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 전자전" 결산

엄청난 인파와 각종 전자기기에서 발산되는 열기도 이제 식어가고 있다.

6일간의한국전자전람회 일정이 이제 마무리되고 있는 것이다.

매년열리는 행사임에도 불구, 전자전람회는 그때마다 새롭고 신선한 충격을 느끼게 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각종 첨단 전자제품 및 기기 부품들의 출현이 급박 하게 돌아가는 세상의 속도를 다시금 체감케 했다.

25회째를 맞은 올해 한국전자전은 외형적인 변화와 출품작들의 성향변화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과거 전람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외형적인변화의 경우 우선 그 화려함의 퇴조로 요약된다.

전시장규모는 지난해와 같은 6천2백80평. 그러나 가전3사를 중심으로 한 요란한 치장이 크게 절제됐다.

전시내용을 차치하고 경쟁사에 뒤지지 않겠다는 외형꾸미기 경쟁이 한풀 꺾이고 출품작의 효과적인 소개와 알찬 홍보를 위해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이처럼 알차고 풍성한 잔치는 결국 한국전자전람회를 앞으로 더욱 내실 있는전람회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음으로 출품작의 성향변화를 들 수 있다.

첫번째로 참가업체들의 국산화 제품 출품확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예전전람회의 경우 HDTV 등 첨단제품들이 출품됐으나 개발 미흡으로 외산제 품의 껍질을 벗겨내고 자사 브랜드를 달았던 전시용 및 과시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올해 전시회에서는 양상이 많이 바뀌었다.

물론 이같은 출품작이 모두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자체기술로 설계하거나 제작한 각종 첨단제품들이 한국형이라는 이름을 달고 자신있게 전시돼 관심을끌었다. 업계 일각에서 이번 전람회를 첨단 제품의 경연장에 국내업체들의 직접적인 참여가 이뤄지기 시작한 전환점으로 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다른 성향 변화는 출품작이 시대의 흐름에 편승,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있는 분야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인 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분야의 제품이 고루 출품됐으나 올해는 멀티미디어 분야의 강세속에 가전부문 일부 분야만이 예전의 규모를 유지했다.

또 공동전시장이 마련된 계측기 분야의 출품업체 증가가 눈에 띄었으나 컴퓨터와 오디오, 정보통신 관련기기 분야, 산업전자 분야, 부품분야의 출품은 다소 위축됐다.

최근들어 개별분야 전시회가 잇달아 개최되면서 업체들의 전문전시회 참여가 늘고 있는 데다 이들 분야의 기술변화 속도가 느려 크게 내세울 만한 첨단제품이 없다는 점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부분적인 위축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자전은 각 분야별 첨단 기술이나 제품이 망라돼 있다는 점에서 사상 최대규모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12일 뚜껑을 연 전자전람회는 예상했던 것처럼 멀티미디어 분야의 진전이 가장 돋보였다.

지난해의 경우 CD롬이나 컴퓨터와 오디오를 접목시킨 비교적 단순한 제품들 이 뉴미디어 제품으로 관람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또 오디오와 비디오를 접목시킨 영상가요반주(일명 가라오케) 시스템들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같은 단품중심의 뉴미디어 제품이 다소 시들해진 반면 컴퓨터와 AV시스템.통신이 결합된 멀티미디어기술 및 제품이 대거 쏟아져 나와 관심을 집중시켰다.

동화상이 제공되는 비디오 CD플레이어나 주문형 비디오(VOD), 다양한 멀티미디어 환경을 가능하게 해주는 2배속 CD롬 드라이브, 화상회의시스템 등이 보는 이들에게 새로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가전 분야에서는 보다 발전된 한국형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인들의 식생활 문화를 고려한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가진 냉장고를 비롯 전자레인지.식기세척기.진공청소기들이 출품됐는데 저마다 세련된 디자인 과 깔끔한 끝마무리로 향상된 제품력을 과시했다.

고화질TV(HDTV)의 경우 이미 몇 차례에 걸쳐 선보이긴 했지만 올해 가전3사 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자체 개발한 제품들을 한국형으로 선보여 상당한 기술 적인 진척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도 가전분야에서는 기능과 화질이 향상된 프로젝션TV나 대형 LCD를 이용한 벽걸이용 TV, 화면의 굴곡을 거의 없앤 슈퍼플랫 브라운관 TV, 맹인용 독서기등이 눈에 띄는 볼거리였다.

산업용기기분야의 경우 다수 계측기 업체들의 참여외에는 제품변화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러나엔고의 영향으로 국산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향상됨에 따라 부품 분야와 함께 바이어들로부터 가장 높은 관심을 끌었다.

94한국전자전람회는 8년만에 현직 대통령의 개막식 참여라는 전시외적인 성과를 거둔 것도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 3백억달러를 수출, 전체 수출의 3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될 만큼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온 전자산업이다.

이같은 전자산업의 최대 행사인 전자전에 8년 동안 대통령이 모습을 보이지않아 전자산업이 그동안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없지 않았다. 관계자들은 비로소 전자산업에 대한 평가가 제자리를 찾고 전자전람회는 전 자인뿐만 아니라 국민적인 행사로서의 틀을 갖추게 된 것으로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전자전람회는 올해를 기점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6대 전자관련 행사라고 안주하기에는 해외 참가업체 유치에서 보완해나가야 할 부분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제품의 출품이 국내 업체들에 한정돼 세계적인 첨단기술 및 제품의 흐름을 읽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따라서 미.일.유럽 등지의 세계 유명 전자업체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 국내 용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한 세계적 행사로 탈바꿈 시켜 나가려는 노력 이 요구되고 있다.

【박주 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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