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업계, TFT방식 LCD에 대한 투자열기

"LCD업계는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다. 제조장비업체들이 따라붙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LCD제조장비의 선두업체 다이닛폰스크린제조사의 한 영업사원 은 대형업체들의 최근 움직임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한다.

다이닛폰스크린은지난 92년 LCD업계의 설비투자위축으로 LCD관련 매출이 전년비 60%나 감소한 44억엔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부터 다시 바 빠져 지난해 매출이 1백9억엔으로 급속히 회복됐다.

확실히LCD에 대한 설비투자는 지금 거대한 분수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그대부분은 TFT방식 LCD의 생산능력확대로 몰리고 있다.

선두업체샤프사는 기존 텐리공장의 증강에 이어 미에지역에 제1 단계만으로5백30억엔이나 투자되는 초대형급의 신공장을 건설한다.

TFT LCD에서 2위그룹인 NEC, 도시바와 일본IBM의 합작사 디스플레이 테크놀러지 DTI 사도 잇달아 새 설비를 가동시킬 계획이다.

그동안TFT LCD양산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히타치제작소, 미쓰비시 전기도 적극적인 투자를 내세우고 있다. 히타치는 "생산성향상의 전망이 밝고 PC용 시장도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대형투자에 적합한 시기"라며 적극적인 자세이다. 미쓰비시도 "TFT LCD는 아직 성숙되지 않은 산업으로, 곧 승부가 나는 사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마쓰시타전기의 경우도 모리시타사장이 직접 "LCD 에서는 만회를 할수 있도록 특별히 힘을 쏟는다"며 본격 참여를 선언했다.

이처럼대형업체들이 LCD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하나는 대형투자를 하고 싶은데 이것보다 매력적인 사업을 발견할 수 없다는 현실때문이다. "지 금은 다른 선택이 없다. 그래서 필요이상으로 LCD사업에 대한 투자가 가속화 되고 있다"라고 도시바의 스즈키사업부장은 투자의 불가피성을 강조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과열투자를 우려했다.

전자산업에서LCD가 차지하는 비중도 다른 하나의 요인이다. LCD는 반도체집적회로 2차전지와 함께 3대디바이스의 하나. 따라서 기간부품을 잡고 있지않으면 완제품사업에서도 뒤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크다.

그러나대규모 투자의 결정적인 요인은 지금 눈앞에 수요가 활발한 TFT LCD 가 있다는 사실이다 . 시장규모와 비교하면 생산능력이 역부족상태로 TFT LCD업체는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들면 DTI사는 생산중인 9인치이상의 대형TFT LCD제품을 모회사인 도시 바와 일본IBM에 절반씩 납품하고 있는데 이들 양사가 요구하는 물량은 현 공급량의 2배이상. 필요량이 전혀 충족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TFT LCD수요의 중심은 PC. 생산 제품의 약 80%가 PC에 탑재되고 있다.

미국에서는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즈의 보급과 절전형에 대한 요구가 증대 하고 있는데다 컬러액정디스플레이를 갖춘 저소비전력형 노트북PC의 요구도 증가하고 있어 TFT LCD의 수요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NEC의경우는 생산하고 있는 TFT LCD의 70%를 자사의 PC용으로 충당한다.

당초에는TFT LCD를 자체생산하지 않고 타사에서 구입할 계획이었다. "타사 에 의존하면 수량이나 사양등에서 제약을 받는다. 사내에 액정사업이 있으면시너지효과도 생긴다"며 TFT LCD사업 참여를 설명했다.

TFTLCD의 수요확대에는 가격하락이 절대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의 생산성향상으로 가격도 하락, TFT LCD를 탑재한 PC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 고 있는 상황이다.

