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국내 전자업계에도 신토불이 바람이 일고 있다고 한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부품의 신토불이 현상은 국산부품의 품질이 그동안 꾸준한 기술 개발로 많이 향상된데다 가격 및 인도기간 조건이 크게 개선된 데주요 원인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국내 세트업체들은 기술개발은 뒷전에 두고 저임금을 바탕으로 조립.가 공에만 치우쳐 외형적으로는 80년대 중반이후 한국경제 성장을 주도하며 고 성장을 실현하였으나 핵심부품.소재의 해외의존성 및 중.저급품 중심의 대량 생산체제, OEM 위주의 수출 등 구조적 문제점으로 89년부터 수출신장률이 현저히 둔화되었고 92년이후에는 제조업 전체 성장률 4.8%에도 못미치는 3.3 % 성장에 그치는 부진의 늪에 빠져 들었다.
이러한부진은 국내 전자산업이 80년대말 이후 높은 임금상승 및 후발개도국 의 맹추격으로 전통적인 주력품목에서 국제 경쟁력의 약화를 겪고 있는 데다미국.유럽 등 주요 수출국과의 무역마찰 심화, 기술보호주의 강화 등의 요인이 설상가상으로 겹친 것에도 원인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89년이후 국내 전자산업이 성장의 한계에 부딪혀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데는 외부환경의 변화 못지않게 국내 전자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지금까지 전자업체는 생산설비의 도입과 함께 제조노하우는 어느 정도 습득하였으나 설계. 디자인 등 신제품 개발 기술은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또 세트업체들이 단기적인 원가절감만을 생각해 국산 부품 개발은 외면한 채 외국산 부품 수입에 치중한 결과 부품 수입 의존도가 60%를 능가하는 등 선진 국에 대한 기술종속이 심화되었다. 특히 대일 수입 의존도가 높아 일본이 핵심부품 및 재료의 공급량 조절로 국내 전자 산업을 원격 조정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조립 위주의 제품생산이 산업을 주도함에 따라 핵심부품의 해외의존도가 심화되었고, 그 결과 부품 산업이 위축되는 기형적인 산업 구조 때문에 최근에 불어닥친 선진국의 기술보호 주의에 더욱 시달리고있다고 본다.
이러한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부품업체들이 불양품 감소 및 기술개발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통해 국내 세트 업체들의 외산부품 선호벽을 무너뜨리고 국산 부품선호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전자업계에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금번국내 부품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기반으로 지금까지의 기형적인 전자 산업구조를 재조정하는 일이 매우 시급한 것으로 생각한다. 즉 세트 산업 중심 의 성장을 지양하고 부품.소재산업과 세트산업의 균형발전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노력을 기울여 21세기를 이끌어갈 국가 주역 산업으로서 전자 산업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상대적으로 약화되어 있는 국내 부품업계를 집중적으로 육성하여 국내 전자 산업의 인프라를 안정시켜야 한다.
한편,과거 부품업체가 어렵게 부품을 국산화하면 예외없이 외국업체가 가격 을 내려 국산품의 판매와 생산을 방해해 국내 부품 기반 구축이 쉽지 않았던것이 사실이었다. 또한 세트업체들은 경영이 악화 되거나 경기가 불투명해지 면 "원가 절감" 의 손쉬운 방법으로 부품업체에 부품의 납품가를 일방적으로내려줄 것을 요구하여 가뜩이나 취약한 국내 부품업체를 압박했었다.
부품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부품업체 자체적으로 경영체질 개선 및 품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에 필요한 자동화는 물론 첨단 핵심부품의 개발에 힘써야 한다. 그러나 부품 산업의 발전은 부품업체의 자체적인 노력과 함께 세트업체의 협력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예컨대 세트업체가 과거의 좋지 않은부품구매 관습을 버리고 국산부품의 상호구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부품업체 가 안정적인 시장을 대상으로 부품을 개발.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세트업체와 부품 업체간의 신를 바탕으로 상호간의 역할을 분담하여 상호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즉 세트업체는 우수한 인력 자원과 해외 정보망 을 활용해서 입수한 세계시장 정보를 중소 부품업체에 제공해 상호 발전을도 모하는 것도 매우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세트업체가 부품업체를 하청업체 가 아닌 협역 업체로 생각하고 필요한 경영 및 기술지도를 실시해 부품 업체 가 조기에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전자산업의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삼성전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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