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12일 금융실명제의 전격 시행으로 전산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그중에서도 중소기업들에 미친 충격파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하 경제 를 막고 자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한다"는 금융실명제는 사채 시장의 경색을 가져와 중소기업의 돈줄이 끊긴 것이다.
정부는금융실명제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대출기간 3개월 , 연리 8~10%로 조건이 좋은 긴급자금을 방출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나섰다. 그러나 예상대로 정책자금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채의존형 기업들은 자금조달 이 막막해졌고 이는 연쇄부도를 기록, 실명제실시 첫달의 부도건수는 실명제 실시 전월의 4배에 달했다.
심지어이틀새 37개사가 부도를 내고 쓰러지는 현상까지도 나타났다.
올해들어서도이같은 현상은 이어져 5~6월중 중소기업의 부도율이 86년 한은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최고치인 연속 0.17%를 기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8월 들어서는 특히 은행들이 돈줄을 죄면서 올 여름 날씨만큼이나 돈가뭄이 심해져 연일 1백개사가 넘는 중소업체들의 부도가 줄을 잇고 있다.
올해 연 7.8~8%의 경제성장 전망을 내놓고 있는 한은과 한국개발연구원(KD I)등의 예상을 무색케 하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중기자금을 지원한다는 올초의 계획을 들여다 보면 중기의 설비 투자 와 구조조정 등을 위해 지원하는 정책자금수요는 경기호황과 비례해 늘면서 올해 책정된 3천만원의 외화표시 원화자금 3천억원이 이미 지난 5월 소진되었고 신용보증기금도 지난 6월말 현재 8조5천7백84억원이 보증 지원돼 법적 한도액인 9조6백45억원의 94.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가운데 모처럼 낮은 엔화환율, 낮은 원자재가, 저금리 등 신3저의 호황국 면을 맞아 경제도약의 계기로 삼으려는 기업들의 정책자금 확대 요구도 만만치 않다.
올6월 이전의 금리를 기준으로 한 외국의 금리(프라임레이트)는 일본이 3.
0~4.4%,독일이 8.5~12%, 대만 7.75%, 싱가포르 5.66%, 홍콩 6.75%, 미국이 7.25%를 기록하는 등 국제적으로 6%대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의 정책자금이 7%대이고 금융기관의 우대금리가 9%대인 점과 비교해 보면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금리 차이만큼 기업의 경쟁력이 외국기업들에 뒤지게 되기 때문에 국내기업들은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발벗고 나서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최근들어전반적 경기호황과 전자업계의 호황속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연간 매출 1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반도체.액정표시판(LCD).컬러브라운 관 관련 전자업체들은 증설 비용을 조달하는 데 진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당수의 중소기업 경영자들 중에는 "은행문턱이 높다"는 선입견과 정보부족 , 그리고 부정적인 느낌에 사로잡혀 보다 유리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방법을 모른 채 "대가는 크지만 손쉬운" 사채시장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기술복권판매를 통해 올해 2백억원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인 종합 기술금융의 경우 대표적으로 연구개발비 지원기능을 하는 곳중 하나로 꼽힌다. 개발사업 , 출연연 보유기술 기업화 연구개발사업, 국책연구개발사업등에 3년거치 7년 상환의 조건으로 연리 6~7%의 기술개발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것이다.
정책적인 배려에 따른 기업지원책을 보면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기술 보증도 빠지지 않는다. 이 기관의 경우 92년도에만도 3천9백억원 정도를 신용 보증 지원했는데 수혜업체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이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이들 기관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 지원을 얻어내는 것도 중소기업 체들에게는 쉬운 일은 아니다. 심사과정에서 탈락한 업체들은 하나같이 이들 기관의 눈에 들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하고 있다.
연리7%의 공업 발전기금이나 공업기반기술자금 역시 이용하기가 어렵다는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현장감각이다.
