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다툼의 회오리에 휩싸여 있던 70년대 초반.
경영의난맥상으로 기우뚱거리던 시절이었음에도 호남전기는 다른 측면 에서25년의 역사가 갖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경영혼란의 와중에서 호남전기를 떠받치고 있던 저력, 그것은 다름 아닌 기술과 품질이었다.
호남전기는 69년 고성능 망간전지를 개발해 "로케트 슈퍼" 라는 상품명으로 시장에 내놓은데 이어 70년 벽두에 국내 최초로 알칼리전지를 상품화, 알카 리 전지 시대를 열었다.
망간전지에비해 성능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수명이 3배가량 길어 오래쓸 수있다는 것이 알칼리 전지가 갖는 특징이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가격이 망간 전지에 비해 2배이상 비싸다는 이유 때문에그 당시의 수요는 기대만큼 많지 않았다.
호남전기는그러나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알칼리 전지의 성능개선 및 홍보 작업에 매달렸다.
그결과, 알칼리 전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시장 수요가 점차 늘기 시작했다. 특히 80년대 이후엔 휴대형 전자기기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수요신장 곡선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망간 전지를 빠르게 대체 하고 있다.
지난해로케트전기의 건전지 내수 판매액에서 알칼리 전지가 차지한 비중이 35% 가량이나 되는 것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한 결과였다.
그리고이는 호남전기가 70년 알칼리 전지가 처음 상품화 됐을 당시 적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의 시장성을 확신, 실망하지 않고 때를 기다려온 대가이자 "좋은 제품이 팔린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해주는 것이었다.
알칼리전지의 개발은 이런 측면에서 호남전기는 물론 국내 전지산업의 발전 에도 커다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을만 한 "사건"이었다.
알칼리전지의 개발 이외에도 70년대 초반의 호남전기는 적지않은 기술 개발 성과들을 남겼다.
친수성절연제로 전해액을 보습케 하는 새로운 전지 제조방식인 라이너페이퍼 P L 방식과 수은전지가 개발된 것도 이 때였다.
호남전기는또 45종에 이르는 군용전지를 개발해 군납업체로 지정 되는 등의 활발한 연구활동을 통해 71년에 이미 전지 관련 특허를 85건이나 획득 하는개가를 올리고 있었다.
품질관리면에도 호남전기는 남다른 노력을 쏟아 69년 한국무역 박람회 에서품질관리상을 수상한데 이어 72년엔 3차 KS 표시허가공장 사후관리 심사결과 , 전국에서 유일하게 A급 판정을 받았다.
이같은기술개발 및 품질개선 노력에 더해 시장독점의 위치에 있었기에 호남 전기는 경영권 다툼의 내분에도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상처가 곪으면 터지게 마련이다. 호남전기를 뿌리채 흔들어 댈 비리 가 경영권 다툼의 시기에 진행되고 있었음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75년10월 29일. 이 날은 심씨 일가가 이끌던 호남전기가 좌초하는 시발점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고재일 당시 국세청장은 출입기자들에게 중대 사건을 발표했다.
이른바"호남전기 탈세사건"" 이었다.
당시언론에 대서특필된 이날 발표에 따르면 국세청은 호남전기에 대한 탈세 혐의를 잡고 3개반 27명으로 구성된 조사반을 투입, 40여일에 걸친 정밀 입체조사 끝에 호남전기의 지능적인 탈세를 적발했다.
탈세액은71~74년의 4년간에 걸쳐 법인세 24억9천만원, 갑근세 18억4천5백만 원, 상속.증여세 4억8천9백만원을 포함 총55억2천8백만원이었다.
고청장은 호남전기가 독과점 업체의 지위를 악용해 탈세 행각을 벌였다며이를 계기로 세금 포탈을 막기위해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겠다며 발표를 마쳤다.
55억2천8백만원.이 액수는 당시 국세청의 법인세 조사사상 최대 규모로 호남전기의 1년 매출액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었다.
때문에 이같은 엄청난 금액을 추징당한다면 호남전기의 도산은 불을 보 듯 뻔한 것이었다.
호남전기의운명이 풍전등화의 상태에 놓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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