이다.

반도체산업의성공요인중 하나는 우수한 인력을 적극 확보했다는 점이다. 수율에 의해 사업성패가 좌우되는 메모리사업은 양질의 노동력확보가 관건이다 . 공업화과정에서 미래 유망분야로 인식된 전자분야에 우수한 인력이 모이게되어 동원 가능한 인력의 질이 크게 향상된데다 생산과정에서의 학습효과를 축적, 수율향상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반도체 부문에서도 이같은 메모리 분야와는 달리 인력의 고급화가 가장 절실히 요청되고있는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설계능력 미비로 크게 낙후되 어 있는 것이 우리 반도체 산업의 또다른 모습이다. 반면 세트기술을 일찍부터 확보한 미국과 일본 업체들은 이 분야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에대한 대응책은 단 하나밖에 없다. 설계능력을 배양하고 이를 추진할 수있는 인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앞으로 전자산업을 주도할 요인의 하나인 생산성은 바로 여기서 창출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생산활동은 노동과 자본을 결합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투입요소 인 인적자원의 질은 최종 생산물의 생산성을 결정하는 핵심요인중의 하나다. 교육과 훈련을 통한 인적자원의 육성은 생산성과 직결되어있다. 급속한 기술 및 시장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시스템의 존재 여부는 기업과 국가적 차원에서의 뚜렷한 생산성 차이를 가져온다.

지난 87년이후 임금이 높아지면서 우리는 이제 고임금국이 되었다. 노동생산 성의 향상이 임금상승에 못미침으로써 경쟁국에 비해 노동코스트가 높아졌고이는 최소한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있다.

우리의 지난 93년도 명목임금상승률은 12.2%로 대만의 7.1%, 일본의 0.1% 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노동비용증가율도 4.6%로 대만의 3.3%, 일본의 마이너스 1.6%와는 비교가 안된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상승률은 7.6%로 대만의 3.8%와 일본의 마이너스 1.6% 에 비해 다소 유리한 입장이다.

문제는창조력이 있는 인재가 대학을 통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우리의 획일적인 교육제도가 기존의 단순암기위주의 입시형태를 벗어나지못하는한 우리 산업을 이끌어갈 창의적인 인재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형편이 다. 기술교육 부문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기술교육이 극도로 취약해 현장에 적용가능한 전문기술과 숙련기술을 제대로 갖춘 인력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전자산업이 21세기의 국제 환경변화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체는 근로자들이 정보통신 기술 발전이 가져오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자체 교육을 강화해야하고 근로자들은 자기개발의 기회를 통해 고부가가치의 기술개발 노력을 경주해야한다. 이것이 21세기의 생산성 개념이다.

기존의 양적인 토대가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 개개인의 창의성을 바탕으로하는 생산성 향상 노력이 계속될때 현재의 임금 상승을 무색케하는 전자산업 의 발전적 변화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경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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