물론우수한 기술력으로 정책자금의 수혜를 받아 자금난을 잘 헤쳐나가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전자업체의 자금조달 관계자들은 정책자금 혜택과 관련해할 말이 많은 것 같다.
이들은공업기반기술과제의 이자가 연리 7%라고는 하나 여기에 이르는 과정은 험난하기 그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공업기반기술과제로선정돼 2년전 처음 자금혜택을 받았던 서울 소재 전자업체인 E사의 자금 조달 관계자는 공업기반기술 개발사업과 관련, 연리 7% 의 정책자금을 지원받았으나 심사과정에서의 제반경비 등을 부담하고 나니 결국 8%의 자금을 빌린 꼴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도이나마 받을 수 있는 업체는 나은 편에 속한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 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기술을담보한다는 기관으로부터 기술이외의 담보를 요구당하는 게 당연시되는 것이 우리 업체의 현실이다.
중소기업의자금사용 형태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요행히재무제표상의 매출기준에서 합격하고 기술심사에서도 통과해 기술 보증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들자금의 상당부분을 긴급조정자금으로 쓴 빚을 갚는 데 전용, 기술개발비가 사업유지비로 넘어가면서 개발은 자연히 연기 또는 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금융실명제이후 자금원의 투명함앞에 사채의 젖줄은 끊어졌고 기업의 자금 조달 문제는 결국 아이디어를 통한 자구노력으로 극복할 수 밖에 달리 묘책 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자금조달의 어려움에 대해서 국민은행 중소기업부의 김종욱부장은 우리 실정에서 기업 스스로가 신?도.인지도를 높여 금융기관과의 협조하에 자금대출 및 기술개발 지원금을 받는 것도 한방법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개인과 개인과의 관계에서도 신뢰가 쌓여야 돈을 빌려주는데 하물며 거액을 쉽사리 대부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시중은행가운데 설립목적 자체를 중소기업 자금지원 등으로 명시한 중소기 업은행과 국민은행이 있다. 중소기업은행과 국민은행 등은 유망중소기업들에 대해 프라임레이트를 적용, 꾸준히 지원해주고 있다. 이들 은행은 신용 평가 점수에 따라 금리를 차등적용, 단기금리의 경우 9%정도에서 11%까지 차등 을 두고 기업에 대출을 하고 있다.
국민은행의경우 자사의 이익금에서 기금을 조성, 기술개발업체와 출연연을 연결해 기술개발비의 70~80%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장기신용은 행도 장은기술상시상 등을 통해 우수한 기술개발을 해놓고도 애로를 겪는 기업에 비슷한 수준의 자금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수한기술과 신도와 인지도만 갖고 있으면 기업이 개척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자금을 받거나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기술개발력.자금관리력과 함께 정보관리력을 갖추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시대를 맞고 있다.
정부의정책지원이 어떻게 바뀌고 세제는 어떻게 바뀌며 설비도입에 관한 정책은 어떻게 바뀌는가 하는 등의 정보입수여부가 기업생존의 필수적인 요소 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차원에서 중소하청업체들과의 거래에 EDI(전자문서교환)시스템 등을구축 서류교환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자금결제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한편 각종 중소기업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입수할 수 있도록 지원 하는대기업들이 늘고 있다. 은행과 팩시밀리로 경영.기술상담을 하거나 매주 정책정보를 받아보는 중소기업들도 이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12월 세계교역의 활성화를 위해 시작된 UR협상 타결로 금융시장의 개방 및 정부의 각종보조금지원 수정.보완이 불가피해진 지금 우리기업은 내외 의 새로운 금융환경속에서 국제경쟁력 강화에 보조를 맞춰야 할 시점에 와있다. 이같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이 자금난에 대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중의 하나는 정보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정보화사회의 도래는 기업의 자금관리와 관련해서도 "기술과 시간만이 돈이 아니고 정보도 돈"인 시대로의 이전을 의미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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