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정보처리 기술의 전문화

미국 링컨 대통령의 치적으로 노예해방은 널리 알려져 있으나 링컨 대통령이 근대 공학교육제도를 확립하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것 같다.

오늘날 미국의 명문 주립 대학의 상당수가 링컨 대통령 시절에 농학 및 기계 공학 교육기관으로 출발하였는데 당시의 기계공학은 모든 "하드웨어공학" 을의미했다. 당시의 기계공학이 오늘날에 이르러 공과대학의 제반 학문 분야로세분화되고 전문화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후 백년이 지나서 1960년대에 이르러 "소프트웨어공학" 혹은 "정보 처리기술 의 개념이 확립되었고 지난 30여년 동안 이 분야 역시 여러 전문 분야로세분화되어 발전해 오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정보처리기술 자체를 "전산학"과 동일시하여 이를 단일전문분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정보처리기술 분야의 미분화는 국제화 에 발맞춘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원인이 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국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SW)와 관련된 사항은 SW의 내용과 상관 없이전적으로 기업내 "전산실"에서 주관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며, SW 등 정보처리 분야의 국책연구과제를 과기처 전기전자 조정담당관이 주관함 으로써 정보처리기술의 세분화된 전문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작금 의 현실이다.

이는 결국 국제적인 추세에 따른 전문분야의 SW개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게 하는 근본원인이 되는 것이다.

지난 91년부터 93년까지 SW의 수입은 매년 50% 정도씩 늘어난 반면 수출은 제자리걸음 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했으며, 94년의 SW분야의 무역수 지적자는 2억3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었다.(본지 94년7월23일자 참조 . 1천6백만 달러로 예상되는 수출의 경우에도 대다수는 외국기업에 의한 OEM 수출 내지는 재외 교포학생을 위한 SW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외국시장 정보가 어둡고 기술이나 자금이 부족한 것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국내 정보처리 기술 분야의 미분화로 인한 국제 경쟁력의 저하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현대 사회는 정보화사회라고 한다. 즉 정보처리기술이 국제 경쟁력을 주도함 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면 정보처리기술 분야의 세분화 및 전문성 증대,이 에 따른 국제화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정보처리 분야의 국제기구인 "정보처리국제연맹" (IFIP:Int ernational Federation for Information Processing)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IFIP는 "인류의 복지향상을 위하여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을 개발. 탐구.응용하는 것을 장려하고 지원하기 위한 비정치적인 국제기구" 로서 유네스코의 후원으로 1960년도에 발족되었다. 현재 53개 유엔 산하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회는 각 회원국을 대표하는 기관 (한국의 경우 정보과 학회)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11개의 기술총괄위원회(TC)와 71개의 전문위원회(WG)를 두고 있는데, 기 술총괄위원회가 일종의 행정조직이라면 전문위원회는 실질적인 학회와 같은역할을 하고 있다.

참고로 기술총괄위원회의 전문분야 구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소프트웨어.컴퓨터교육.생산 및 공학에의 컴퓨터 응용.통신시스템.시스템 모 델링 및 최적화.정보시스템.컴퓨터와 사회의 관계.컴퓨터시스템기술. 정보처 리 보안 및 보호.인공지능.인간-컴퓨터 교호작용분야 등 11개 분야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TC5(생산 및 공학에의 컴퓨터 응용 분야) 산하 WG5.3 (CAM 및 CIM 전문 위원회)에 속해 있는데, TC5는 WG5.2 (CAD 전문위원회)부터 WG5 .11 (컴퓨터와 환경 전문위원회)까지 모두 9개 전문위원회로 이루어져 있다.

즉 "생산 및 공학에의 컴퓨터 응용분야"만도 9개의 전문분야로 세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WG5.3의 경우 동경대.일본니껭연구소.미국크라이슬러 자동차 등 국제적으로 기업.연구소.대학에서 40여명의 멤버가 참여하여 매년 1회 이상 해당분야 국제학술대회 개최 및 상호교류 등의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이는 국내의 현실과 비교할 때 주목할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각 전문위원회는 30~40명의 멤버로 구성되고, 각 기술총괄위원회별로도 30~40명의 멤버가 있어서 전체 구성원수는 수천명에 이르는데, 제3기술총괄위원회(컴퓨터 교육 분야)의 1명과 필자를 제외하고는 한국인이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다.

IFIP 국제 학술대회를 자주 다녀보는 필자로서는, 국제화 및 정보기술의 전문화 측면에서 국내 정보처리분야 "전문가"들의 참여가 지나치게 적어서 아쉽게 느껴진다.

필자의 견해로는 정보처리 기술을 "전산학"이라는 단일 전문분야로 생각하는 인식에서 벗어나야만 국제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IFIP 의 전문위원회가 총 71개에 이른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에 국내 정보 처리기술분야는 현재의 미분화된 상태에서 벗어나 세분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더욱 활발한 국제적인 활동을 통하여 국가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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