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업계 조직개편

시계대기업들이 최근 과감한 조직개편을 단행,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이후 아남정공 오리엔트시계 등 국내시계업계의 대표적 업체들이 경영 효율성 제고의 일환으로 조직감량과 팀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작업을 잇달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조직개편은 시장개방 추세에 따른 외산제품의 수입급증, 금융 실명제 실시 등 변화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의 핵심으로 추진 되고있다. 일부 업계의 전문가들은 현재를 70년대초 국내시계산업이 모양새를 갖추고사업을 추진해온 이래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규정한다.

비단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시계시장 역시 일본과 스위스업체의 치열한 경쟁 이 핵심부품인 전자식 무브먼트의 과잉공급을 가져왔고 이에따라 시계조립업체들이 난립, 무브먼트업계뿐만 아니라 전체 시계시장이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장개방 추세를 타고 1~2년새 국내 시계시장에는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홍콩산조립제품이 급속도로 유입돼 중저가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와함께지난해부터 실시된 금융실명제와 이에 수반된 무자료거래단속은 시계업계의 기본 내수영업망인 대리점체제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대리점 부실 이 가속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시계업계의전체 매출규모는 90년대들어 큰폭으로 위축되고 있으며 업체별로 차이는 있으나 오리엔트시계 삼성시계 아남정공 등 주요업체의 올상반기매출 은 전년대비 10~20% 정도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시계 업체들의 잇따른 조직개편작업은 이처럼 악화된 경영여건 아래서 종래의 타성적 경영방식을 고수할 경우 회사유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절박 한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남정공과오리엔트의 이번 조직개편은 최근 국내기업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리엔지니어링개념을 기반으로 기존의 조직구조로 과감히 정리하고 업무 중심의 팀제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업무의실질흐름에 따라 인력배치를 효율화 함으로써 전통적인 업무군 분할 에서 나타나는 의사소통의 동맥경화 현상과 비효율을 해소한다는 것.

이에따라 효율성이 낮은 부과는 과감히 정리하고 신속한 정보취합과 소비자 욕구 수렴이 중시되는 최근 추세에 맞춰 마케팅과 영업에 인력자원을 전진배치시켰다. 아남정공은 지난 7월 부터 조직개편에 착수, 원활한 업무흐름에 초점을 맞춘팀제를 도입하면서 각 과단위를 신설된 팀제로 흡수시켰다.

팀편제에 있어 특히 마케팅부의 경우 시계브랜드별로 팀을 구성하고 과로구분됐던 디자인.상품기획.설계인력을 각 팀에 배분해 일괄구조를 갖추 도록했다. 영업에서도 관리부서를 폐지하고 서울.영남.충청호남권 등 영업대상지역별로 팀을 구성했다.

이달초부터개편작업에 들어간 오리엔트시계도 기존의 각 사업본부를 그룹으로 변경 하는 등 형식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팀제를 중심으로 조직 계통을 단순화했다는 점에서 아남과 거의 동일한 맥락에서 개편이 이루어졌다고 할수 있다.

한편오리엔트 아남과 함께 국내 3대시계업체의 하나인 삼성시계는 지난 몇년간 누적된 경영부실로 최근 삼성그룹이 준비중인 계열사 조직개편 작업과 관련, 구체적인 사업방향을 아직 설정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그룹차원에서 삼성시계를 정상화하기로 결정할 경우 삼성시계도 곧바로 대대적인 조직경량화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과감한 조직개편 물결에도 불구하고 업계 관계자들은 이것은단지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제에 불과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왜곡된만성적인 유통 구조의 개선과 무서운 속도로 밀려드는 외산시계에 대한 경쟁력확보 등 국내 시계업체들이 풀어야할 숙제는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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