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유통시장에 지각변동 조짐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국내 가전유통의 80%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 전속대리점들은 대형 혼매점 등의 등장에 벌써부터 흔들리고 있으며 선진외국 유통업체들의 국내 진출 움직임에도 바싹 긴장하고 있다.
금성사.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가전3사는 대리점들의 이같은 동요를 사전봉쇄 하고 오랫 동안 유지해온 전속대리점 체제를 지탱시키기 위해 갖가지 대리점 강화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지속돼온 전속 대리점 중심의 가전유통 구조가 흔들리면서 "1 점포 1사제품 취급"의 원칙이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가전3사 전속 대리점중 대형점을 중심으로 한 일부 대리점들은 혼매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외국 유통업체와 손잡을 생각을 갖는 곳까지 생겨나고 있다.
여기에 오는 96년 유통시장 완전개방과 수입선 다변화의 해제 움직임이 서로맞물리면서 국내상륙을 꿈꾸는 외국가전 및 유통업체들의 사전 국내 시장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일본의 조신전기.라옥스.다카시마야 등 대형 가전유통업체들은 이미 국내 대형 혼매점 등에 대한 기술지도에 나서거나 상표등록을 통해 국내시장 진출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들은 가전제품에 대한 수입선 다변화가 풀려 일본 제품 들이 우리나라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을 때를 국내진출의 적기로 삼고 있다. 소니.마쓰시타.산요.샤프 등 일본 전자업체들과 유럽.미국의 유명 가전 업체 들도 이미 한국시장 진출을 위한 타당성 검토를 완료하거나 서비스센터의 확충에 나서는 등 국내시장 본격 진출에 앞서 교두보를 쌓기 시작했다.
전속 대리점 체제유지의 주체인 가전3사는 이같은 움직임을 예의주시 하면서 제품밀어내기를 자제키로 하고 실판매 정책을 도입하는 등 대리점 경쟁력 강화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또 일부 업체는 주요 상가에 대형점을 개설, 외국 대형 유통업체들의 국내진 출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현재까지 가전유통시장을 장악해온 가전3사도 중대형 혼매점의 급부상, 유통 시장 개방, 수입선 다변화 해제 등 가전유통과 관련한 일련의 변화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또 적지않은 변화의 물결이 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국산 가전제품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전속 대리점 체제 를 고수해 나가겠다는게 가전3사 유통정책의 골격이다. 버틸 때까지 버티어보자는 계산인 셈이다.
그러나 가전3사가 최근 들어 내세우고 있는 밀어내기 자제나 실판매 정책도 시장 점유율 경쟁과 맞물려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실정. 일부 업체는 혼매점 등 전속대리점이 아닌 판매점으로의 제품공급에 대해 원칙적으로 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대형 혼매점과 전자상가 등에선 여전히 대리점보다 싼 가격 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정부에선 유통시장 개방과 관련해 그동안 몇몇 규제완화책을 내놓고 또 앞으로 법개정 등을 통해 국내 가전산업과 가전유통 산업이 동시에 살아남을 수있는 정책을 구상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뾰족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또정부의 개입으로 이같은 가전유통의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막아 내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럭키금성경제연구소 유을섭 책임연구원은 "결국 국내 가전산업과 가전유통산업은 가전3사의 대응 여부에 따라 전속대리점과 가전양판점이 공존하는 비교 적 성공적인 형태로 발전될 수도 있고, 대만처럼 가전산업이 일거에 몰락의 길을 걸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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