PC를축으로 한 TFT LCD의 왕성한 수요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PC시장규모는 지난해 약 3천7백90만대인데 앞으로도 두자릿수 신장 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LCD를 빼놓을 수 없는 휴대형은 당분간 연간 30%이 상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반면 10인치급 대형TFT LCD3의 공급능력은 각사의 증강이 예정대로 진행된다해도 연산 1천만개가 되는 것은 96년이후의 일이다따라서 각 업체들이 "중.장기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웃돈다"며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현 단계에서는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장래에도 지금처럼 PC용 수요에만 전적으로 의존한다면 현재의 대형 투자는 문제가 될 것으로 지적된다. 투자가 "2000년에 2조엔"의 초대형 시장 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새 분야의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투자 과열 현상을 빚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업체들은 한결같이 응용상품의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기대 할 수 있는 것이 차량탑재용. 자동차가 움직이는 사무실로 전환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좁은 공간과 진동을 고려하면 디스플레이로는 LCD 가 가장 유력하다. 실제 업체들은 운행시스팀을 돌파구로 용도개발에 열을 올리고있다. 또 휴대정보단말기나 히트상품이 된 샤프의 "액정뷰캠"과 같은 AV 분야도 응용분야로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LCD이기 때문에 실현할 수 있는 신제품을 얼마만큼 내놓 느냐가 관건 이다. 동시에 새 시장의 개척은 TFT LCD의 가격을 얼마만큼 내릴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LCD시장이내년에 1조엔으로 신장한다는 전망은 10인치 TFT LCD의 가격이 5만엔이 될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12만~13만엔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따라서 가격 5만엔, 1조엔시장형성의 실현은 1~2년 늦어질 전망이다. 가격하락이 난항을 보이는 이유는 우선 자재비용 때문이다. 제품가격에서 자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반도체가 20%이하인데 비해 LCD는 40%정도로 높은데이것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특히현재 물량조달과 가격 양면에서 최대의 걸림돌이 되는것은 컬러 필터다 . NEC는 "컬러필터의 조달이 어렵다. 각 업체들이 증산계획을 실제로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까지 말한다.

재료업체는 이제 겨우 투자의 회수기에 들어서고 있다. 당연히 가격 붕괴를 초래하는 증산은 기대할 수 없다. 이들은 오히려 "왜 그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 재료 업체와 공존공생으로 가는 상황에서 요구가 지나친 것같다" 며불만이다. 제조장비의 개선도 LCD가격에 영향을 주지만 아직은 저가화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제조기술 그 자체가 확립되어 있지 않고 시행착오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설비를 도입할 때마다 매번 1호기를 만드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DTI측은 현 실정을 설명한다.

일부에서는 기판의 크기등 표준화를 주장하는 소리도 높지만 "아직 기술이 유동적인 상황인데 지금부터 규격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대도 적지 않아 이 문제도 쉽게 풀릴 것같지는 않다.

그러나이러한 난제를 안고있지만 TFT LCD시장의 급신장에는 이견이 없다.

업체들의경쟁적인 투자가 이를 뒷받침한다.

투자가큰 만큼 주도권을 향한 업체들의 움직임에 쏠리는 관심도 크다. 현시 점에서 주도권은 일단 샤프로 기울어 있다. NEC, DTI가 TFT LCD사업에서 흑자를 낸 것은 지난해부터인데 샤프는 이미 91년 후반부터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특히 LCD의 경우 한번 도입한 설비는 기판크기가 같으면 오래도록 새 설비와 같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선발업체에 이점으로 작용한다.

반면NEC, DTI는 자체에 PC를 보유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안정적인 수요가 보장되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가 보다 용이하다.

이들상위 3개사에 히타치를 포함한 4개업체가 당분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전망이다.

이들의추격업체로는 미쓰비시, 산요등이 지목된다. 미쓰비시는 후발 이면서도 "특징을 살리고 싶다. 최대점유율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며 독자노선을 걸을 방침이다. TFT의 생산을 6.5인치이하로 특화하고 있는 산요는 "컴퓨터 용보다 민수용분야의 시장개척에 노력한다. 당분간 전천후형식의 전략은 취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호시덴사는 "각품종소량, 고객에 대응할 수 있는부품업체의 강점을 살릴것"이라며 기동성을 강조한다.

PC용을중심으로 한 경쟁과 함께 새로운 분야개척을 위한 움직임도 일어나고있다. 업체들은 "TFT LCD의 최종 목표는 TV"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NEC는 드라이브IC를 애널로그방식으로 바꾼 풀컬러TFT LCD의 제품화를발표했다. 이것은 가정용TV라는 새로운 시장을 겨냥한 전략제품이다.

그러나경비면에서 컬러TFT LCD가 브라운관을 능가한다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얼마만큼 단가를 브라운관에 접근시켜 대형 벽걸이TV등 새로운 타입의 TV를 제품화하느냐가 TV시장에 TFT LCD가 입성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LCD업계의경쟁은 이제 노트북PC용에서 가정용TV로도 번져갈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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